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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지는 공조
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7~8일(현지시각)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정상회의를 열어 백신 지재권 보호 면제 등에 대해 논의했지만, 대체로 미국 제안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8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뒤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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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회의를 마친 이후 지재권 보호 중단은 백신 공급 부족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며, 생산량을 늘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고 FT는 전했다. 독일이 먼저 나서 반대한 뒤로 EU 내에서 부정적 기류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특허권 유예에 긍정적이었던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도 EU 회의 이후 미국과 영국이 수출 장벽을 없애는 것부터 우선이 돼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이 백신뿐 아니라 백신 원료에 대한 수출금지 조치를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마리오 드라기 총리 또한 지재권을 푸는 게 백신 공급 증가를 보증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8일(현지시간)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이틀간의 정상회의를 마친 유럽연합(EU) 정상들. 왼쪽부터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정상회의 상임의장.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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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재권을 면제하려면 164개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EU의 입장에 관심이 쏠렸는데, 향후 지재권 유예 합의에 난항이 예상된다.
EU 정상들은 지재권 유예가 오히려 글로벌 백신 공급망을 교란할 수 있다는 주장에 더 주목했다고 한다. 지재권을 면제하더라도 당장 백신을 생산할 수 없는 상황이라 백신과 백신 원료의 자유로운 배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유럽은 그간 대략 2억 도즈의 백신을 수출해왔는데, 이는 EU 역내에 공급한 것과 유사한 규모다. 반면 미국에서 국외로 인도된 백신은 거의 없다.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생산량 거의 전부를 계약한 탓에 사실상 수출이 제한된 것이다.
당사자인 백신 제조사들도 지재권 면제에 반발하고 있다.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에 이어 화이자 백신을 공동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테크도 지재권 보호 면제가 팬데믹을 끝낼 적절한 방법이라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식적으로는 지재권 면제를 지지했지만 정작 미국 내부에서도 기술 유출을 이유로 우려가 큰 상황이다. 미국은 백신 지재권 효력을 정지하더라도 관련 기술이 중국, 러시아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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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논의 예의주시"
우리 방역 당국은 일단 지재권 면제 관련 논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국내 개발 백신에 대해 끝까지 지원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백영하 범정부 백신 도입 태스크포스(TF) 백신 도입총괄팀장은 지난 6일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단계로, 현재는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진행 과정을 보며 업계와 대책을 논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료진이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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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익빈 부익부 심화"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은 약물과 달리, 고도의 바이오의약품이라 좋은 품질의 백신을 대량으로 만드는 건 또 다른 난제”라며 “지재권이 풀린다 해도 우리나라에서 정부가 총력을 다해 대량 투자하기 전에는 가시적으로 혜택을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나라 간 백신 수급 불균형은 더 심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2023년까지 화이자와 18억 회분의 백신을 공급받기로 하는 새로운 계약을 승인했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전 세계 접종량의 83%가 고소득 국가와 중상소득 국가에서 투여됐다. 0.2% 만이 저소득 국가에 투여됐다”며 EU의 추가 계약과 미국에서의 12세 이상 접종 승인 등을 지목하며 “전 세계 공급에 더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우주 교수는 “세계적으로 백신 수급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불확실성은 더 커질 것”이라며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부스터 샷(추가 접종) 등을 생각해 우리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어린이, 청소년 접종도 해야 하므로 화이자, 모더나 임상 결과에 맞춰 확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7일 중국 제약사 시노팜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하면서 중국 백신이 전 세계에 공급될 길이 넓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백신은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AZ), 얀센, 모더나 등에 이어 비서구권 국가가 개발한 백신중 WHO 승인을 받은 첫 사례다. 시노팜 백신은 바이러스를 사멸시켜 항원으로서 체내에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전통 방식의 ‘불활성화 백신’으로 안전성이 높고 일반 냉장 온도에서 보관·유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국의 시노팜 코로나19백신.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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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전히 예방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지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논란은 있다. WHO도 긴급 사용을 승인하면서 60세 이상에 대해선 임상시험 데이터가 부족해 효능을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김우주 교수는 “불활성화 백신이라 항체를 형성하지만, 병원체를 공격하는 T세포(면역세포)를 자극하지 못해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안전성 모니터링이 잘 안 된 탓에 중증 부작용에 대해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시노팜 백신이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배분되더라도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쪽으로 집중 공급될 것으로, 국민 인식 등을 고려하면 국내 수급에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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