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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ESC] ‘냉동만두 빅3’ 시식 해보니…고기 ‘대동소이’, 김치는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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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만두 빅3’ 비교 시식

풀무원 1위…소 식감 높은 점수

CJ 비비고, 피와 소 조화 좋아

해태, 어릴 때 먹던 맛 친근해

김치만두는 3사 모두 개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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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사진 임경빈(어나더비주얼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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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이라도 냉동만두를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늘 고기만두와 김치만두, 군만두와 물만두, 찐만두까지 바리바리 쟁이는 사람은 나 하나뿐일까? 분식, 어엿한 식사, 술안주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를 넘나드는 냉동만두의 세계는 치열하고 복잡다단하다. 온 국민이 즐기는 냉동만두지만, 우리는 제대로 맛을 분별하고 또 평가하고 있을까. 무턱대고 유명회사 제품만 고르는 건 아닐까.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고자 ‘냉동만두 블라인드 시식’을 준비했다.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소문난 음식 전문가들을 불러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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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연구가 홍신애, 서울대 문정훈 교수, 삼씨오화 박경삼·오화진 공동대표(왼쪽부터)가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홍신애솔트2호점에서 냉동만두 시식을 한 뒤 평가를 하고 있다. 사진 임경빈(어나더비주얼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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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만두를 철저하게 해부하고 평가하기 위해 기획한 ‘수요 만두 시식회’는 지난 28일 서울대학교 푸드 비즈니스 랩의 문정훈 교수(농경제사회학부), 우리술 주점 삼씨오화 박경삼·오화진 공동 대표, 요리연구가 홍신애가 참여한 가운데 서울 강남구 논현동 홍신애솔트2호점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CJ 비비고 수제만둣집 맛 만두’, ‘풀무원 얇은피꽉찬속 만두’, ‘해태 속알찬얇은피 만두’ 3개 브랜드에서 만든 고기만두와 김치만두 총 6종의 만두를 비교 시식했다. 평가 기준을 △소의 풍부한 맛 △소의 식감 △피의 식감 △소와 피의 조화 총 4가지로 나누어 40점 만점으로 채점했다. 모든 만두는 제품명을 노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식을 진행했으며, 최종 평가 뒤 해당 제품을 공개했다.

“브랜드별로 먹는 즐거움”


백문영(이하 백) 먼저 고기만두 시식을 시작하겠다. 총 3개의 고기만두를 찜기에 쪄서 준비했다. 포장지에 나온 권장 조리 시간을 정확히 맞춰 조리했다.

문정훈(이하 문) 얇은 피 만두의 특성상 찜기에서 찌니 겉모양이 흐트러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처럼 보인다. CJ 비비고 만두는 바닥 부분의 피가 찜기와 맞닿아 뭉개지는 현상을 보인다. 면적이 넓은 부위이다 보니 흐느적거리는 식감이 거슬린다.

홍신애(이하 홍) 나는 CJ 비비고 만두가 가장 좋았다. 피와 소의 식감이 균형 있게 잘 맞아서다. 이로 씹었을 때 소가 부드럽게 뭉그러지면서 피의 식감과 따로 돌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반면 풀무원 얆은피꽉찬속 만두는 전반적인 맛은 좋았으나 피와 소의 조화가 좋지 않았다. 고깃덩어리가 너무 커서 피의 부드러운 식감과 어울리지 않았다. 피의 식감은 가장 쫀득한데 고기가 너무 커 질기다고 느껴졌다. 고기 자체의 간과 맛은 훌륭하다. 생강, 마늘, 파 향이 조화롭다.

개인의 취향에서 오는 차이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풀무원 만두의 큼지막하게 깍둑썰기한 고기의 식감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고기 먹는 식감을 가장 직관적으로 잘 전달하는 만두라고 느꼈다. 고기만두 본연의 형태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느꼈다.

