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투자사 "출국금지로 코로나19 백신 출장 막혔다"...법원"출국금지 2주 해제"
하지만 미국 출장은 무산됩니다. 남 대표가 출국금지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2018년 초 라임펀드에서 투자받은 182억여원이 문제였습니다. 서울남부지검 라임수사팀이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위해 P사를 포함 라임펀드가 투자한 업체들도 압수수색합니다. 남 대표는 이때부터 참고인 조사를 위해 출국금지됩니다. 출국금지는 올해 4월까지 1년 넘게 계속 연장됐지만 그동안 검찰의 조사는 한 차례도 없었습니다.
남 대표는 "출국금지 사실을 이번에 미국 출장을 준비하다 처음 알았다"며 "1년 동안 출국금지 통보를 해온 적도 없고 불러서 조사를 하거나 연락을 해온 적도 없다"고 말합니다. 출입국관리법 상 수사 목적의 출국금지는 1개월 이내로 해야합니다. 1개월씩 계속 연장할 수 있지만 3개월을 넘기면 반드시 당사자에게 통보를 해줘야 합니다.
P사 측은 검찰에 미국 출장과 관련한 자료들을 제출하며 출국금지 해제를 요청합니다.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과 관련해 미국 정부기관 및 업체들과 주고받은 이메일, 그리고 화상회의 자료, 초청장 등을 제출합니다. 하지만 검찰은 출국금지 기간을 5월11일까지 더 연장합니다. 결국 P사는 법무부를 상대로 출국금지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본격적인 소송에 앞서 출국금지 집행부터 정지해 달라고 신청합니다.
그리고 지난 23일 첫 재판이 열립니다. 법무부 측은 "출국금지 사실을 우편으로 통보했지만 잘 전달이 되지 않았고, 금융 수사의 특성 상 자료조사에 시간이 오래 걸려 소환조사를 하지 못했을 뿐 수사는 계속 진행중"이라며 "올해 들어 담당 수사 부서가 바뀌었고 라임펀드 투자와 별개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도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출국금지를 계속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재무 상태 악화로 주식 거래가 정지되고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P사가 코로나19 백신 대량생산이 가능할지 의문이며, P사는 막대한 임금체불로 재판도 받고 있다"고 덧붙입니다. P사 측은 "참고인 신분으로 1년 넘게 출국금지가 됐지만 검찰의 조사는 한차례도 없었다"며 "미국 출장을 성사시켜야 경영 위기도 타개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나흘 뒤 법원은 남 대표의 출국금지 집행을 5월10일까지 정지하라고 결정합니다. 즉시 출국금지는 풀어주되 5월 11일에는 반드시 귀국하도록 결정 한 겁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우려되고 긴급함이 소명된다"며 "출국금지 정지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힙니다.
P사 측은 법원 결정이 나온 다음날 곧장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에 대해 "본안에 앞서 집행을 정지하라는 결정이고 출국금지 연장이 정당했는지 따져보는 본 재판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현재는 참고인 신분이지만 계속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또 라임 수사에서 파생된 건들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다른 부서들로 재배당한 상태라고도 설명했습니다. 남 대표는 "미국 출장을 바탕으로 국내 회사를 살리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반드시 귀국할 것"이라며 "귀국해서 검찰 수사에 협조할 게 있으면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서준 기자 bei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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