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는 언제나 존재하고, 어떤 금융자산이라도 그 가격이 기술과 네트워크의 발전을 넘어서 상승하면 반드시 무너지게 돼 있습니다."
3일 데이비드 리 싱가포르경영대 교수(사진)가 매일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가상화폐나 블록체인 기술로 돈과 인재들이 얼마나 이동하느냐에 따라 향후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록체인은 거래 내용을 중앙 집중화하는 대신 불특정 다수가 분산해 인증·저장하는 기술로, 최근 금융의 탈중앙화 기술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오는 13일 '2021 서울머니쇼'에서 '블록체인! 돈의 판도가 바뀐다!'를 주제로 강연하는 리 교수는 탈중앙화된 디지털 금융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열린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런던대에서 수리경제 및 계측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고 같은 대학 정치경제대학 박사 출신인 리 교수는 영국 왕실통계협회 공인통계학자이며 싱가포르 블록체인협회 공동설립자, 핀테크 및 디지털 통화에 대한 국제기구의 컨설턴트이자 고문이다.
그는 "우리가 가장 피해야 할 일은 이해되지 않는 현상에 대해 경멸하는 것"이라며 "탈중앙화된 가상 금융 네트워크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이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이미 이 같은 시스템의 초기 단계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 교수가 몸담고 있는 싱가포르는 가상화폐 거래소 허가제를 시행하며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에 나서고 있다. 한국은 거래소 검증조차 은행에 맡기고, 정부 차원에서는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 교수는 "각국 경제 구조에 따라 다양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모든 규제기관이 직면한 공통점은 새로운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가 국가 경제의 경쟁력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최고의 인재와 기술이 가상화폐나 블록체인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리 교수는 "각국 규제기관은 기존 금융기관을 보호하는 것보다 떠오르는 핀테크 기업을 양성해 탈중앙화된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이 같은 디지털 금융이 시장 실패와 같은 기존 자본주의의 약점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리 교수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세가 급등락하는 것은 전체 디지털 금융의 극히 일부 모습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없더라도 투기는 계속 진행 중"이라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일이 계속 진행된다면 수요에 의해 가격은 다시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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