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준비하는 가운데 CBDC 도입 이후에도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가 지금의 시장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CBDC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형태로 저장한다는 점에서 가상화폐와 유사하지만 둘은 발행 주체가 전혀 달라 차별화된다.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가명을 쓰는 익명의 프로그래머에 의해 만들어진 반면 CBDC는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보증한다. 비트코인은 실시간으로 시장 가격이 변동하지만 CBDC는 단위가 적힌 가격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가치 변동이 없다. 비트코인은 거래소나 P2P를 통해 유통되지만 CBDC는 중앙은행이나 시중은행을 통해 배포된다. 비트코인은 개인 간 거래되기 때문에 자금 세탁 가능성이 크지만 CBDC는 거래 기록이 모두 남아 추적할 수 있고 자금 세탁이 불가능하다.
금융 전문가들은 CBDC 도입 후에는 비트코인 등 민간 가상화폐 영향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네덜란드 라보뱅크는 지난달 30일 보고서에서 "중앙은행은 통제할 수 없는 유형의 대안화폐가 자신의 국내 통화정책 통제권을 빼앗아 가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중앙은행이 법정화폐를 위협하는 민간 가상화폐를 인정하지 않고 각종 규제로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크리스티안 놀팅 도이체방크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최근 보고서에서 "민간 가상화폐는 결국 CBDC 출시 이후 사용이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CBDC가 도입되면 지급수단으로서의 가상화폐 수요는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가상화폐가 금처럼 가치 저장 수단으로 남아 CBDC와 공존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씨티은행은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말이면 31만80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과감한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달 "현재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인 것은 분명하다"며 투자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을 인정했다.
[김혜순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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