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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日 교과서에서 ‘종군위안부’ 표현 빠진다… 강제성 희석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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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부, 종군 빼고 "'위안부' 표현이 적절"
향후 교과서 검정에 반영 예정
한국일보

지난달 30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일본 고교 역사 교과서에 전쟁 중 벌어진 일본군 위안부 동원에 관해 '여성이 위안부로 전지(戰地)에 보내졌다'는 취지의 설명(붉은 밑줄)이 실려 있다. 누가 피해자를 위안부로 동원했는지나 피해자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를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모호하게 설명돼 있다. 도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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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종군(從軍) 위안부'라는 용어 대신 '위안부'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동원 강제성을 희석시켜 국가 책임을 부정하기 위한 조치다. 이 같은 정부 공식 견해는 추후 교과서 검정에 반영된다. 일본이 위안부 억지 주장과 물타기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어 우려된다.

28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종군위안부’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전날 각의(국무회의 격)에서 결정했다. 일본유신회의 바바 노부유키(馬場伸幸) 의원이 종군위안부란 표현에는 일본군에 의해 강제 연행됐다는 이미지가 담겨 있다며 질문한 데 따른 답변이다.

지난달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검정교과서 중에는 ‘종군위안부’란 표현을 쓴 것도 합격했다. 중학교 사회교과서 가운데 1개사, 고교 역사종합 교과서 2개사가 1993년 '고노(河野) 담화'에 사용된 '종군위안부'와 '이른바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을 근거로 이 말을 쓴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결정으로 다음 교과서 검정 때는 이 말을 사용한 교과서가 모두 사라질 전망이다.

교과서 검정에는 ‘각의 결정 등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있을 경우 이를 바탕으로 기술한다’는 기준이 있다. 문부성은 검정이 이미 끝난 교과서에 대해서도 “교과서 회사가 정정을 신청해 오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해, 내년 사용 전에 내용 수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

日 정부, "고노 담화 계승한다"면서도 위안부 동원 강제성 부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답변서를 통해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면서도 “아사히신문이 2014년 위안부를 강제 연행했다는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1913∼2000)의 증언을 허위로 판단하고 사실관계의 잘못을 인정”한 점을 들어 ”단순히 ‘위안부’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고노 담화를 계승하면서 식민지하에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하는 것은 모순이다. 1993년 8월 4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고노 담화는 “위안소는 당시의 군 당국의 요청에 따라 마련된 것이며 위안소의 설치, 관리 및 위안부의 이송에 관해서는 옛 일본군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이에 관여했다”고 일본군의 책임을 인정했다.

한국에선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이 근래에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일본과는 다른 이유다. ‘군대를 따라 전쟁터로 나간다’는 의미의 종군(從軍)이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위안부가 됐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대신 일본군의 책임을 분명히 한다는 차원에서 ‘일본군 위안부’로 표기한다.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서도 강제성 흐리는 결정


일본 정부는 일제강점기에 한반도 출신 노무자를 데려가 강제로 노역시킨 것에 관해서도 강제성을 희석하는 방향의 답변서를 27일 결정했다. NHK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옛 국가총동원법에 토대를 둔 국민징용령에 의해 징용된 한반도 노동자의 이입(移入·이동해 들어옴)에 대해서는 ‘강제연행’ 또는 ‘연행’이 아닌 ‘징용’을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답변서를 각의 결정했다.

식민지배를 받는 조선 민중이 일본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음에도, 데려갈 때 강제력을 행사했는지 여부 등에 초점을 맞춰 용어를 구분하도록 한 것은 일제강점기 노동력 징발의 강제성을 흐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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