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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친문계 "대선 경선 연기하자"…이재명 측 "자해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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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국회 발제

[앵커]

민주당이 때아닌 '대선 경선 연기론'으로 시끄럽습니다. 친문계에서 코로나19 상황 등을 이유로 9월로 예정된 경선일을 11월쯤으로 미루자고 주장했는데요.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 측은 명분도, 실리도 없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 조익신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 친문 "경선 연기" vs 친명 "자해 행위"…스치는 후단협의 기억 >

오늘(7일) 나온 차기 대선주자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5%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오차범위 안이긴 하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다시 자리를 맞바꿨습니다. 여권 후보로만 좁혀 보면 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순인데요. 이 지사의 독주가 눈에 띕니다. 민주당은 다음 달부터 경선 일정이 시작되죠? 이른바 '빅3'의 경쟁 속에 군소 후보들도 몸을 풀고 있는데요. 비록 여론조사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역전을 꿈꾸며 '비장의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바로 '경선 연기론'입니다. 먼저 군불을 땐 건 김두관 의원입니다. 어제 정세균 전 총리와 조찬을 함께했죠? 이 자리에서 '경선 연기론'을 꺼낸 겁니다. "당이 지금 어려운데 대선 경선을 서둘러 할 이유가 없다"면서 "너무 일찍 뽑히면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여기에 이광재 의원을 돕고 있는 전재수 의원이 기름을 부었습니다. 밥상머리 이야기를 수면 위로 올려놓은 겁니다.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경선 연기론을 공식화했습니다.

[전재수/더불어민주당 의원 (어제/음성대역) : 국민들은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을 1년 이상 치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대선후보 경선을 진행한다면 그것은 민주당만의 리그가 될 것입니다. 국민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집단면역이 가시권에 들어왔을 때 경선을 하자는 겁니다. 대선 후보를 먼저 뽑는 게 과연 대선에 유리하냐, 시기의 문제도 제기했습니다. 당헌대로 대선 180일 전에 후보를 뽑으면 국민의힘이 진행하는 후보 경선 과정을 멀뚱히 쳐다만 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지난 재보선을 예로 들었습니다. 후보 선출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이미 민주당을 압도했다고 말입니다. 이 과정이 내심 부러웠나 봅니다.

[오세훈/당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3월 22일) : 신기루와 같은 후보로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 끝까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3월 22일) : 내곡동 문제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야권 후보가 사퇴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를 수도 있습니다.]

민주당의 재보선 패인, 과연 여기에 있었나 싶긴 합니다. 전 의원이 내세운 가장 큰 명분, 결국은 '민주당의 집권 전략', 대선 승리를 위해 경선 연기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당헌에 규정된 사항이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지난 재보선 당시 후보를 낼 때도 대선을 명분으로 삼았었죠?

[김부겸/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JTBC '뉴스룸'/지난해 7월 15일) : 대한민국 제1의 도시, 2의 도시의 주장을 새로 뽑아야 하는 그런 중대한 선거고 이 선거는 바로 1년 후에 있을 대선에 직접 영향을 미치니까.]

당시 공천에 반대하고 나섰던 사람, 아이러니하게도 전재수 의원이었습니다.

[전재수/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지난해 7월 17일) : 대의명분적 측면에서나 또는 실리적 측면에서나 우리가 확실하게 이번에 반성하고 후보 안 내는 게 맞고, 우리 정치권이 당헌·당규를 너무 무시하고…]

경선 연기가 당헌을 무시할 만한 대의적 명분이나 실리가 있다고 판단한 걸까요? 전 의원은 대선 경선 일정을 규정한 당헌의 이 문구에 주목했습니다. "다만 상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달리할 수 있다"고 돼 있다는 겁니다. 당무위에서 의결하면 될 일이니 원칙 훼손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그럼 적어도 경선을 연기해야 하는 "상당한 사유"는 있다는 이야기겠죠?

전 의원은 "특정 캠프의 입장을 제외하면 당 소속 의원들이 대체로 공감하는 내용"이란 말로 대신했습니다. 특정 캠프, 이 지사 캠프를 지칭한 듯싶은데요. 재보선 참패로 지지율이 5%까지 떨어진 이낙연 전 대표, 아직 '마의 5%' 벽을 뚫지 못한 정세균 전 총리. 두 사람 모두 나쁠 게 없을 것 같긴 합니다. 여론조사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한 군소후보들 입장은 물어보나마나겠죠? 더욱이, 전 의원이 주장한 '집단방역이 가시권에 든 시기', 11월을 이야기하는 걸로 보이는데요. 이 지사를 제외한 친문 후보군들 입장에선 지지율 반등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K-방역'의 빛나는 전과, 그 후광을 받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전 의원이 말한 '특정 캠프', 이 지사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경선 연기는 대의적 명분도, 실리도 없다는 겁니다. "경선 연기는 선거 공학만 생각한 하책"이라며 "당을 분열로 몰아넣고 시민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자해행위"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정성호/더불어민주당 의원 (TBN '출발 경인대행진') : 특정인을 배제하기 위한 또 다른 후보를 키우기 위한 그런 시간 벌기 아니냐 이런 프레임에 말려 들어가고 본선에서 굉장히 좀 위험하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리 사전에 먼저 후보를 뽑아 놓으면 상처를 입지 않겠냐, 또 야당이 누리는 그런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하지 않겠냐는 주장을 하시는데 거의 근거가 없는 것 같아요.]

대선 후보를 미리 뽑으면 상처만 입는다. 일부 친문계의 주장인데요. 문득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오릅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대선을 8달 앞두고 후보로 선출됐었죠? 대선까지 가는 동안 숱한 상처를 입었습니다. 야당이 아닌, 당 내부에서 말입니다. 사실상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후보단일화협의회'까지 만들어졌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비주류'라는 이유가 컸습니다.

경선 연기론이 제기된 어제, 우연치않게도 이재명 지사는 봉하마을을 찾아 참배했습니다. 방명록엔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이란 글귀를 남겼는데요. 원칙대로 정도를 걷겠다는 의미로 풀이가 됩니다. 대선 경선을 연기할 거냐, 말 거냐. 결국 공은 당 지도부의 손으로 넘어갔습니다. 앞서 송영길 대표는 이런 생각을 밝혔었죠?

[송영길/더불어민주당 대표 (JTBC '뉴스룸'/지난 2일) : 내년 3월 9일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렇게 모든 것을 판단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어떤 룰이 특정 후보한테 불리하거나 또 특정 후보를 배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고…]

김용민 수석최고위원은 원칙을 강조했었습니다.

[김용민/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지난 3일) : 원칙을 훼손시키는 방향으로 가다 보면 그게 특정인에게 유리하냐, 불리하냐고 해서 당이 오히려 분열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송 대표와 김 최고위원이 말한 '특정 후보', 누구인지 말 안 해도 아실 듯합니다.

오늘 국회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친문 "경선 연기" vs 친명 "자해 행위"…스치는 후단협의 기억 >

조익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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