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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뉴 삼성' 선언 1년…총수 부재로 투자 확대·인재 영입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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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수감 후 대규모 투자 발표 나오지 못해

“일상적 경영은 CEO가 하지만 주요 의사결정은 총수 몫”

‘동행’ 비전 따른 사회공헌활동은 지속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저는 지금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습니다.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5월6일 ‘뉴 삼성’을 선언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이 부회장의 약속은 절반의 이행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 이동통신사 미국 버라이즌과 8조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신사업에 속도를 냈지만, 올해 들어선 신사업과 관련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주요 의사 결정이 늦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재용 부회장 수감 후 주요 투자 결정 늦어져

5일 삼성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8년 경영 재개 후 ‘4대 미래 성장사업’으로 △인공지능(AI) △차세대 이동통신 △전장용 반도체 △바이오를 선정하고 이들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왔다.

AI 분야에서는 핵심 인재 영입에 나서는 한편, 한국, 영국, 캐나다 등 전 세계에 AI 연구소 7개 설립하고 연구역량을 대폭 강화했다. 차세대 통신은 칩셋·단말·장비 등 전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통해 지난해 9월 버라이즌과 네트워크 장비 및 솔루션 공급 관련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반도체는 지난 2019년 발표한 ‘비전 2030’을 토대로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늘려 왔다. 바이오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규모인 4공장 건설에 2조원 가까이 투자하며 세계 최대급 CMO로 성장했고, 삼성바이오에피스도 해외 시장을 확대 중이다.

삼성의 주요 투자는 이 부회장의 경영 메시지와 맞물려 단행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3월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국민의 성원에 우리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혁신이다”라며 미래 기술 혁신을 주문했다. 7월에는 “포스트 코로나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도전해야 도약할 수 있다”며 또 한 번 혁신을 강조했다. 구속 직전인 올해 1월6일 사장단 회의에선 “미래기술 확보는 생존의 문제다. 변화를 읽어 미래를 선점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구속 후에는 이 부회장의 경영 메시지가 끊긴 것은 물론, 삼성의 주요 투자 결정도 미뤄지고 있다. 미국에 증설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관련 결정이 지연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가 빚어지면서 삼성전자가 대규모 증설 투자를 단행하고 차량용 반도체 업체를 인수할 것이란 관측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발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해 대국민 사과 메시지에서 언급한 인재 영입도 올해 들어선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이 부회장은 당시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 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세바스찬 승, 다니엘 리 등 글로벌 석학 영입에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삼성의 인재 영입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 부회장이 부재 중인 만큼 ‘거물급’ 인물 영입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일상적인 경영 활동은 최고경영자(김기남 부회장)가 할 수 있지만, 주요 투자 결정은 총수(이재용 부회장)의 몫”이라며 “총수 부재로 인해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이 저하되는 것을 막으려면 이재용 부회장이 하루빨리 경영에 복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사회와의 동행’ 비전은 차질없이 진행

다만 이 부회장의 부재 중에도 삼성은 사회공헌활동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강조해온 ‘동행’ 비전에 따른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삼성의 오늘은 많은 국민들의 성원도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사회와의 동행을 약속했다. 지난 1월 수감된 직후 옥중 메시지를 통해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삼성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의 사회공헌활동은 지난해 코로나19 전염병이 확산되자 빛을 발했다. 삼성전자는 협력사에 2조6000억원의 자금을 조기 집행했다. 생활치료센터로 영덕연구원을 제공하거나 마스크 제조기업들에 기술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다양한 지원 사업도 펼쳤다. 지난달 28일 고 이건희 회장의 재산 60%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한 것도 이 부회장의 동행 철학에 부합한 결정이었다. 유족들은 상속세 12조5000억원 납부 외에도, 코로나19 등 감염병 극복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7000억원을,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 사업에 총 3000억원을 각각 기부했다. 이건희 회장이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평생 모은 개인소장품 중 2만3000여점은 국립기관 등에 기증하기로 했다.

이데일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5월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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