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연재] 아주경제 '아주 쉬운 뉴스 Q&A'

[아주 쉬운 뉴스 Q&A] 아래아한글 새 기본문서 'hwpx'가 뭐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얼마 전 국민 워드프로그램 '아래아한글'의 기본문서 형식이 바뀌었습니다. 최신 프로그램 업데이트를 적용하면, 한글 문서를 작성하고 저장할 때 기존 'hwp'가 아니라 'hwpx'라는 형식의 파일이 만들어진다고 해요. 아래아한글 사용자들이 문서를 '머신리더블(machine readable)'한 hwpx 파일로 저장하도록 유도해서 아래아한글 활용도를 넓혀나가겠다는 게, 프로그램 개발사인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 측의 설명입니다.

Q. hwpx가 뭐죠?

한컴이 2010년부터 아래아한글 워드프로그램에서 읽고 쓸 수 있게 지원한 문서파일 형식이에요. 파일은 여러 가지 형식을 갖고 있는데, 형식에 따라서 컴퓨터가 그걸 취급하는 방식이 달라져요. 예를 들면 실행파일은 컴퓨터의 운영체제(OS)가 명령을 실행하도록 돼 있는 형식이고, 문서파일이나 이미지파일, 동영상파일 같은 건 알맞은 뷰어, 재생 프로그램을 통해 내용을 펼쳐볼 수 있게 돼 있는 형식이죠.

Q. 무슨 뜻이에요?

파일의 형식이 다르다는 건 그 내용이 기록된 규칙이 다르다는 말이에요. 문서파일의 형식은 txt, doc, ppt, xls, pdf, odt 등으로 세분화돼 있어요. hwpx는 hwp와 함께, 한컴이 독자적으로 규칙을 만들어낸 형식이에요. hwp는 아래아한글 워드프로그램 사용자가 아무런 설정을 고치지 않았을 때 작성한 문서를 저장한 형식이었고, hwpx는 별도로 지정했을 때 쓸 수 있는 형식이었어요. 파일 형식의 고유한 규칙을 '포맷(format)'이라고도 부른답니다.

Q. hwp 하고 hwpx는 뭐가 달라요?

음… 사실 hwp와 hwpx가 한컴의 아래아한글 워드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둘의 차이가 거의 없어요. 둘 다 한컴의 아래아한글 워드프로그램으로 문서를 저장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포맷이고, 표현할 수 있는 정보의 형태나 스타일, 기능면에서는 동일해요. 한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던 양왕성 전 한컴 부사장님의 표현을 빌리면 "hwp가 나타낼 수 있는 것은 hwpx로 입·출력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고 해요.

Q. 똑같은 거라고요?

아니오, 물론 차이가 있어요. 일반 사용자에게는 아닐 수도 있지만, 아래아한글 문서를 '데이터'로 취급하는 IT전문가나 데이터과학자들한테는요. 이런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부서나 기업 차원에서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를 연구한다든지, 새로운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면 상당히 큰 의미가 있죠. hwp에 비해서 hwpx는 파일 속에 들어 있는 정보를 컴퓨터로 자동화 처리하거나, 다른 기술 개발에 활용하기에 더 좋은 편이에요.

Q. 왜 hwp보다 hwpx를 활용하기가 좋은데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하나는 한컴이 hwpx라는 포맷의 구조와 규격을 문서로 정리해서 공개했기 때문이에요. 그 정리된 문서를 보면 한컴 소속이 아닌 외부 기업·개발자·연구자가 hwpx라는 파일을 컴퓨터에서 처리해야 할 때 그 속에 있는 값들을 어떤 규칙으로 묶고 나누고 표현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는 뜻이에요. 다른 이유 하나는, hwpx라는 파일이 특수한 프로그램을 쓰지 않아도 내용을 들여다볼 수 있는 방식으로 '패키징(포장)'된 덕분이고요.

Q. 아래아한글 없이 hwpx를 열어볼 수 있다고요?

네. hwpx 파일을 아무거나 골라서 확장자를 'zip'으로 바꿔 보세요. 압축파일형식의 그 zip이 맞아요. zip은 윈도 같은 OS에선 압축프로그램 없이도 열려요. 열어보면 'version.xml'이니, 'settings.xml'이니 하는 파일과 'BinData'니 'Contents'니 이런 폴더가 보일 거예요. 여기서 Contents 폴더 안에 파일명이 'section'으로 시작하고 뒤에 숫자가 붙는 xml파일이 있는데, 이게 이 문서의 내용과 서식을 담고 있는 텍스트파일이에요. 윈도 기본 프로그램인 '메모장'으로 읽을 수 있어요.

