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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군부 앞잡이 응징하나'... 미얀마, 암살·폭탄 공격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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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 임명 관리, 경찰 정보원들 피습
병원, 관공서 등 군부 시설 폭발도
군부 "폭도 소행" vs 시민 "군 자작극"
백신 맞으러 왔다가… 애꿎은 희생도
한국일보

사제 무기로 무장한 미얀마 시위대. 양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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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임명한 관리들이 잇따라 암살되고 있다. 병원, 관공서 등 친(親)군부 시설은 폭탄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군부와 시위대 간 충돌은 무기 대 무기로 맞붙는 교전 양상이다. 비폭력 저항에서 무장 투쟁으로 바뀌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7일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6일 오후 만달레이 지역에서 군부가 새로 임명한 지역 관리자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성들이 휘두른 흉기에 사망했다. 5일엔 중국으로 이어지는 만달레이 송유관 시설 경비원 3명이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4일 사가잉주(州)에선 마을 관리자가 길에서 괴한의 습격을 받고 숨졌다. 같은 날 양곤에선 한 행정관이 신고 명목으로 사무실에 찾아온 세 명의 남성에게 흉기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3일엔 사강잉주 한 지역 관리자 집에 가해진 총격으로 관리자 부부가 다치고 부부의 딸과 손자가 숨졌다고 주민들이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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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사건이 발생한 지역을 수색하고 있는 미얀마 군인들. 이라와디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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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선 주요 시설에 대한 폭탄 공격과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4일 밤 군경은 양곤의 군부 소유 영리병원 정문 앞에서 사제 폭발물 2개를 발견했다. 2일 병원 개원식에는 쿠데타 주역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참석한 바 있다. 3일 수도 네피도에선 폭발물이 터져 순찰 중이던 경찰이 다쳤다. 경찰서를 겨냥한 폭탄 투척도 여러 건 있었다. 버스정류장, 은행, 군 소유 통신업체 등에서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범인들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공격을 했다고 나서는 단체도 아직 없다. 암살 대상이 모두 군부가 2월 1일 쿠데타 이후 새로 임명한 지역 관리이거나 경찰 정보원이고, 폭탄 공격 대상이 군부 시설인 걸 감안하면 격노한 시민이나 반(反)군부 진영 소행으로 추정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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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무기를 점검하고 있는 미얀마 시위대. 양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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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는 "일부 폭도(시위대)가 관공서와 도로에 사제 폭탄을 던지거나 설치하는 등 공격의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군경은 해당 마을을 급습해 주민들을 구타하고 붙잡아갔다. 군영 방송은 "집에서 직접 만든 사제 폭탄을 체육관에서 시험하다가 부상을 당한 36세 양곤 거주 남성을 병원에서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반군부 진영에선 "시민으로 위장한 경찰이 체육관에 폭탄을 두고 간 자작극"이라고 반박했다.

폭탄 공격을 막기 위한 군부의 과잉 진압 탓에 애꿎은 희생자도 발생했다. 5일 오후 만달레이 한 병원 앞에 주차한 차 뒷좌석에 앉아 있던 30세 여성은 군인들이 쏜 총탄에 맞아 숨졌다. 24세 운전자도 총탄에 맞았다. 두 사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러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군영 매체는 "사제 폭탄을 던지려는 오토바이 운전자를 겨냥한 총격 중 벌어진 우발 사건"이라고 전했지만, 목격자들은 "오토바이 운전자는 폭발물을 던지지 않았고 그저 배달하던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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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만달레이 시민들이 2일 군부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만달레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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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역에선 무장한 시위대가 매복 공격이나 게릴라 전법을 구사하는 등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주요 도시의 시위는 군경의 유혈 진압을 우려해 소규모로 바뀌는 추세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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