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발생 이스라엘 '라그바오메르'는 유대인 현자 기리는 날
올해 참가자 1만명 제한했지만 "10만명 몰려"…행사 금지했던 작년엔 충돌도
메론산에 모여 종교 축제하는 유대인들 |
(테헤란·서울=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홍준석 기자 = 29일(현지시간)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스라엘 북부 메론산에는 왜 수많은 유대인이 몰린 것일까.
예루살렘 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은 이스라엘 전통 종교축제 '라그바오메르' 축제일이었다.
라그바오메르는 히브리어로 '오메르' 즉, 유월절(Passover·이집트 탈출을 기념하는 유대인 최대 축제) 둘째 날부터 칠칠절(햇보리를 신께 바치는 기간)에 이르는 7주간의 33번째 날이다. 유대력으로는 두 번째 달인 '이야르'의 18번째 날이다.
유대인들은 이날 신비주의 유대교의 아버지라 불리는 랍비 시몬 바 요차이를 기리기 위해 메론산을 순례한다.
이 축제는 33번째 날(올해 4월 29일) 일몰과 함께 시작해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진다.
밤새 이어지는 축제는 슬픔과 애도의 시간에서 기쁨의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탈무드에 따르면 2세기 랍비 아키바 시대에 역병이 돌았는데, 이로 인해 그의 제자 2만4천명이 숨지고 단 5명이 생존했다. 생존자 중 한 사람이 랍비 시몬 바 요차이였다.
'라그바오메르' 참석한 유대인들 |
이후 신비주의를 추종하는 유대교인들은 매년 유월절 후 33일간 전염병으로 사망한 제자들을 추모한다.
33번째 되는 날 유대인들은 메론산에 모여 모닥불 '하들라카'를 피우고 전염병이 완전히 끝난 것을 기념하는 기쁨의 축제를 벌인다.
최소 44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압사 참사가 바로 이 '라그바오메르'날 발생한 것이다.
라그바오메르는 랍비 시몬 바 요차이가 사망한 날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시몬 바 요차이는 탈무드를 처음으로 편집한 랍비 아키바의 제자로, 유대 법과 윤리학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정통파 유대인은 매년 이 시기에 요차이의 무덤이 있는 메론산으로 성지순례를 떠난다.
유대인 종교행사 '라그바오메르' |
라그바오메르날 밤새 피우는 모닥불은 신비주의 유대교에서 '영적인 빛'을 상징한다.
일부 유대교 종파에서는 자녀가 3살이 됐을 때 메론산에 데려와서 생애 첫 이발을 하게 하는 전통도 있다.
매년 메론산에 모이는 유대인 집단은 다양하며 라그바오메르는 신비주의를 따르지 않는 시온주의 유대인에게도 의미 있는 날이라고 예루살렘 포스트는 전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2018년 하들라카를 보려고 메론 지역을 방문한 사람만 약 25만명이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불법으로 라그바오메르 행사가 열렸고, 경찰이 이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폭동이 일어나 수백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올해 이스라엘 당국은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된 점을 고려해 이번 행사에 1만명이 모일 수 있도록 허가했지만, 이스라엘 전역에서 버스 650대를 타고 3만명이 메론 지역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들은 이번 행사에 약 10만명이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이번 압사 사고로 최소 44명이 숨지고 150여명이 다쳤다.
이스라엘 붕괴사고 현장에 출동한 구조대·경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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