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암호, 자산·화폐·통화 등 정의에 따라 뜻 달라져
대부분 해외 주요 국가는 자산으로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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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가상화폐 광풍이 불고 있는데 여전히 이를 부르는 명칭은 통일되지 않은 채 쓰이고 있다. 가상화폐라고 부르는 곳이 있는가 하면 암호화폐, 가상통화, 가상자산, 암호자산, 디지털자산 등 다른 용어로도 불리고 있어 투자자들은 혼란을 겪는 중이다.
명칭 혼돈의 시작은 가상과 암호다. 가상은 암호에 비해 더욱 포괄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은행에서 거래되고 있는 현금이 아닌 인터넷 등 가상세계에서 쓰이는 화폐 또는 자산 모두를 의미한다. 하지만 암호로 부를 경우 블록체인 기술에 한정된다. 이에 가상화폐 업계는 블록체인이 데이터를 분산해서 저장하는 시스템을 통해 암호화를 이루는 기술인 만큼 암호라는 용어가 쓰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상으로 정의할 경우 이미 쓰이고 있는 전자화폐나 게임 내에서 쓰이는 재화와 구분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자산, 화폐, 통화의 구분은 좀더 민감하다. 자산이란 유무형의 형태로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자산으로 칭하는 것도 현재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들이 시세 변동을 통해 차익을 남겨 자산에 가깝다고 보기 때문이다. 화폐로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화폐로 부르는 쪽은 애초에 화폐의 기능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실제로 결제에 활용되는 사례도 존재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해외 결제 기업 페이팔은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를 출시했다. 국가에서 인정하고 발행하는 지폐 또는 주화를 뜻하는 통화로도 정의되는데, 중국 등 국가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하자 통화라는 용어도 함께 혼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법상으로 가상화폐는 ‘가상자산’으로 정의돼 있다. 지난 3월25일부로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은 자금세탁을 막기 위해 가상자산을 취급하려는 자에게 신고의무,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특금법에서 가상자산으로 부르는 이유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 정의한대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해외 주요 국가 역시 가상화폐를 자산으로 취급하고 있다. 법안 개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투자자를 보호하고 있는 일본은 2019년 자금결제법 개정 당시 기존에 사용하던 가상통화라는 용어를 암호자산으로 변경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를 투자의 대상으로 취급하겠다는 의미다.
유럽 역시 암호자산으로 정의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블록체인 업계를 다루는 법안 ‘디지털금융 패키지 플랜’을 채택했다. 이 법안 역시 가상화폐를 암호자산으로 부르고 있으며 금융업에 준하는 투자자 보호, 자본 기준 등 규제를 담고 있다.
미국은 정의를 통일하지 않았다. 지난 2월26일 발표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보고서에 따르면 SEC는 디지털자산으로 부르고 있으며 증권으로 판단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뉴욕은 가상화폐라는 말을 쓴다. 뉴욕은 비트라이선스 등 가상화폐 관련 사업 면허를 발급하는 등 가상화폐 제도화를 선제적으로 시도한 지역이다.
미 법무부는 암호화폐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하지만 화폐의 기능보다는 암호와 익명성에서 이어지는 불법행위에 더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법무부는 ‘암호화폐 규제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가상화폐가 불법에 쓰인 사례와 해결방안을 개괄적으로 제시했다. 윌리엄 바 전 미 법무부장관은 "암호화폐가 공공의 안전과 국가 안보를 위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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