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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美 창작자 후원 플랫폼 '패트리온' 기업가치 5조로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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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음악가와 엔지니어의 협업, 배고픈 예술가 사라지게 할까

기업 가치 7개월 만에 3배 뛰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성장 가속
연내IPO관측···"서비스 고도화"

조선비즈

패트리온 공동 창업자인 잭 콘티(왼쪽). 수백만 명이 유튜브에서 자신의 연주를 봤는데도, 정작 수입은 수백달러에 그친 데 실망해 패트리온을 설립했다.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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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창작자)를 후원하는 미국 플랫폼 ‘패트리온’만 잘 활용한다면 배고픈 예술가는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오프라인 공간이 없어도 언제든 전 세계 사람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데다 덩달아 후원자까지 생기면 수익까지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패트리온은 4월 8일(현지시각) 1억5500만달러(약 177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투자자로부터 평가받은 기업 가치는 40억달러(약 4조6000억원). 2020년 9월 9000만달러(약 1000억원)를 투자받을 당시(12억달러)보다 기업 가치가 세 배 넘게 커졌다. 한국의 개인방송 서비스인 ‘아프리카TV’처럼 제작자를 후원하는 일종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단기간에 이렇게 후한 평가를 받은 원인은 뭘까.

패트리온은 창작자들이 음악, 영상, 소설, 그림, 팟캐스트 등의 콘텐츠를 선보이면 이들에게 팬들이 직접 자금을 후원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장과 미술관, 극장이 문을 닫은 게 되레 기회로 작용했다. 재택근무하는 직장인이나 직장에서 해고된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새로운 창작 활동을 모색하면서, 이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몰린 배경도 있다. 패트리온은 지난해 3월 한 달 만에 5만 명 이상의 창작자가 플랫폼에 새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만으로는 이 회사의 가파른 성장을 설명할 순 없다. 2013년 설립 이후 20만 명 이상의 미술가, 음악가, 작가가 활동하고 있고, 700만 명에 이르는 팬이 이들에게 매년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안길 정도로 꾸준함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일부 창작자는 팬들의 후원을 통해 아르바이트 같은 생계 활동 없이 창작에만 집중할 정도다. 패트리온 공동 창업자인 잭 콘티(Jack Conte) 최고경영자(CEO)는 "창의성만이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하며 지속 가능한 삶을 불러온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시스템은 복잡하지 않다. 창작자는 라이트와 프로, 프리미엄 등 세 가지 요금제 중 하나를 골라 가입할 수 있는데, 각각 5, 8, 12%의 수수료를 회사 측에 내야 한다. 비싼 요금제일수록 후원자 분석과 관리, 라이브 이벤트, 전담 관리자 같은 기능이 추가된다. 패트리온에 따르면, 프리미엄의 경우 월 5000달러(약 600만원) 이상을 벌고 최소 10만 명의 소셜미디어(SNS) 추종자를 거느린 창작자에게 적당한 요금제다. 독특한 건 제작자가 다양한 방식으로 팬들에게 후원금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이다. 팬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월 지급 방식으로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고, 작품(포스팅)마다 후원금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용자는 가입 후 유튜브나 트위터, 페이스북과 패트리온을 연동하거나 원하는 분야의 크리에이터를 찾아 후원하면 된다. 더 많은 후원금을 내면 독점 콘텐츠, 온라인 채팅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패트리온 입장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광고에서 자유로운 구조이며, 창작자 입장에선 최소 5%의 수수료에 정기 후원자를 찾을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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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음악, 영상, 소설, 소프트웨어 크리에이터를 후원하는 플랫폼 패트리온의 기업 가치는 최근 40억달러로 평가받았다. / 패트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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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 출신 창업자, 대학 룸메이트와 예술가 위한 서비스 만들다

1984년생인 패트리온 창업자 잭 콘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신으로 스탠퍼드대에서 음악을 전공했다. 엘리트 음악가로서의 길만 걸었을 것 같지만, 부인인 나탈리 돈과 2008년부터 ‘폼플라무스’라는 밴드를 결성해 유튜브에서 활동하며 127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이들은 주로 인기 곡을 편곡한 영상을 올렸다.

그가 패트리온을 설립한 계기는 다름 아닌 유튜브에 대한 실망감이었다. 자신이 올린 콘텐츠를 수백만 명의 사람이 좋아함에도 고작 수백달러만 입금되는 사실에 분노한 것이다. 창작자들이 공을 들인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고민한 그는 대학 룸메이트인 샘 얌(Sam Yam)과 이를 공유했고, 2013년 5월 패트리온을 선보였다. 샘 얌은 현재 패트리온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고 있다. 그는 위치 공유 서비스인 루프트에서 일했고 모바일 개발자를 위한 플랫폼 애드휠을 설립했다. 비영리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타엑스에서 멘토로 일한 경험도 있다.

패트리온이 올해 기업공개(IPO)를 고려하고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하지만 콘티 CEO는 "정해진 계획이 없으며 팬과 창작자의 경험을 향상시키는 일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며 이를 부인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에 유치한 투자금으로 패트리온이 잠재적인 인수합병(M&A) 대상 회사를 찾고, PC와 모바일에서의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할 것으로 본다. 패트리온은 최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독일 베를린과 아일랜드 더블린에 오피스도 열었다. 콘티 CEO는 최근 "앞으로의 10년은 창작자의 10년이 될 것"이라며 "패트리온은 제2의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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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s point

범죄·레스토랑 팟캐스트에 캐릭터·애니메이션·카툰까지

패트리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창작자는 ‘트루 크라임 옵세스드(True Crime Obsessed)’라는 계정이다. 4월 12일 기준으로 후원자는 4만3770명인데, 이는 패트리온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매달 팬 개개인에게 5~20달러를 후원받는데, 이 계정의 월 수익만 최대 33만달러(약 3억8000만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에드먼드 켐퍼 같은 연쇄살인마와 경찰 출신의 살인마 드류 피터슨 같은 범죄자의 다큐멘터리를 다루는 팟캐스트 방송이다.

레스토랑의 음식과 서비스 등을 평가하는 팟캐스트를 올리는 ‘도프보이즈(Doughboys)’는 1만767명의 후원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팬들에게서 매달 1~8달러를 후원받는다. 코로나19 증상, 인종 차별 등의 사회적인 주제를 시각물로 제공하는 ‘모나 찰라비’, 흑인이 미국 사회에서 직면한 편견 등을 카툰으로 다루는 ‘키스 나이트’, 단편 애니메이션 ‘펠릭스 콜 그레이브’, 시각 장애인이 그리는 캐릭터 ‘폴 캐슬 스튜디오’,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를 겪는 사람들의 증상을 소개하는 카툰 ‘ADHD 에일리언’ 등 매우 다양한 콘텐츠를 패트리온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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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혁 이코노미조선 기자(kinoe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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