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교육부 자료 분석 결과
117곳서 부모교사와 같은 학교
사립학교가 108곳으로 압도적
위반학교 징계 등 강제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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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고 시험답안 유출사건’ 이후 교사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도록 하는 ‘상피제’가 도입됐지만 전국적으로 200명 넘는 학생들이 부모가 근무하는 학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학재단이 인사권을 쥐고 있는 사립학교일수록 이 같은 사례가 많아 사실상 상피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전문가들은 교육 당국이 상피제 위반학교에 징계를 내리는 등 보다 강제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전국 117개 고등학교에서 교원 195명과 학생 203명이 부모와 자녀 사이로 근무·재학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교사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비중은 사립학교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사립학교는 전체 117개 고교 중 108곳에 달했고 교원(183명)과 학생(191명) 수도 공립학교를 압도했다.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이 발생하고 2018년 상피제가 도입됐지만 대학 입시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고교 내신 시험에서 여전히 불공정 평가 논란의 소지가 남아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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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상피제 위반을 조사하는 교육부의 방식에도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1월 광주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는 교사가 딸을 자신이 근무하는 곳으로 전학시킨 사례가 뒤늦게 적발됐다. 하지만 두 달 전인 같은 해 9월 광주시교육청이 실시한 조사에서 해당 학교 측은 ‘해당 없음’으로 응답했고 교육청도 별다른 지적 없이 넘어갔다. 성적평가의 불공정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상피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제출받아 위반 여부를 조사해야 하지만 시스템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상피제를 시행하는 것 자체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며 “교육부와 사립학교들이 상피제를 제대로 도입할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교원 인사권이 해당 사학 재단에 있는 만큼 적극 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도 교육감이 교원 인사권을 갖고 있는 공립학교와는 달리 사립학교는 재단이 인사권을 쥐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학재단 내 학교가 한 곳뿐일 경우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다른 재단의 사립학교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다”며 “부득이하게 교원과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게 되더라도 학년을 다르게 배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는 상피제의 강제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피제를 위반한 사립학교에 대해 징계 등 보다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제도의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 당국이 상피제 위반 시 제재 조치 등에 대한 명확한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사립교원의 재단 간 파견과 국공립학교 파견 등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강동헌 기자 kaaangs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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