Q. 그래서 어떻다는 거예요?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드디어 아래아한글 문서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내용으로 검색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hwpx는 앞으로 네이버, 다음, 구글 같은 업체의 검색서비스에서 내용을 볼 수 있게 될지도 몰라요. hwp는 zip이나 xml같이 별다른 프로그램 없이 내용을 읽고 쓸 수 있는 파일이 아니었어요. 한컴이나 다른 회사가 돈 주고 파는 프로그램을 사서 처리할 수 있긴 하죠. 그 방식이나 과정이 hwpx같이 편리하거나 효율적이지 않았어요.

Q. 내용 검색을 언제부터 할 수 있어요?

언젠가는요. 아래아한글 워드프로그램을 사용해서 문서를 만들어내는 많은 분들이, hwp가 아니라 hwpx를 많이 만들어내고 활발히 쓰면요. hwp를 더 이상 쓰지 않아도 괜찮고, hwpx가 충분히 대중적으로 통용되는 시점이 왔을 때 그렇게 되겠죠. 개인뿐 아니라 기업, 학교, 공공기관에서 아래아한글 워드프로그램을 써서 문서를 만들고 배포하는 사람들이 hwpx를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시기가 빨리 올수록 그런 미래도 앞당겨지겠죠.

Q. 한컴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건가요?

이달 15일에 한컴이 아래아한글 프로그램 중 최신버전을 포함한 일부 버전에 적용할 수 있는 '업데이트'를 배포했어요. 이 업데이트를 적용한 아래아한글에서는 문서를 작성하고나서 저장할 때 기본 지정된 포맷을 hwp가 아니라 hwpx로 바꿀 수 있어요. 가능한한 많은 사용자들이 hwpx를 저장하도록 선택하면 좋겠지만, 그래야 할 의무는 없죠.

Q. hwpx 사용을 강제하면 안 돼요?

hwpx를 쓰도록 강제할 경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개인 사용자에게는 별 차이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기업이나 공공기관 사용자들은 문서 프로그램이 전자결재, 그룹웨어 같은 내부 업무용 시스템과 연동돼 있는 곳이 많거든요. 예를 들면 이 업무용 시스템은 hwp 문서만 처리할 수 있게 개발됐을 수 있어요. 이런 환경에서 hwpx를 기본 포맷으로 바꾸면 오류를 일으키겠죠.

Q. 앞으로도 hwp만 쓰일 수도 있나요?

시간이 해결해 줄 거예요. 한컴이 배포한 업데이트는 이미 아래아한글을 사용 중인 기관·기업·개인을 위한 거라고 했는데요. 새로 판매되고 설치되는 아래아한글 워드프로그램은 처음 설치 단계에 기본 저장 문서파일 형식을 hwp와 hwpx 중에 선택하도록 했어요. 지난달 23일 변성준 대표 명의로 고객사에 전달된 한컴의 공문을 보면, 가급적 hwpx를 써 달라는 게 회사의 공식 입장이고요.

Q. 한컴이 hwp를 없애기로 한 건가요?

hwp를 완전히 없애려면 한컴이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 남아 있어요. 한컴이 업데이트를 배포해서 hwpx를 기본 저장 형식으로 바꿀 수 있게 만든 프로그램은 아래아한글 워드프로그램 중에 '2014 VP', 'NEO', '2018', '2020', 4개 버전이에요. 네 개 모두 윈도용 프로그램이고, 맥OS와 리눅스용 아래아한글 프로그램을 위한 업데이트까지 만들어서 배포할 것인지 지켜 봐야 해요.

Q. 맥OS와 리눅스 PC 사용자는 거의 없잖아요?

사용자가 적다고 업데이트 적용을 소홀히 하거나 배제한다면 hwpx 포맷이 '개방형'이라는 표현은 허울뿐인 수식어로 끝나고 말 거예요. 그리고 정부가 '개방형OS' 정책을 추진하면서 활용이 크게 늘어날 리눅스 PC 환경을 염두에 둔다면 리눅스용 아래아한글에서 hwpx 형식을 언제부터 쓸 수 있게 할지도 이 포맷의 확산에 큰 변수가 될 수 있고요. 다른 어떤 집단보다도 정부가 hwp 문서를 많이 생산하니까요.

Q. 변화를 앞당길 방법이 있을까요?

혹자는 일단 행정·공공기관에서 3년마다 업무용PC를 조달하니까, 그때에 맞춰서 새로 구축되는 업무시스템과 아래아한글 프로그램의 기본설정 등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요. 각 기관의 정보화담당관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긴 하죠. 이에 더해서 박태웅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은 "'hwpx가 지원하지 않는 문서 양식을 쓰면 안 된다'는 내부 지침이 함께 가야 한다"고 언급했고요. 일리 있는 얘기죠.

임민철 기자 imc@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