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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北 무반응 때문? 공개 뜸들이는 '바이든표 대북정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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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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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새 대북정책 검토를 마무리했다고 밝혔지만 아직 세부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 엄격하고 포괄적인 대북정책”(지난달 30일,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라는 큰 방향성 외에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할 구체적 방법론과 북핵 협상 과정의 단계적 접근법 등은 여전히 베일에 싸인 상태다. 이처럼 공개가 늦어지는 배경을 놓고도 갖가지 해석이 나온다.



대화의 문 닫은 北



현재까지 드러난 바이든표 대북정책의 핵심 테마는 ‘외교적 접근’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우리는 외교에 초점을 맞춘 명쾌한 (대북)정책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외교적 관여를 희망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북한”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이 사실상의 ‘자발적 고립’을 이어가며 외교적 협상의 여지를 만들지 않고 있단 점이다. 오히려 지난 2일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미국의 새 대북 정책의 근간이 선명해진 이상 상응 조치들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반발하는 등 대화의 문을 걸어 잠갔다.

북한은 새 대북정책을 전달하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접촉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본격적인 협상 국면 전 자신들이 가진 패를 북측에 공유하겠다고 나섰음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새 대북정책을 북한과 공유하지도, 입장을 청취하지도 못한 상태란 점은 바이든 행정부가 세부내용을 대외에 공개하길 주저하는 핵심적인 배경으로 거론된다. 최소한의 교감도 없는 상태에서 내용을 공개할 경우 자칫 중요 줄기 중 하나인 ‘외교적 협상’의 여지를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핵화 목표' 한·일 온도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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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맨왼쪽),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가운데),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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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협상의 최종 목표를 둘러싼 한·일 간 온도 차도 최종 발표가 미뤄지는 배경이란 분석도 나온다. 현재 일본은 북핵 협상의 목표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추구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CD(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공식 용어처럼 사용하고 있다. CVID의 경우 비핵화와 관련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이라는 조건을 충족했는지를 직접 확인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북한이 반발해 왔다.

이와 관련 지난 5일 주요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공동성명에는 ‘CVIA(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포기)’라는 새로운 비핵화 용어가 등장했다. 2019년 G7 외교장관 회의 이후 발표된 공동성명만 해도 북핵 협상의 목표는 CVID였는데, 2년 만에 ‘비핵화’라는 단어가 ‘핵 포기’라는 다소 완곡한 표현으로 바뀐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이 주장하는 CD와 일본이 강조하는 CVID를 절충하는 차원에서 CVIA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도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연성'인가 '모호성'인가



바이든 행정부가 불필요한 혼선과 잡음을 예방하기 위해 새 대북정책을 비밀리에 부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과의 대화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북정책의 세부 내용이 공개됐을 경우 이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과 비판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지난 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바이든 정부는 정책 검토 결과 내린 결정들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그 내용을 공개했다”며 “이같은 방침은 대북 협상에서 유연성을 유지하고 대북 접근법에 대한 섣부른 비판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숨 고르기가 계속되는 것이 자칫 대북정책을 둘러싼 모호성이 커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의 수 김 랜드연구소 정책분석관은 5일 ‘시야에 들어온 바이든의 대북계획’이란 기고글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 관련 발언은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고, 완전히 다른 대북 전략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을 표방하는 바이든표 대북정책과 관련 “얼핏 중도적인 정책이라는 인상을 주지만 북한의 행동을 바탕으로 이에 맞는 상응 조치를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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