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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가위로 귀와 코를…" 미얀마 軍에 끌려간 19세, 지옥같던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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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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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다웨이에서 열린 반 쿠데타 시위에 참여한 시위대가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문구를 들고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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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미얀마 군부에 의해 구금됐다 풀려난 미얀마의 19세 A군이 3일간의 수용소 생활을 묘사한 말이다. 석방된 지 3주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A군의 몸에는 고문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어깨와 등에 남은 길고 짙은 열상은 아직 아물지 않았고, 얼굴에는 자줏빛 멍이 들어있다. 눈도 퉁퉁 부어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다.

28일 CNN에 따르면 A군은 지난 9일 오토바이를 타고 바고 지역에서 최대 도시인 양곤으로 향하던 중 검문소에서 군인들을 마주했다. 검문 검색이 진행하던 군인들은 A군의 휴대폰에서 그가 방패를 들고 시위에 참여한 모습을 발견했다. A군은 그 즉시 체포됐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A군이 체포된 이 날은 미얀마 군부가 바고 지역에서 반 쿠데타 시위대 80여 명을 사살한 날이었다.

군 수용소로 끌려간 A군은 구금된 동안 반복적으로 구타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A군은 "지휘관은 내 손을 뒤로 묶고 작은 가위로 내 귀와 코끝, 목 부위를 잘랐다"며 "내가 수용소에 도착하자마자 총을 사용해 위협했다. 쏘지는 않았지만 총을 겨눴고, 유리병으로 머리를 내려치기도 했다. 밤에는 동료 군인들을 불러 나를 때리게 했다"고 말했다.

군인들은 케이블 전선을 이용해 계속해서 A군을 채찍질했다. 길고 큰 케이블 전선 두 개를 땋아 더 크게 만들어 폭행 도구로 사용했다. A군은 "그들은 우리에게 무릎을 꿇고 등을 곧게 펴도록 강요했다. 주먹과 발길질도 날렸다. 우리가 땅에 쓰러지면 케이블 전선으로 내려쳤다"며 "너무 아팠다. 차라리 고문하지 말고 나를 죽여달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A군을 다시 반 쿠데타 시위에 참가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고문을 버텨냈다. 그는 "죽을 것 같았지만 힘을 내야 했고, 살기 위해 그들이 준 음식을 억지로 먹었다. 이곳에서 풀려나야만 다시 시위에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고문을 당하고 풀려난 지 3주가 다 된 지금도 A군은 여전히 걷기가 어렵고 단추를 제대로 채우지 못할 정도로 몸 상태가 악화한 상태라고 CNN은 전했다.

A군의 사례처럼 미얀마 군경에 잡혔다가 고문을 당했다는 증언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에는 고문당해 얼굴이 망가진 젊은 시위자의 모습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공개돼 충격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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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 녜인 투의 고문 전후로 추정되는 모습/사진=우먼피스네트워크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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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여성단체 우먼피스네트워크는 지난 19일 트위터를 통해 반 쿠데타 시위에 참여한 청년들에게 가해지는 군부의 고문 행태를 규탄하며 시민들의 고문 전후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고문 후로 추정되는 사진은 군부가 TV 채널을 통해 공개한 사진으로 알려졌다.

이 사진에 모습을 드러낸 킨 녜인 투(31)는 평소 모습과 달리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얼굴이 붓고 멍과 상처가 드러나는 등 고문의 흔적이 뚜렷했다. CNN은 그의 어머니를 인용해 킨 녜인 투가 지난 17일 한밤 중 집을 급습한 군경에 끌려갔다고 전했다. 킨 녜인 투의 어머니는 "석방된 사람이 말해주길 딸이 얼굴을 맞았다고 한다. 입술이 터지고 눈에 멍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치아도 빠졌다고 들었다"며 "딸이 너무 보고 싶다.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받게 해주고 싶다"고 호소했다.

AAPP 집계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4400명 이상이 군부에 의해 구금된 상태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포함해 정치인, 시위대, 언론인, 파업 노동자, 유명인 등이 구금돼 있다.

최근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서 미얀마의 '즉각적인 폭력 중단'이 합의됐지만, 이후에도 미얀마에서 군경의 총격에 의한 희생자가 나오는 등 유혈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아세안 정상회의 합의 사항 이행에 '상황이 안정된 뒤'라는 전제 조건을 건 상태다. 이에 합의 불이행 가능성이 커지며 미얀마 정국의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2월1일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수치 고문과 핵심 정부 인사들을 구금하는 등 쿠데타를 단행하고 1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또 재선거를 실시해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헌법에 따라 다음 총선이 비상사태 해제 뒤 6개월 이내에 치러질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지 않고 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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