박경삼(이하 박) 해태 속알찬얇은피 만두는 가장 익숙한 맛으로 다가온다. 재료의 맛이 가장 잘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렸을 때 먹던 친숙한 그 만두의 맛이라 가장 친근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얇은 피에서 오는 쫀득한 식감도 좋다.

오화진(이하 오) 조리 방식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아쉬움도 있다. 찜기에 넣고 쪄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피가 쉽게 무를 수밖에 없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구웠다면 얇은 피의 쫀득한 식감을 더욱 잘 살릴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풀무원 만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입안 가득 느껴지는 진한 육향은 물론, 부추나 파 같은 각종 채소를 가득 넣은 부분도 마음에 든다. 해태 만두는 아무래도 조금 아쉽다. 다소 뻣뻣한 고기 질감이 안타깝다.

세 가지 만두 모두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있다. 냉동만두로 특별한 요리를 한다기보다는 떡볶이나 라면 같은 분식을 먹을 때라든가 주말 오후의 간편한 점심으로 먹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지 않나? 한 브랜드를 고집하기보단 여러 브랜드의 다양한 만두를 사서 종류별로 구매해 놓았다가 모둠 만두처럼 먹는 방법도 좋겠다. 브랜드별로 비교하며 먹는 즐거움, 분명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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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만두 시식 모습. 사진 임경빈(어나더비주얼 실장)


“해태 김치만두, 김치 식감 잘 살려”


이번엔 김치만두의 시식 평을 부탁한다. 이번에도 고기만두와 같은 3개 브랜드의 3종 만두다.

풀무원에서 처음으로 김치만두를 냈을 때를 기억한다. 식감과 맛이 정말 혁신적이었다. 배추김치만 들어가 있는 것 같지만 무말랭이, 깍두기 등을 영리하게 잘 사용해서 식감을 아주 잘 살렸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브랜드에서 상향 평준화된 김치만두를 낸다. 훌륭한 일이다.

해태의 만두가 김치만두의 캐릭터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아삭거리고 덩어리 있는 김치의 식감을 잘 살렸다. 피가 살짝 뭉그러져서 소의 아삭한 식감을 받쳐주지 못하는 것이 살짝 아쉽지만 훌륭한 김치만두다. CJ 비비고 만두는 김치의 양념과 피가 따로 노는 느낌이다. 풀무원 만두 역시 피와 소가 조화롭게 이루어지지는 않으나 김칫소의 맛은 좋다. 양념의 밸런스가 잘 맞는 만두다.

알싸하고 찌르는 듯한 김치 맛은 풀무원 만두가 확실히 좋다.

해태 만두가 가장 마음에 든다. 김치의 아삭아삭함, 적당한 고기의 크기까지 모두 마음에 든다. 가장 평범하고 익숙한 김치만두의 맛이 푸근하다. 비비고 만두는 김치의 매운맛이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참기름 향이 너무 강하게 나서 부담스러웠다.

풀무원 만두에서 김치 풍미가 가장 잘 느껴졌다. 들기름을 쓴 듯 구수한 향과 무척 잘 어울린다고 느껴졌다. 만두피와 만두소의 조화도 훌륭했다. 3개의 만두 가운데서 가장 균일하고 안정적인 맛을 낸다. 가장 높은 점수를 준 것은 비비고 만두다. 3개 제품 중 김칫소가 가장 충실하게 들어 있다. 이에 들러붙지 않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피의 촉감도 썩 마음에 든다. 만두피 특유의 밀가루 맛과 향을 좋아하는 취향이라 딱히 얇은 피 만두를 사 먹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 품평을 통해 생각이 변했다. 냉동만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하나의 좋은 모델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고기만두에 비해 전반적인 김치만두의 품질은 아직 살짝 아쉽다. 소에 들어가는 김치의 비율을 늘리고 피와 소를 조화롭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든다.

