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감염병 지원·미술품 기증 등 3조 사회환원..12조 상속세는 5년간 나눠 납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이 최대 3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 사회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인 12조원이 넘는 상속세는 5년간 6차례에 걸쳐 납부한다.

28일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 유족을 대신해 사상 최고 수준 상속세 납부와 의료 공헌, 미술품 기증 등 사회환원 실천 계획을 발표했다.

유족들은 우선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 받고 있는 가운데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병원 설립 등 인프라 구축에 7000억원을 기부한다. 이중 5000억원은 우리나라 최초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전문병원' 건립에 사용한다. 이 병원은 △일반 △중환자 △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를 갖춘 150병상 규모 세계 수준 병원으로 짓는다.

나머지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구축과 필요 설비 지원, 감염병 백신·치료제 개발에 사용된다. 기부금은 국립중앙의료원에 출연한 뒤 관련 기관과 협의해 감염병전문병원과 연구소 건립·운영 등에 활용한다.

이어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에 3000억원을 투입한다. 향후 10년 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가운데 가정 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에 비용을 지원한다.

세부적으로는 백혈병, 림프종 등 13종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 희귀질환 환아에게 600억원을 지원한다. 지원 기간 동안 소아암 환아 1만2000여 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 명 등 총 1만7000여 명이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치료 지원에 그치지 않고 소아암·희귀질환 임상연구,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된다.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희귀질환 환아 지원 사업을 운영한다. 서울대와 외부 의료진이 고르게 참여하는 위원회는 전국 모든 환아가 각 지역에 위치한 병원에서 편하게 검사·치료 받도록 전국 어린이병원 참여도 유도한다.

이 회장 소유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1000여 건, 2만3000여 점은 국립기관 등에 기증된다. 감정가 기준 가치만 2조원에 가까울 것으로 추산된다. 개인 미술품 기증 규모로는 최대 규모다.

국보 216호인 정선의 인왕제색도, 보물 1393호인 김홍도의 '추성부도', 보물 2015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 등 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 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한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 '황소' 등 한국 근대미술 대표작가 작품 1600여 점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일부 작품은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 지자체 미술관이나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도 기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양 미술 수작을 감상하도록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 '구성', 살바도르 달리 '켄타우로스 가족'을 비롯해 샤갈, 피카소,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도 기증한다.

유족들은 이건희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 절반이 넘는 12조원 이상을 상속세로 납부할 예정이다. 이 회장이 남긴 유산은 계열사 주식과 서울 한남동 자택, 용인 에버랜드 부지, 미술품 등 총 22조~2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들이 납부할 12조원에 이르는 상속세는 전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 정부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에 달한다. 유족들은 연부연납 제도로 이달부터 5년 간 6차례에 걸쳐 상속세를 분납할 예정이다.

이번 사회환원 계획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강조한 이 회장 뜻에 따라 이뤄졌다. 삼성 관계사가 진행하는 사업 외에도 다양한 사회공헌 방안을 추진해 '사업보국'이라는 창업 이념을 실천하고 '뉴삼성'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상속세 납부와 사회환원 계획은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니라 면면히 이어온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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