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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전세계 반도체 80% 수입하는 中…반도체장비까지 싹쓸이?[차이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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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편집자주] 차이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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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를 들고 발언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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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중국 반도체 수입금액이 359억 달러(약 40조원)로 월간 기준 최고치를 경신했다. 1분기 반도체 수입금액도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936억 달러(약 105조원)에 달했다. 이대로 간다면 올해 중국 반도체 수입규모는 지난해 수입 규모(3500억 달러, 약 392조원)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계속 늘기만 하던 중국 반도체 수입에 기름을 부은 건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9년 5월부터 화웨이를 거래제한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끊임없이 제재 수위를 올렸다. 결국 지난해 화웨이는 대만 파운드리업체 TSMC로부터 스마트폰 AP를 확보하지 못하게 되자, 1위를 넘보던 글로벌 스마트폰 순위가 4, 5위로 급락했고 공격적인 재고 확보에 나섰다.

지난 4월 에릭 쉬 화웨이 순환회장은 "현재 기업들의 재고 주기가 모두 흐트러졌다. 공황적인 재고 확보가 올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을 야기했다"고 말한 바 있다. 쉬 회장은 원래 중국 기업은 '재고 제로'를 추구했으나, 지금은 최소 3개월 또는 6개월 이상의 재고를 미리 비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웨이뿐 아니라 지난해 글로벌 3·4위 스마트폰업체인 샤오미와 오포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재고 확보 총력전에 나서면 중국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다.

중국도 일찌감치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준비해왔다. 중국 정부가 2014년 발표한 '반도체산업 발전추진요강'이 중국 반도체 산업의 청사진이다. 그런데 최근 예상보다 빠르게 반도체 확보 문제가 복병으로 등장하자 반도체 기술 자립화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 반도체 관련 산업 진출기업 현황 및 중국의 글로벌 반도체 소비량을 보면 향후 중국 반도체 산업이 어떻게 변할지 실마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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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보다 반도체 장비 수입 더 늘었다

지난해 15% 증가한 반도체 수입보다 더 빠르게 증가한 중국의 수입 품목이 있다. 바로 반도체 장비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와 일본반도체장비협회(SEAJ)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 규모는 187억 달러(약 20조9400억원)로 전년 대비 39% 급증하며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대만이 172억 달러(약 19조2700억원)로 2위, 우리나라가 161억 달러(약 18조원)로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2월 미 국방부가 중국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SMIC를 블랙리스트에 추가하면서 네덜란드반도체 업체인 ASML의 노광장비 등 최첨단 장비 수입이 원천 차단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SMIC는 ASML로부터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보다 한 단계 아래인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도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3월초에는 SMIC가 ASML과의 12억 달러(약 1조34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장비 구매계약 만료일을 2020년 12월 31일에서 2021년 12월 31일로 1년 연장한다고 홍콩거래소에 공시한 바 있다.

중국 반도체 장비 수입은 삼성전자 시안공장, SK하이닉스 우시공장, 인텔 다롄 팹 등 외국 생산법인의 장비수입도 포함돼 있지만, 적극적인 설비투자에 나선 중국 업체 비중이 크다. 중국이 적극적인 생산능력 확충에 나섰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도체 산업 신규 진입 기업 폭증

중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부양책이 쏟아지면서 반도체 산업에 신규 진입하는 기업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중국 정부는 '신시기 반도체 산업과 소프트웨어의 고품질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발표하며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를 재천명했다. 28나노 이하의 제조공정을 가진 기업 중 15년 이상 영업한 기업에게 10년 동안 법인세를 전액 면제한다는 조항은 SMIC 등 중국 파운드리 업체를 위한 통 큰 지원책이다.

또한 중점 반도체 설계기업과 소프트웨어 기업도 5년 동안 법인세 전액 면제, 이후 법인세율 10%를 적용하는 등 대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의 법정 법인세율은 25%에 달한다. 이 밖에도 조건에 부합하는 업체의 커촹반(科創板)·촹예반(創業板) 상장을 적극 지원하고 상장 심사 과정을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반도체 스타트업에 투자한 자금은 최단 시일 안에 넉넉한 수익과 함께 회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반도체 산업으로 자금이 안 몰릴래야 안 몰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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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20 반도체 관련 신규 사업자등록 건수 /사진=중국 기업정보 플랫폼 치차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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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들의 반응도 뜨겁다. 중국 기업정보 플랫폼 치차차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관련 신규 사업자등록 건수는 2만2800건으로 전년 대비 195% 증가했고 반도체 관련기업은 모두 7만4100개로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반도체 관련 신규 사업자등록 건수는 8679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2% 급증했다. 5개 분기 만에 관련 업체가 60% 넘게 늘어난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화웨이 제재 이후 중국 반도체 관련 기업이 급증하기 시작했는데, 돈이 될 것 같다고 중국 기업가들이 판단했다는 얘기다. 사업 내용에 단순히 반도체 업종을 추가해 밥 숟가락을 얹으려는 기업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중국 기업들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음을 반영한다.

현실은적인 제약 존재한다. 중국에게 가장 절실한 건 반도체를 제조할 파운드리 업체지만, 신규 반도체 기업은 진입장벽이 낮은 팹리스 기업이 대부분이다. 8만개가 넘는 반도체 기업 중 제대로 된 기업이 얼마나 나올지가 관건이다.


전 세계 반도체의 약 80%를 수입하는 중국

마지막으로 봐야 할 건 중국의 글로벌 반도체 소비량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공급망을 미국 위주로 재편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쉬운 과제는 아니다. 글로벌 전자제품 제조업이 이미 중국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액이 4390억 달러(약 492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 반도체 수입금액이 3500억 달러니까 전 세계 반도체 매출액의 약 80%가 중국에서 소비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전 세계 반도체의 80%가 중국에서 최종 소비되는 건 아니다. 중국으로 수입된 반도체 중 약 40%는 중국시장에서 소비되고 나머지는 완제품에 포함돼 글로벌 시장으로 다시 수출된다.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국내시장에서 소비한 반도체는 약 1434억 달러(약 161조원)어치다. 3500억 달러에서 1434억 달러를 뺀 나머지 2066억 달러(약 231조원) 규모의 반도체는 중국에서 제조되는 스마트폰, 노트북, 서버 등에 탑재돼 수출됐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규제가 얼마나 성공적일지는 의문이다. 지난 4월 23일 '슈퍼 을'로 불리는 ASML의 피터 베닝크 CEO도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수출규제는 중국이 자립 의지를 키우게 강제함으로써 결국 중국의 기술자립을 앞당길 것이라고 언급했다.

피터 베닝크 CEO는 15년 후에는 중국이 기술자립에 성공해 ASML을 포함한 유럽업체들의 중국시장이 없어질 것으로 내다보면서 수출규제 대신 지식재산권 보호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산업은 미중 기술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 중 하나다. 현재 미국이 기술적 우위에 있으나 장기적으로 미중 간의 기술격차는 축소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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