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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뜨락] 이난영 수필가
색색의 모란이 정원을 수놓고 있다.자연석을 쌓아 만든 예스러운 돌담과 어우러져 우아함과 기품을 마음껏 뽐낸다.
부귀, 영화, 화려함이라는 꽃말이 어울리는 귀족적인 분위기가 매력적인 모란의 오묘한 아름다움에 눈이 부시다.
꽃도 아름답지만, 태깔 나는 밝은 초록 이파리도 마음을 사로잡는다.
여고 시절 즐겨 외웠던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떠올리며 미소 지어본다.
돌담 밑에는 미선나무, 수국, 백합, 아이리스, 범위꼬리 등 수십 종의 화초를 심었다.
일 년 내내 아름다운 모습뿐 아니라 기분 좋은 은은한 향기로 행복을 주고 있다.
지나가는 길손들의 힐링 공간이 되기도 하고, 때론 사진작가들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코로나 19로 고통을 겪지 않는 사람 어디 있을까만 개인 사업을 하는 딸도 비껴갈 수 없다.
'채근담'에는 역경과 곤궁함은 훌륭한 인격을 단련시키는 용광로라는 말이 있지만, 속인들이야 고통으로 여길 수밖에.
고통 속에서도 쉼 없이 발전방안을 모색하던 딸이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정원을 톺아보더니 뜬금없이 주차장 돌담을 허물자고 한다.
자연석으로 예쁘게 쌓은 돌담인 데다 한번 허물면 다시 쌓을 수도 없다.
더욱이 수년 동안 애지중지 가꿔온 꽃들이 수난을 겪을 것 같아 반대했다.
딸은 사업하는 사람은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부각해야 하는데 엄마 아빠는 그 반대란다.
꽃도 화원이 아니니 다양한 종류보다 한두 가지 무더기로 심어야 예쁘다며 정리정돈을 했으면 한다.
처음 정원 만들었을 때와 달리 날이 갈수록 잡스러워져 고민하던 차에 딸이 정곡을 찌른 것이다.
늘 내 편이었던 남편도 딸이 원하는 대로 하자고 한다.
마음은 허공을 맴도나 수락하지 않을 수 없다.
담을 허문다며 공구상점에서 오함마까지 사 왔다.
건설업자에게 맡기라고 해도 단순공사라며 고집을 피운다.
남편 생각과 달리 철근과 콘크리트가 돌담 속에 박혀 있어 쉽게 허물지 못한다.
며칠 동안 비지땀을 흘리며 담과 씨름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드디어 남편의 승리로 끝이 났다.
돌담이 허물어진 것이다.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 흐뭇해하는 남편에게 박수를 보냈다.
객기로 끝나지 않았음이 고맙다.
돌담이 주는 정겨움과 아늑함은 사라졌지만, 우려와 달리 시야가 탁 트여 시원해 보였다.
담장을 하나 헐었을 뿐인데 교차로에서 보아도 주차장이 훤히 보인다.
살피꽃밭은 다시 만들면 된다.
딸 말대로 우리 집 장점인 넓은 주차장이 그대로 어필되었다.
이난영 수필가정부는 자녀의 성(性)을 결정할 때 아버지 성을 우선 따르도록 하는 '부성 우선' 원칙에서 부모 협의로 자녀의 성을 결정하는 '부모 협의제도'를 도입 추진한다고 한다.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은 가족 관계법도 바뀌는데.
담 허물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 형제, 자녀를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오는 동안 마음에 담을 쌓고 살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내 안에 담을 쳐놓고 그 안에서 안주했지 싶다.
밝고 맑은 순결한 오월이다.
집안의 담만 허무는 데 그치지 말고, 욕심과 집착의 마음의 담을 허물어 사랑으로 가득 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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