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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대중교통 요금제 개편을 적극 검토하라고 요청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중교통 이용이 급감한 상황에서 갈수록 늘어나는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여서 사실상의 요금 인상 권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9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국토교통부는 최근 '광역·대중교통 요금제 다양화 방안 연구' 용역을 완료하고 전국 17개 광역 지자체에 대중교통 요금제 개편을 권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보냈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대중교통 서비스 업체의 어려움과 이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재정 지원금 규모 등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대중교통 요금제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며 "대중교통 요금 조정 권한은 지자체가 가지고 있어 전국 광역 지자체에 요금제 다양화 및 현실화 방안이 담긴 연구용역 결과 보고서를 회람했다"고 밝혔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가 광역 및 대중교통 요금제 개편을 권고하고 나선 것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중교통 운임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지하철과 버스 등을 운영하는 업체들 손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순손실을 냈다. 2018년과 2019년 순손실이 각각 5389억원과 5865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손실 규모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서울시의 버스 운영으로 인한 적자는 6601억원이었다. 요금 인상이나 비용절감 등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올해 적자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자체가 손실을 보전해주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부산시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재정 지원금으로만 1881억원을 투입했는데, 2018년(1134억원)과 2019년(1300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서울 지하철과 버스 기본요금은 2015년 인상된 후 6년째 동결 중이다. 기본요금에 붙는 5㎞당 추가 요금 100원은 관련 제도가 도입된 이래 아직 인상된 적이 없다. 김형진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1인당 소득수준을 고려한 서울 도시철도 요금은 영국 런던의 50% 수준"이라며 "재정적자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 이용요금 현실화를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한교통학회가 국가별 1인당 월소득 대비 버스 이용 지출 비중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작년 기준 2.6%로 집계돼 조사 대상 15개국 중 5번째로 낮았다. 1인당 월소득 대비 지하철 이용 지출 비중도 우리나라는 2.2%로 아르헨티나(0.7%)와 멕시코(1.7%)를 제외하면 부담이 작은 편에 속했다.
문제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지자체들이 선뜻 대중교통 요금 인상에 나서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부산시는 시내버스와 도시철도 등의 요금 인상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인천시와 울산시처럼 교통 요금보다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상하수도 요금과 폐기물 처리 비용 등을 인상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 폐지나 요금 인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박호철 대한교통학회 책임연구원은 "생계를 위한 출퇴근 노인 통행은 무임승차 제도 폐지에 따라 그 부담이 매우 커질 수 있다"며 "노인 계층별 차등 요금제와 함께 노인 연령 기준 상향 조정 또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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