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사 측 “친문 후보 만들려는 의도적 시간벌기” 강력 반발
당내선 “올 것이 왔다”…‘대선 관리자’ 송영길호 지도부 ‘고심’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대통령선거 당내 경선 연기’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친문(재인)계’가 먼저 연기를 공개 요청하자 이재명계 의원들이 곧바로 “원칙을 깨는 것이고, 특정인을 배제하려는 의도”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차기 대권을 놓고 수면 아래 잠자고 있던 ‘경선 연기론’이 떠오르자 각 진영·주자별로 논쟁이 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선 관리자’로서 출범 일주일도 되지 않은 송영길호 민주당 지도부는 다음주부터 이어질 대선 후보들의 출마선언을 넘어 6월 경선 예비후보 등록일이 다가올수록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친문계 전재수 의원의 전날 경선 연기론을 가장 먼저 반박하고 나선 건 이재명 경기지사 측의 좌장 격인 정성호 의원이었다. 정 의원은 7일 TBN(경인교통방송) 라디오에서 “특정인을 배제하기 위한, 또 다른 후보를 키우기 위한 시간 벌기 아니냐”고 직격했다. 뚜렷한 ‘친문 대선 후보’가 없는 만큼 이 지사를 배제하고 다른 후보를 만들기 위해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라고 본 것이다.
이 지사 측 의원들은 친문계가 주장하는 ‘코로나 집단면역 완성’ ‘야당보다 일찍 후보 선출 시 리스크’ 등의 경선 연기 이유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민형배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코로나19는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총력전을 벌여야 하는 일종의 상수 위기다. 고려사항이 될 수 없다”고 맞받았다. 그는 ‘야당보다 일찍 후보를 확정할 필요 없다’는 점에도 “국민의힘이 이전투구 싸움을 시작할 때 민주당은 두 달이나 먼저 시민의 마음을 얻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성폭력 문제로 인한 재·보궐 선거 무공천 당헌·당규 개정 사례를 꺼내며 응수에 나서기도 했다. 정 의원은 “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당헌을 바꾸고 왜곡 해석하는 당이라는 인식을 국민들께 주면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 의원도 “당헌·당규 바꿔서 재·보선에서 크게 패배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이라고 덧붙였다.
경선 연기 논쟁이 이틀 만에 이처럼 가열되자 당 내부에서는 “결국 올 게 왔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동안 4·7 재·보선이나 전당대회 때문에 직접적으로 거론되지 않았을 뿐, 진영·주자별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이재명계 의원들이 곧바로 공개 반박에 나선 배경도 “대선 경선 룰이 각 후보자의 이해관계가 걸린 예민한 문제인 만큼 초반부터 관망만 할 수는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안팎의 시각은 당지도부를 향하고 있다. ‘대선 관리자’ 역할을 맡은 송영길호 당지도부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송 대표는 지난 2일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면서도 “특정 후보를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룰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경선 연기 논쟁’을 기화로 더 치열해질 여권 내부 차기 대권 경쟁구도를 놓고 송 대표와 지도부의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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