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취임 후 모테기 첫 대면
북핵 협력엔 공감대 이뤘지만
위안부·오염수 입장차 재확인
5일 영국 런던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성사됐다. 하지만 정의용 장관은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문제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상은 국내 법원의 위안부 판결 문제를 거론하며 서로의 입장차만 재확인했다. [외교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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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 직후 별도로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과 회담을 가졌다. 지난 2월 취임한 이후 3개월이 지나 성사된 첫 만남이다. 미국이 한·일을 한 자리에서 불러모아 3국 회담을 열면서 한·일 양자 회담이 이뤄진 모양새다.
이날 런던 시내의 한 호텔에서 마주 앉은 두 장관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에는 공감대를 이뤘다.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실질적 진전을 가져오기 위해 지속해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책임을 인정한 국내 법원 판결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 갈등 사안을 놓고 각자가 하고 싶은 얘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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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오염수 방류 우려", 日 "위안부 해결 내놔야"
지난달 28일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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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 방류키로 한 일본 정부의 결정과 관련 한국 정부의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오염수 방류 결정이 주변국과의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이뤄졌다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외교부는 “(정 장관은) 오염수 방류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해양 환경에 잠재적인 위협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함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반면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모테기 외상은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위안부와 징용 피해자 문제에 관한 일본 측 입장을 설명하고 한국 정부가 구체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특히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현금화는 절대 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한국 측에 일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결책을 빠른 시일 내 보여줄 것을 다시 한번 강하게 요구했다"고 외무성은 밝혔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모테기 외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제기 손해배상 소송 판결 및 강제동원 피해자 관련 대법원 판결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입장을 설명했다“며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일본 측의 올바른 역사인식 없이는 과거사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두 장관이 양국 간 최대 현안인 위안부 피해자 판결과 오염수 방출을 놓고 해법을 찾기 쉽지 않으리라는 점은 회담 전부터 예견됐다. 이날 회담은 사전에 제대로 일정이 협의되지 못한 탓에 정식 회담이 아닌 '깜짝 회동'에 가까운 형태로 이뤄졌다. 특히 정 장관은 지난 3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진행될 것이란 입장을 공개했는데, 이와 관련 일본 측에선 아무런 공식 설명이 없었다. 한국 외교부 차원에서도 이날 회담 직전까지 아무런 일정 공지가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과의 사전 조율 없이 정 장관이 일방적으로 회담 개최 사실을 공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이유다. 결과적으로 이날 회담은 막판까지 일정 조율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한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사 갈등 등의 현안은 여전한 가운데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대립각은 한층 선명해졌다.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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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는 쉽사리 해소하지 못할 정도로 한·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정 장관과 모테기 외상은 이날 회담 직전까지도 전화 상견례조차 갖지 못한 상태였다. 특히 정 장관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형태로든 일본 외상과 만날 용의가 있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모테기 외상이 제안에 응하지 않으며 한·일 간 냉각기가 이어졌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소식통은 “정 장관 취임 후 물밑에서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갈등 해결 방안과 대화 제의 등이 이뤄졌지만 일본은 한 차례도 응하지 않으며 소통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며 “북핵의 경우 안보 위협 사안인 만큼 한·미·일 북핵 공조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국과의 관계 진전이나 갈등 해소 등 양자 현안에 대해선 전혀 관심 없다는 게 일본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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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공조' 확인한 한·미·일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정의용 외교부 장관(맨 오른쪽)은 5일 오후(한국시간) 런던 시내호텔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과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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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일 외교장관 회담 직전엔 한·미·일 외교 수장이 한자리에 모여 북핵 공조를 재확인했다. 3국 외교장관의 만남은 지난해 독일 뮌헨안보회의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이들은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참석차 런던을 방문 중이다. 외교부는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한반도 문제 관련 3국 간 협력 방안 및 역내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공조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 수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한·미·일 공조의 틀 안에서 협의를 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3일 일본·한국과 순차적으로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새 대북정책을 공유하는 한편 동맹국의 입장을 청취했다.
한·미·일 3국의 협력을 바탕으로 추진될 대북정책의 첫 과제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 도출이다. 앞서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억지 전략 등에 반발하며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 명의 담화를 통해 “우리는 부득불 상응한 조치들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이에 블링컨 장관은 “외교적 교류의 기회를 잡길 바란다”며 북한 측의 선제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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