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환히 비추는 태양은 플라스마(양 혹은 음으로 이온화된 기체) 형태에서 수소가 핵융합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빛과 열에너지를 외부로 방출한다. 지구에서 인공태양을 만들어 무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강한 자기장이나 관성으로 핵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조건과 상상할 수 없는 고온환경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 지구상에서 태양의 핵융합 원리를 재현해 거의 무제한의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면 놀랍지 않은가. 진정한 탄소중립의 길이 여기에 있다.
2019년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선정한 미래 10대 기술에서 빌 게이츠는 핵융합 원리를 강조한 '차세대 원자력(New-wave nuclear power·소형 인공태양에너지 사업)'을 강조한다. 결혼으로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어 며칠 전 부인과 헤어짐을 선택한 그가 무한 에너지원으로서 미래 성장의 핵심으로 본 것이 핵융합이다. 그는 실제로 에너지 관련 투자 펀드(Breakthrough Energy Ventures)를 설립해서 핵융합에 투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스타트업, 대학 프로그램, 기업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연구진이 핵융합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뤘고 이르면 2022년부터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들은 종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설계에 기초한 핵융합 원자로를 만들고 있다. 종전에는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처럼 도넛 모양의 거대한 자석 용기인 토카막이나 엄청나게 강력한 레이저를 사용했다.
올해 3월 19일 핵융합 학술지(the journal Nuclear Fusion)에 발표된 소형첨단토카막(CAT·The Compact Advanced Tokamak) 기사를 보자. 핵심은 소형 토카막 내부의 압력을 높여 더 많은 핵융합을 일으켜 전류를 줄이고 플라스마를 더 쉽게 유지하고 더 안정되게 만드는 것이다. 울산시도 초전도 고자장 자석이라는 개념으로 관련 핵심기술개발에 뛰어들었다. 소형화된 인공태양을 핵심 원천기술로 인식하고, 고온초전도 고자장 자석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다. 울산시는 2020년 11월 울산과학기술원(UNIST), 현대중공업과 함께 사업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고자장 자석 연구개발계획 수립과 타당성 조사를 시작했다. 현재 UNIST를 주축으로 초전도 자석 원천기술 확보와 응용기술 활용방안 기획이 진행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ITER의 토카막 제작에 참여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인공태양 기술 조기 상용화를 위한 전문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은 어떤 선구적 혜안을 가지고 많은 돈을 핵융합에 투자했을까. 그가 2018년 혈액암으로 타계하기 전 프랑스 남부도시 카다라슈를 찾았다. 작고 아름다운 도시 카다라슈에 터를 잡은 세계 최대의 프로젝트 인공태양 ITER을 보기 위해서였다. 죽음을 앞두고서도 그는 지구상의 별이 탄생하는 준비 과정을 볼 기회라며 변함없는 핵융합에너지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비록 그는 하늘의 별이 됐지만, 그가 뿌린 투자의 씨앗은 무럭무럭 자라 핵융합기술 발전을 이끌고 있다. KSTAR(독자개발에 성공한 한국형 핵융합)이 좀 더 멀리 있다면 좀 더 가까운 곳에 있는 별을 울산시처럼 찾아야 하지 않을까.
조원경 울산시 경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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