평가가 끝났으니, 총점을 공개하겠다. 고기만두는 풀무원 얇은피꽉찬속 고기만두가 총점 29.6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다음으로 CJ 비비고 수제만둣집 맛 고기만두가 평균 28.2점으로 2위, 해태 속알찬얇은피 고기만두가 26.8점으로 3위를 기록했다. 김치만두에서도 풀무원의 얇은피꽉찬속 김치만두가 총점 29.3점으로 1위였다. 아슬아슬한 차이로 해태 속알찬얇은피 김치만두가 28.8점으로 2위였다. 3위는 CJ 비비고 제품으로 27점이었다. 풀무원이 고기와 김치만두 모두 1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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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수화물 기피로 얇은 피 유행


평가가 끝났으니 이제 전반적인 만두 유행을 얘기해보자. 최근 얇은 피 만두의 인기가 상당하다. 주변을 둘러봐도 유독 얇은 피에 열광하는 이들이 많다. 최근 얇은 피 만두 인기의 원인은 뭘까.

‘만두를 먹으면서까지 탄수화물을 먹어야 하나’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서울대 푸드 비즈니스랩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얇은 피 만두의 주요 구매 고객층은 30~40대의 젊은 주부가 대부분이다. 자녀 출산 뒤 체중 관리를 하는 워킹맘이 늘어나면서 벌어진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현재 냉동만두 시장에서 얇은 피가 유행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밀가루나 쌀 같은 순수 탄수화물에 대한 기피 현상 때문이라고 본다. 맛 자체에서 얇은 피가 두꺼운 피에 비해 우월하다거나, 얇은 피의 식감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가 늘어나서는 아닐 것이다. 되도록 탄수화물을 피하려는 요즘의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고 본다.

만두전골을 판매하는 업장을 운영하다 보니 최근의 만두 트렌드에 관심이 많다. 과거보다 요즘 손님들의 입맛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이북식 왕만두인데도 피를 모두 벗겨내고 속만 먹는 이들이 늘어났다. 탄수화물 기피 현상이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얇은 피 만두를 업장에서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조리 시간이 까다로운 데다 피의 모양새를 온전하게 지켜낼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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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만두를 시식하고 있다. 사진 임경빈(어나더비주얼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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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만두 경쟁력 세계 최고


과거 천편일률적 조리법보다 최근에는 냉동만두의 조리법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수도권 가정의 에어 프라이어 보급률이 70%가 넘어가면서 시작된 현상이다. 냉동만두를 주로 소비하는 30~40대 주부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반면, 대학생 소비자층으로 대표되는 20대에게는 에어 프라이어 조리법이 큰 의미가 없다. 간편하게 전자레인지로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제품을 훨씬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에어 프라이어가 없이도, 전자레인지로 충분히 찜기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조리 방법도 있다. 페이퍼 타월을 물에 적셔 충분히 짠 다음 일정 간격으로 뗀 만두 위에 얹은 뒤 1분가량 돌리면 충분히 쪄먹는 만두의 맛을 재현할 수 있다.

냉동만두의 경쟁력이 충분한 수준에 이르렀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의 냉동만두는 인정받고 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냉동만두 수출은 연평균 23.4%씩 증가했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말이다. 식품업계에서 얇은 피 만두의 출시는 아주 센세이셔널한 사건 중 하나다. 많은 업체가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한 경쟁의 결과로 나온 최고의 혁신적 결과물이다. 이번 평가에서도 1등과 3등의 점수 격차가 크지 않다. 대부분 브랜드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었다는 소리다. 충분히 자랑스러워 할 만한 수치다.

냉동만두를 굳이 찾아서 먹지는 않았다. 이번 시식 기회를 통해 냉동만두의 발전 가능성을 보았다. 충분히 사서 먹어볼 만한 훌륭한 품질을 지녔다. 무조건 얇은 피를 고집하기보단 곁들이는 음식에 맞춰 여러 종류의 만두를 사서 먹으면 즐거울 것 같다.

만두 하나 빚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지 직접 업장에서 판매해 보고서야 알았다. 냉동만두가 수제 만두에 비해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스스로가 부끄럽다. 식당 못지않은 훌륭한 맛을 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업장에서도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많이 생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문영 객원기자 moonyoungba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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