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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의 모든 것' 위한 삶"…故정진석 추기경 장례미사 봉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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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정 추기경, 강론 중 눈물…"넓은 사랑 지니신 분"

백남용 신부 "고단한 삶, 이젠 편히 쉬시길"

4.6만명 참배객 조문…김수환 추기경 옆자리 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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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pbc 유튜브 생중계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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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영 기자] “당신의 묘어 ‘모든 이에게 모든 것’처럼 일생을 사셨습니다. 정 추기경님이 생전 세상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신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그분의 안식을 위해 기도해야겠습니다.”-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강론 中

지난 27일 선종한 고(故) 정진석 추기경이 1일 마지막 장례미사를 끝으로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정 추기경의 마지막 장례미사는 이날 명동성당에서 오전 10시부터 거행됐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과 한국 주교단이 공동 집전한 장례미사는 정부, 서울시의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사제 80명 포함 230명만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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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정 추기경. (사진=cpbc 유튜브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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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정 추기경 “근엄한 모습 이면 넓은 사랑 지니신 분”

염수정 추기경은 이날 강론을 통해 정진석 추기경의 생전 모습을 되돌아보고 추억했다. 강론 도중에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거나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오늘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의 장례미사를 봉헌하고 있다”고 운을 떼며 “먼저 정 추기경님을 우리에게 보내주신 하느님의 크신 사랑에 감사드리며, 장례기간 동안 조문해주시고 기도해주신 모든 분께 특별히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교회의 큰 사제이자 우리 사회의 어른을 떠나보낸다는 것이 참 슬프고 어려운 일”이라며 “김수환 추기경님이 돌아가셨을 때 의지하고 기댈 분이 계시지 않아 참 허전하다고 하셨던 정진석 추기경님의 말씀을 저도 이제 깊이 동감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저도 마음으로 정 추기경님을 많이 의지했다. 힘들고 어려울 때 찾아뵙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했다. 정진석 추기경님은 우리 교회와 사제들에게 어머니같은 분이셨다”고 추억하며 “겉으로 보이는 근엄하고 박력있는 모습 이면에 부드럽고 온유하며 넓은 아량과 사랑을 지니신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염 추기경은 “당신의 묘어, ‘모든 이에게 모든 것’처럼 일생을 사셨다. 진정한 행복에 대해 늘 강조하셨고 마지막 말씀에서도 행복하게 사는 것은 하느님의 뜻이라고 하셨다. 모든 것을 버릴 때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역설을 보여주셨고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이고 하느님의 뜻인지 분명히 알려주셨다”고도 강조했다.

정진석 추기경의 업적을 기리기도 했다. 염 추기경은 “교회법 분야에선 그야말로 선구자이셨다. 동양 최초로 라틴어 법전을 우리말 해설서 전집으로 출간하셨는데 이는 한국 교회사의 큰 획이 됐다”며 “단 하루도 허투루 쓰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추구한 정 추기경님의 자세는 우리가 모두 본받아야 할 덕목”이라고 했다.

또 “삶에서 여러번 생사의 고비를 지나온 추기경님은 자신의 인생을 ‘덤으로 사는 것’이라며 죽음을 거부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순리대로 받아들이셨다. 지난 2월 22일 병자 서사를 받으시고 마지막 말씀을 하신 후 하느님에게 모든 것을 내어드리겠다는 의지로 하느님 만세를 외치기도 하셨다”며 “그의 선종이 슬픔과 아쉬움에 그치지 않고 마지막 수명을 다한 하느님 자녀의 사랑으로 보여 아름답다. 다시 한 번 정 추기경님처럼 훌륭한 목자를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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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동취재단] 향년 90세의 나이로 선종한 정진석 추기경의 빈소가 29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 마련된 가운데 추모객들이 조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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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영원한 안식 기원”…참배객 4.6만명

‘너는 아무 것도 아닌 모든 것이다’ 등 정진석 추기경이 생전 남긴 말과 메시지, 기도하던 모습들을 담은 추모 영상도 공개됐다.

주한 교황대사 알프레드 슈에레브 대주교도 이날 참석해 프란치스코 교황과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의 조전을 대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조전을 통해 “정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을 느꼈다”며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고 전했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은 조전에서 “정 추기경의 선종에 애석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라며 “정 추기경님의 신앙과 교회를 향한 지칠줄 모르는 수고에 주님께서 보답하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와 사제단 대표이자 고인의 제자였던 백남용 신부,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손병선 회장은 이날 추모사를 맡았다. 한국천주교주교회 의장 이용훈 주교는 “사목활동을 제외하고는 충분한 휴식과 쉼의 생활조차 마다한 채 작은 거실과 서재를 우주 삼아 오가시며 오직 교회와 사람들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기도와 묵상, 독서와 집필에만 몰두하셨다”고 고인을 추억했다.

백남용 신부는 “수많은 따뜻한 추억을 남겨놓으시고 이제 저희 곁을 떠나 천국으로 가시지만, 그래도 모든 성인들이 이루는 통공 가운데 늘 함께 있을 수 있다고 믿어 위로가 된다”며 “모든 이들을 위해 모든 것이 되어주시려고 작정하셨던 삶이었으니 추기경님의 삶은 얼마나 고단하셨을까. 이젠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애도했다.

고별사는 정 추기경이 28년간 봉직한 청주교구의 현 교구장 장봉훈 주교가 맡았다.

장례미사 후 고인의 시신은 장지인 경기 용인 공원묘원 내 성직자묘역으로 옮겨졌다. 고인의 묘비명은 그가 생전 사목 표어(모토)로 삼아 왔던 ‘모든 이에게 모든 것’(Omnibus Omnia)으로 결정됐으며, 정 추기경은 김수환 추기경과 김옥균 주교 옆자리에 안장된다.

정 추기경의 추모 미사는 오는 3일 명동성당에서 염 추기경의 주례로 진행된다.

한편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지난 4월 30일 오후 10시 방명록 기준, 정 추기경의 빈소에는 총 4만6636명의 참배객이 다녀갔다. 방명록에 이름을 적지 않은 참배객까지 더하면 이보다 더 많은 이들이 정 추기경의 빈소를 찾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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