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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달라도…‘불상’으로 교감한 마이클 케나·김승영의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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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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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영의 ‘반가사유상-슬픔’ 너머로 마이클 케나가 촬영한 사찰과 불상 사진이 보인다. 공근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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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얼굴을 마주하면 떠오르는 감정들이 있다. 평온, 침착, 보호, 수용, 존경 그리고 깨달음 같은 것들.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리는 ‘반영(Reflections)’은 불상 사진과 명상적인 조각으로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전시다. 솔섬 사진으로 잘 알려진 영국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와 한국의 설치작가 김승영이 함께 꾸몄다.

전시장 한가운데 반가사유상이 자리한다. 허물어진 붉은 벽돌 더미에는 이끼가 끼어있고, 노오란 민들레도 살며시 피어있다. 익숙한듯 어딘가 낯설다. 손이 뺨이 아닌 눈가에 있다. 작품 제목은 ‘슬픔’. 반가사유상은 부처가 출가 전 인생무상을 느끼며 고뇌하던 모습에서 유래한 것이다. 김승영은 그 불상을 보며 인간 내면의 수많은 감정들을 떠올렸다. 맞은 편에는 물이 잔잔하게 소용돌이 치는 ‘마음(Mind)’이 있다. 작품에 시선을 머물면 아마득한 검은 수면으로 빨려들어갈 것 같다. 물속에 비친 풍경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며 차분히 생각에 잠기게 한다.

조각 너머 벽면에는 불상 사진들이 있다. 서양인 눈에도 강원 신흥사의 청동 대불이 인상적이었나보다. 뼈대만 남은 나무를 배경으로 가부좌를 튼 거대한 불상이 장엄하다. 사위가 하얀 눈에 잠긴 제주도 존자암지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등불과 소나무가 화면에 존재감을 드러내며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풍경 사진으로 유명한 마이클 케나의 이번 신작은 불상 사진이다. 1987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일본, 라오스, 베트남,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전역에서 촬영한 것들이다. 케나는 1987년 전시를 위해 일본에 갔다가 처음 불교 사찰을 방문했고, 불교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30년간 촬영한 사진을 모아 지난해 파리 기메 박물관에서 전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올해 10월로 연기됐다. 그 덕분에 한국에서 케나의 불상 사진들을 처음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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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나의 강원 신흥사 청동불좌상(뒤 사진)과 김승영의 설치 작품 ‘마인드’. 공근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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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두 작가 모두 기독교적 배경을 가졌다. 가톨릭 집안에서 자란 케나는 성직자의 길을 걸으려고 했다고 한다. 개신교 집안에서 자란 김승영 작가는 젊은 시절까지도 불교에 강한 거리감이 있었다고 한다. 불상을 주제로 삼은 작업을 한 작가들의 배경치고는 퍽 특이하다.

케나는 “기독교인 그리고 서양인 관점에서 불교의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에 사로잡혔다”면서 “불상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고 했다. 김승영은 “다른 문화권 작가들과 작업을 하면서 관계적 사유를 하게 됐고, 어느 순간 생각의 사슬이 끊어진 것 같다”며 “‘슬픔’에서 벽이 허물어져 있는 것도 경계를 넘어서는 시도로 봐주시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작가 모두 종교의 장벽을 넘어 깨달음의 세계에서 예술로 만난 셈이다. 전시는 5월2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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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케나가 촬영한 일본 교토 묘신지, 충북 보은 법주사, 제주 존자암지 사진(왼쪽부터). 공근혜갤러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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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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