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가상자산 주무부처, 과세 시기 여전히 논란
[파이낸셜뉴스] #.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비트코인을 물려줬다’는 글이 올라왔다. A씨가 지난 2월 세무서에 들러 가상자산(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아이들에게 1개씩 증여했다는 내용이다. 가족관계증명서와 비트코인을 담은 하드웨어지갑 이미지 등의 신고서를 첨부했다. A씨가 2월에 증여하기로 결심한데는 이유가 있었다. 당시 시점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5000만원이 안돼 증여세를 아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도박·불법 논란이 있지만 사실상 제도권의 영역에 한단계 더 나가간 셈이다. A씨는 “세무서에서도 비트코인 증여는 처음 있는 사례라 했고, 담당 공무원과도 여러 차례 통화했다”면서 “(소유의 근거가 되는) 하드웨어 지갑은 은행 대여금고에 보관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상자산(암호화폐) 제도권 편입을 망설이는 사이 코인 투자자들이 합법 증여에 나서고 있다. 정부가 과세를 시행하기 전이지만 이미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미 ‘금’처럼 주요자산 취급을 받는 모양새다. 정부는 내년에 가상자산에 과세할 방침이지만 투자자 보호 등의 방안이 나오지 않아 시장이 정부를 앞서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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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편입 하기도, 안하기도 고민
현재 주무부처로 거론되는 곳은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이다. 기재부는 내년에 가상자산 과세 기준을 정한다. 다만 기재부는 과세에 대한 근거로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기본 원칙만을 내세우고 있다.
금융시장을 감시 통제하는 부처는 금융위원회다. 다만 금융위는 여러차례 제도권 편입에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도권에 편입시키더라도 시장을 통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코인에 대한 가격 움직임이 비정상적일 경우 금융위가 국내 거래소의 거래를 중단하거나 제재할 방안이 별로 없다. 같은 가상자산을 놓고 해외 투자자들과 국내 투자자들간 형평성 논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량 구매한후 가격을 올려 한방에 팔아치우는 시세조작행위도 잡을 방법이 없다. 시세조종세력이 해외에 있을 경우 국내 거래소를 통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정무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국민이 많이 투자하고 관심을 갖는다고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안한다”고 말해 투자자들의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주무부처 논란 속, 내년 과세는 강행 예상
투자자뿐 아니라 정치권 비판까지 가세했지만 정부는 주무부처를 정하는 데도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7일 당정회의에서도 가상자산과 관련한 주무부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나 당정간 의견이 맞지 않아 결론을 내지 못했다. 관련 법도 현재까지는 가상화폐 거래를 규제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밖에 없다. 특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소 사업자는 오는 9월24일까지 실명 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개설하고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등록한 후에만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다.
홍남기 부총리겸 기재부장관은 지난 27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주무부처 결정과 관련한 건은 국무조정실에서 논의중”이라며 “개인 의견으로는 금융위가 가장 가까워보인다”고 말했다.
주무부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과세 방안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2022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연간 250만원을 초과한 소득에 대해 양도소득세 20%를 부과한다는 과세 원안을 내놓은 바 있다. 올해 안에 사고 팔면 양도 차익에 대한 과세는 없지만 내년부터는 세금이 붙게 된다.
홍남기 부총리는 이날 "미술품을 거래해 이득이 나도 기타소득을 과세하기 때문에 가상자산을 거래하면서 생긴 소득에 과세가 있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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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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