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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2년전 산 도지코인 대박인데…" 거래소 먹튀에 못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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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익스체인지에서 잡코인 200만원 어치를 사들인 A씨는 불과 몇 개월 만에 폭락 장이 찾아오자 “200만원 잃은 셈 치자”며 묻어두기로 결정했다. 원화로 바꿔 출금하기에 액수가 너무 적다는 이유였다.

A씨는 최근 도지코인이 크게 오르자 잊고 있던 거래소 아이디를 떠올렸다. 하지만 코인익스체인지는 2019년 이미 문을 닫은 상태였다. 당시 A씨가 가지고 있었던 도지코인 20만원 어치를 지금 시세로 계산하면 1488만원 수준이지만 거래소가 폐쇄돼 돈을 찾을 방법이 없다. A씨는 거래소 트위터를 통해 코인 이체가 가능한지 물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중앙일보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고객센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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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만드는 코인거래소…폐쇄 후 먹튀



우후죽순 생겨난 암호화폐 거래소로 인한 투자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짧은 시간 많은 신생 거래소가 생겨나고 돌연 폐쇄하는 건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만 하면 말 그대로 ‘아무나’ 암호화폐 거래소를 차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라이선스(면허)를 취득해야 하는 제도권 금융기관과 달리 암호화폐 거래소는 금융위원회 등 당국의 인·허가를 받을 필요도 없다. 당국조차 정확한 코인 거래소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아직도 1000만원만 내면 암호화폐 거래소 홈페이지를 만들어준다는 이른바 ‘컨설팅업체’들이 판을 치고 있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거래소 중에는 인터넷 쇼핑몰 수준의 보안과 인프라도 갖추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법의 사각지대에서 암호화폐 거래소가 난립하는 탓에 투자자 피해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배임 등 혐의로 경영진이 실형 선고를 받은 뒤 문을 닫은 코인네스트가 대표적 예다.

지난 1월 대법원은 코인네스트 경영진이 특정 암호화폐를 거래소에 상장해주는 대가로 코인 개발사로부터 차명계좌로 수억 원의 비트코인을 받은 혐의가 인정된다며 실형을 확정했다. 암호화폐 커뮤니티에는 코인네스트에 남겨둔 코인을 찾고 싶다는 투자자들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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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거래소 폐쇄로 돈을 찾지 못하게 된 투자자들이 피해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네이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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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상장을 대가로 뒷돈이 오가는 것은 개별 암호화폐 거래소가 코인 상장과 폐지에 전권을 휘두를 수 있어서다. 한국거래소의 심사를 거쳐 상장하는 주식과 달리 암호화폐는 정부 차원의 공시 규정이 없다. 국내 대형 거래소에서도 무법 속에 자라난 200개 가까운 잡코인이 거래되고 있다. 미국 최대 규모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50여개 코인만을 다룬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숫자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정부가 기본적인 코인 상장 지침을 만들고 거래소가 상장 권한을 갖되 정보 제공 노력을 소홀히 하거나 검증에 실패하면 책임을 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런 견제와 균형이 자리 잡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거래소 무더기 폐쇄…지급 불능 가능성도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개정안으로 은행 실명 계좌를 연동하지 않은 거래소들이 무더기로 폐업할 경우 시장 혼란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은행과 달리 고객의 인출 요구에 대비해 돈을 쌓아놓을 의무가 없다.

게다가 거래소가 실제로 코인을 보유한 뒤 고객에게 파는 것인지, 없는 코인을 있다고 속여 파는지도 검증할 길이 없다. 영세 거래소 폐쇄를 앞두고 암호화폐를 옮겨 담으려는 고객이 몰리면 거래 지연이나 지급 불능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일부 거래소에서는 코인 거래량 폭증으로 거래소 간 암호화폐 이체에 2~3일이 소요돼 고객 민원이 폭주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특금법 개정안 시행 전 투자자가 암호화폐와 원화 예치금을 안전하게 옮길 수 있도록 충분히 홍보할 것”이라며 “갑작스럽게 거래소가 문을 닫으면 투자자가 직접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것 외엔 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고 예금이나 투자상품처럼 보호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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