접종 의향 한달전보다 6.6%p↓
인과성 밝혀지지 않더라도
정부가 우선 의료비 지원해야
지난 3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보건소에서 접종을 담당하는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희귀 혈전증’ 부작용 인정에 이어 인과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지마비 등 중증 이상반응 의심 신고가 잇따르면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향이 떨어지고 있다. 정부가 중증 이상반응 대응 체계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월 말~6월 초에 60살 이상 수백만명 규모의 고령층에 대한 접종 개시를 앞둔 상황이다. 현행 시스템으론 중증 이상반응 의심 신고에 대응하기도 시중의 불안을 잠재우기도 어렵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코로나19 관련 전문가들은 <한겨레>에 정부가 집단면역 목표를 위해 접종 의향을 끌어내려면 중증 이상반응에 대한 불안을 잠재울 만한 대응책 마련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리서치를 통해 지난달 27~29일 만 18살 이상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식조사에서, ‘예방접종을 받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61.4%로 한 달 전 조사에 비해 6.6%포인트 감소했다. 이에 정부에선 이런 여론의 변화를 감지하고 접종완료자 자가격리 면제 등 접종 유인책을 차례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중증 이상반응 의심 신고에 대한 신속한 의료 대응과 포괄적 치료비 지원 등의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지 않는다면, 접종 의향 하락을 반전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인구집단 접종이 가까워졌는데도 보완방안을 ‘검토중’이란 말만 되풀이 하는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란 얘기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예방접종을 기피하거나 예방접종을 안 맞으시겠다고 하시는 부분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이유가 아마 이상반응에 대한 우려”라면서도 “이상반응에 대한 인과 관계 정보가 부족한 사례까지도 포괄적인 지원이나 보상이 필요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중증 이상반응 신고-상급종합병원 연결 필요
우선 중증 이상반응에 대한 의료대응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이상반응은 예방접종 뒤 그 접종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증상 또는 질병을 이르는 것으로, 해당 예방접종과 시간적 관련성이 있을 뿐, 반드시 인과관계가 확인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이달 말부터는 남은 2분기 1차 접종 대상자 930만여명에 대한 대규모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라 중증 이상반응을 의심하는 신고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이달 말 대규모 접종이 다시 시작되면 이상반응 신고와 문의가 많아지겠지만, 보건소에선 제대로 답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해당 지역의 상급종합병원에 연결하는 핫라인을 만들어 백신 이상반응에 대한 경험이 많은 의사와 상담할 수 있게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의학적으로 새로 개발된 백신과 이상반응의 인과성을 입증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과제인 만큼, 입증 여부와 관련 없이 의료비를 지원하는 데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짚었다. 현재 정부에선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이상반응 판단 가이드라인을 따라 ①인과성이 명백한 경우 ②인과성에 개연성이 있는 경우 ③인과성에 가능성이 있는 경우 ④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 ⑤명백히 인과성이 없는 경우 등 5단계로 구분하고, ①∼③이면 인과성을 인정해 보상 대상으로 삼는다.
정부에선 ①∼③의 보상 대상이 아니더라도 일단 기존의 복지 체계에서 의료비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현장에선 적극적 대응이 미흡하다는 호소가 잇따르면서 청와대 청원 게시판과 언론으로 민원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윤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란 특수 상황에서 새로 만들어진 백신이라 어떤 이상반응이 있는지 아직 다 알 수 없다. 나중에 관계가 없다고 나오면 손실 처리를 하더라도, 일단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도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백신과 부작용의 인과 관계가 밝혀지기 전이라도 의료보장제도를 통해 고통을 받는 분들의 어려움을 줄일 부분이 무엇인지 살피고, 제도 개선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상병수당 등 의료 복지안전망 미비도 보완해야
특히 상병수당이 아직 도입되지 않았고, 유럽 국가들과 달리 개인의 의료·간병비 부담이 상당해 의료 복지안전망이 미비한 상황이다. 이에 중증 이상반응 의심 사례에 의료비 등을 지원하는 게 더욱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병수당은 노동자가 업무와 관계없는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경우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 손실을 보전하는 사회보장제도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국가가 의료비를 부담하고 상병수당을 시행하는 유럽 등과 달리 의료 복지 시스템이 불완전한 상황에서 인과성이 밝혀져야 보상한다고 하니 인과성 입증에 목을 맬 수밖에 없고 청와대 청원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고 싶다면 중증 이상반응에 대한 포괄적 의료비 지원, 내년도 시범사업을 준비 중인 상병수당 제도의 선제적 활용 등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백신과 중증 이상반응의 인과관계 인정 범위를 확정할 땐 신중하더라도 미비한 의료·복지안전망을 보완할 보상에서는 유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인과관계 인정 범위를 너무 넓게 잡게 되면 결과적으로 백신의 안전성 우려로 이어지는 것 아닌가 하고 (정부가) 걱정할 수 있다. 하지만 보상을 안 한다고 해서 이미 청와대 청원 게시판까지 올라온 정도의 안전성 우려가 없어지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백신과 이상반응의 인과관계 평가는 엄밀하게 하더라도 보상의 대상은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코로나19 백신처럼 (부작용이나 이상반응 등과 관련해) 업데이트되는 정보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백신 접종의 시급성이 요구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짚었다.
김지훈 서혜미 기자 watchdog@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esc 기사 보기▶코로나19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