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처음 볼넷 6천 개 넘을 전망…각 팀 마운드 세대교체도 요인
신인 최고액 투수 장재영 |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올 프로야구 신인 중 최고 계약금인 9억원에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장재영(19)은 지난달 29일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 처음 선발 등판했다.
그러나 장재영은 1회초 아웃카운트 1개만 잡은 채 볼넷 5개로 5실점하고 강판당했다.
최고 구속이 시속 154㎞에 이르렀지만 '볼·볼·볼' 하다 1회도 버티지 못하고 교체된 후 2군으로 내려갔다.
장재영뿐만 아니다.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던지지 못해 경기를 망치거나 2군으로 쫓겨간 투수가 벌써 여럿 나왔다.
올해 10개 구단이 시즌 초반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볼넷이 지나치게 빈발하고 있다.
팀당 25∼26경기, 전체 일정의 17.5%인 총 126경기를 치른 3일 현재 볼넷이 무려 1천134개가 쏟아졌다. 경기당 평균 9.0개다.
지난해 초반 127경기에서 볼넷 881개, 경기당 평균 6.94개에 비하면 상당히 큰 폭으로 증가했다.
현재 추세를 산술적으로 계산한다면 올 시즌 최종 볼넷 수는 KBO리그 최초로 6천 개를 넘어 역대 최다인 6천480개에 이르게 된다.
지난해 총 볼넷 수는 5천314개였고 종전 시즌 최다 볼넷은 2016년의 5천373개였다.
볼넷뿐만 아니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몸맞는공은 122개에서 132개, 고의사구는 18개에서 36개로 대폭 늘었다.
한마디로 투수들의 제구가 엉망이다.
경기 시간마저 하염없이 잡아먹는 볼넷이 이처럼 증가한 이유는 무엇일까.
KBO리그 심판들 |
일각에서는 최근 논란이 된 심판들의 들쑥날쑥한 스트라이크존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각 심판들의 스트라이크 존은 투구추적시스템(PTS) 등을 통해 계속 점검 중인데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라며 "심판 판정의 일관성은 지난해와 비슷하고 정확성은 미세하지만, 오히려 조금 더 좋아졌다"라고 말했다.
다만 류 총장은 "심판도 선수와 마찬가지로 국내 스프링캠프로 인해 연습경기가 줄어든 탓에 일부는 시즌 초반 감각이 다 올라오지 못한 경향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심판 판정이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면 10개 구단이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한 탓에 투수들의 볼넷이 늘어난 것일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10개 구단은 프로야구 출범 이후 사실상 처음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했다.
서울 연고 3개 구단을 제외한 나머지 구단이 비교적 따듯한 남해안과 제주도에서 시즌 준비를 했지만, 그동안 구단들이 스프링캠프지로 이용했던 미국 애리조나와 플로리다, 일본 오키나와 기온과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서귀포 강창학구장 실내훈련장에서 몸 푸는 선수들 |
류선규 SSG 랜더스 단장은 "국내 전지훈련은 (추운) 날씨로 인해 아무래도 훈련 시간과 연습경기가 모자랐다"라며 "특히 실내에서 훈련을 많이 한 투수들은 투구 감각을 정상적으로 끌어올리는데 조금 애로가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흔히 야구인들은 투수가 실내에서 공을 던지다 보면 자칫 착각하기 쉽다고 한다.
실내 특성상 포수 미트에 꽂히는 공 소리가 훨씬 크게 들리면서 투구의 위력이 배가된 느낌이고, 집중력도 높아져 제구가 좀 더 수월하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밖으로 나오면 자신의 공이 생각만큼 빠르지도 않고 제구도 흔들려 당황하기도 한다.
또한 한 야구관계자는 "최근 김광현(3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과 양현종(33·텍사스 레인저스) 등 국내 간판 투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는 등 국내 각 팀은 마운드에서 세대교체를 진행 중인데 젊은 투수들이 대거 1군 경기에 나서다 보니 일부 선수는 볼넷을 남발하는 경향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단정 지을 수 없지만, 볼넷 증가 원인이 국내 스프링캠프라 하더라도 투수에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능력이 부족하거나, 타자가 겁나 도망 다니는 투수는 결국 마운드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투수들 스스로 자신감을 회복해야 할 시점이다.
shoele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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