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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靑의 뒷끝? 文 모욕죄 고소 취하하며 “성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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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 사실 지난달 말 뒤늦게 알려져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비방하는 유인물을 뿌린 30대 청년을 모욕죄로 고소했다가 2년 만에 취하했다. 최고 권력자가 시민 1명을 고소한 것을 두고, 독재 시대의 발상이라는 비판과 함께 “대통령 욕은 해도 된다”고 했던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모순된다는 지적이 여권에서도 제기됐었다. 청와대는 고소를 취하하면서도 “성찰의 계기” “향후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며 유사한 사안이 발생할 경우 고소 가능성을 열어뒀다.

조선일보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 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전단 배포에 대한 모욕죄와 관련하여 처벌 의사를 철회하도록 지시했다"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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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2019년 전단 배포에 의한 모욕죄와 관련, 처벌 의사를 철회하기로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은 본인과 가족들에 대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혐오스러운 표현도 국민 표현 존중 차원에서 용인해왔다”며 “그렇지만 이 사안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혐오와 조롱을 떠난 일본 극우 주간지 표현을 무차별적으로 인용하는 등 국격과 국민 명예, 남북관계 등 국가 미래에 미치는 해악을 고려해 대응했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하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으로서 모역적인 표현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앞으로 명백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정부에 대한 신뢰를 의도적으로 훼손하고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어도 사실관계를 바로잡는다는 취지에서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하여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사안에 따라 또다시 고소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번 사건은 2년 전인 2019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년단체인 터닝포인트의 대표 김정식(34)씨는 서울 국회 분수대 주변에서 문 대통령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 등의 선대(先代)가 친일을 했다는 내용의 전단지를 배포했다. 전단지 뒷면에는 “북조선의 개, 한국 대통령 문재인의 새빨간 정체”라는 문구 등이 적혀 있었다. 영등포경찰서는 그해 12월 김씨를 모욕죄로 입건하고 정식 수사를 진행했다. 2020년 2월에는 김씨 휴대전화도 압수했다. 김씨는 언론을 통해 “첫 조사 때 경찰이 VIP(대통령)에게 이 사안이 보고됐고, 북조선의 개란 표현이 심각하다며 꼭 처벌을 원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더라”며 “북한은 문 대통령에게 ‘삶은 소대가리’ ‘푼수 없는 추태’라고 하는데도 가만히 있으면서 왜 국민에게만 이러나. 그 표현은 내가 만든 표현도 아니고 일본 잡지 기사를 사용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경찰이 ‘공범을 얘기하면 휴대전화를 빨리 돌려받을 수 있다’며 회유하더라”고도 했다. 모욕죄는 친고죄라서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지만 당시 경찰은 고소인이 누군지 밝히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김씨를 검찰에 송치하면서 문 대통령이 법률 대리인을 통해 김씨를 고소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문 대통령이 직접 처벌을 요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고소를 뒤늦게 취하한 데는 여권 내부의 반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라는 위치는 모욕죄가 성립되어선 안 되는 대상”이라며 “시민들이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비판하고 비난마저도 할 수 있어야 하는 존재가 바로 대통령”이라고 했다. 참여연대도 고소 취하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17년 2월 한 TV프로그램에 나와 “국민은 얼마든지 권력자를 비판할 자유가 있다”고 했고, 작년 8월 교회 지도자들과 만나서도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과거엔 친문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을 “양념 같은 것”이라고 했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이 비슷한 시기 ‘민주당만 빼고(찍자)’란 칼럼을 썼던 임미리 고려대 교수를 고발했던 일을 언급하며 “당시엔 대통령도 여당도 기고만장했던 것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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