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요양시설 직원 "죽도록 방치하나" 방송에 폭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는 일본에서 코로나19 환자용 병상 부족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 공영 NHK방송은 8일 효고(兵庫)현 고베(神戶)시의 한 노인요양시설에서 지내온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걸린 뒤 입원할 병상이 없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숨진 실태를 전했다.
치매 노인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이 시설에서는 지난 4월 코로나19 집단감염(클러스터)이 발생했다.
이달 7일까지 입소자 97명과 직원 36명 등 133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입소자 25명이 숨졌다.
이 시설의 한 남성 직원은 NHK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일하는 층에는 치매 환자만 있어 마스크를 쓰게 할 상황이 아니라면서 혼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입소자가 감염될 경우 수습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한 일본 고베시 노인요양 시설인 '서니 힐' 전경. NHK는 이곳에서 지내던 노인들이 코로나19 환자용 병상이 없어 입원 치료도 받아보지 못한 채 잇따라 사망했다고 전했다. [사진 출처= NHK 홈페이지 ] |
고베시 당국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뒤 관내의 코로나19 전용 병상이 부족하고 요양시설 내에 의사 3명과 간호사 16명이 상주하는 점을 들어 감염자들에게 원칙적으로 시설 내에서 요양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시설에는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데 필요한 인공호흡기는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여성 환자를 입원시키려고 몇 차례나 구급차를 불렀지만 빈 병상을 찾는 데 실패했고, 결국 환자는 입원하지 못한 채 3일 후에 사망했다.
NHK의 인터뷰 요청에 익명으로 응한 시설 직원은 입원할 병원이 없어 "차례로 죽어 갔다"면서 사망자 25명 가운데 입원한 것은 2명뿐이었다고 말했다.
하루에 3명이 숨져 시신용 포대로 수습하는 일이 며칠이나 계속됐다고 폭로한 그는 "죽도록 그냥 방치하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피력했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일본 전체로 코로나19 병상 사용률은 41%까지 올랐다.
특히 중증자용 병상 사용률은 오사카(大阪)와 효고현을 포함하는 간사이(關西)권에서 99%를 기록해 포화상태가 됐다.
병상이 부족해진 영향으로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에 입원하지 못하고 자택 등에서 요양 중인 사람은 지난 5일 현재 2만8천823명으로, 한 달 사이에 4배로 급증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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