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조윤형 기자 = 저녁을 준비하려는데 5분전에 통화했던 엄마한테 전화가 또 왔단다. 전화기 너머로 울부짖는 목소리로 엄마는 “(동생)선호가 사고로 죽었다”는 소리를 되풀이 했다. 은정(29세)씨는 그 이야기를 듣고 정신을 잃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은정씨의 동생 이선호씨는 지난 4월22일 평택항 신컨테이너 터미널에서 FRC(날개를 접었다 폈다하는 개방형 컨테이너) 나무 합판 조각을 정리하던 중 무게 300kg에 달하는 FRC 날개에 깔려 숨졌다. 평택항에서 작업 중 발생한 고 이선호씨(23)에 대한 사망사고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뉴스1TV가 사고 후 17일이 지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고 이선호씨의 빈소를 찾아 이씨의 누나 은정씨를 만났다.
9일 평택 안중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이은정씨는 5개월 된 딸아이를 업은 채로 인터뷰에 응했다.
“동생 사고 후 현장에서 관계자가 119에 전화하기 전에 내부 보고를 3번이나 했다고 합니다” 누나는 그게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300kg이 넘는 무게에 깔린 아이를 두고 119보다 윗선에 보고전화가 더 중요한가요...”은정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선호사고에 대해서는 이거 이상 구체적으로 전해 들은 거는 없었어요. 주로 기사로 접했죠.
엄마의 전화를 받고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선호에게 무슨 일이생긴거”냐고 다시 물었지만, 평택항에서 함께 일하고 있던 아빠가 미안하다고 말씀하셔서 더 이상 물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선호씨의 누나 은정씨는 최근 한 커뮤니티에 동생과 관련한 청원을 독려하는 글에 장문의 댓글을 달았다.
“이거 내 동생 얘긴데 아직 믿기지도 않고 실감도 안 난다”던 누나는 “22일 오전까지만 해도 조카들 보고 싶다고 영상 통화하고 나는 애기들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나중에 또 통화하자고 끊은 게 마지막 통화가 될 줄 몰랐다”고 애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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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복학이 늦어져 용돈을 벌기 위해 평택항 컨테이너 작업장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동생은 그 와중에도 공부를 손에 놓지 않았다고 한다. 사고 당일에도 공부한다며 노트북과 책을 챙겨나갔다며 “이렇게 갑자기 떠날 줄 꿈에도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이런 내용의 누나의 댓글이 네티즌들을 울리고 있다.
인터뷰중 은정씨는 동생 선호의 기저귀를 자신이 직접 갈아주며 키웠다며 각별했던 남매의 정을 되새기기도 했다.
“선호는 엄마 아빠에게 삶의 희망이었어요”
“누나 동생해줘서 고맙고 하늘 나라에서는 아무 걱정 말고 하고 싶은 거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 동생을 보내기 싫어요 (사고를)믿고 싶지도 않고”
"엄마는 동생을 좋은 곳으로 보내줘야 하는데 추운거 싫어하는 아이를 저곳에 두어서 가슴아퍼하신다"며 목 놓아 울던 은정씨는 동생에게 작업을 지시했던 감독자의 진심어린 사과를 꼭 듣고 싶다고 했다.
고 이선호씨와 누나 은정씨. 선호씨가 생전 누나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누나 우리 참 많이 닮았다"라는 말을 남겼다.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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