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소방관 사회 필수인력의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일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은 접종 참여를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혔지만, 일부에서 강요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특성상, 백신의 조기 접종은 필수적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엄격한 기준을 세워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신 접종, 사실상 강요해"
27일 경찰에 따르면 일부 경찰관 사이에서 '사실상 백신 접종을 강제하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소재 한 일선 경찰관은 "매일 출근하면 접종률을 확인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이니 파악할 수도 있지만, 강제접종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표했다.
경찰은 현재 접종 예약률이 저조하다고 판단해 내부적으로 직원들의 접종 예약을 독려하고 있다.
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0시 기준 경찰을 포함한 사회 필수인력의 접종 예약률은 57.4%에 그쳤다. 경찰은 이를 밑도는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명목상은 '자율 접종'이지만, 경찰은 접종 예약·실시 현황 등을 수시로 체크하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분위기가 내부에서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져 불만이 잇따르는 것이다.
서울 동대문경찰서에서는 '백신 접종을 압박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연재 동대문서장은 서신을 통해 "제가 보기에는 불안감 때문이 아니라 희망자만 맞으라고 하니까 직원들이 그 중요성을 자각하지 못해서 그런 거라 본다"며 "동대문서는 전 직원이 맞도록 하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경찰서장이 파출소장이나 지구대장에게 권고하는 것은 '백신 안 맞으면 고과로 불이익 줄 테니 그냥 맞아'라는 말과 똑같은 뜻인 걸 누가 모르냐"는 비판이 나왔다.
경찰인권센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비슷한 불만 글이 잇따랐다. 한 작성자는 "각 지역에서 사실상 '강요'하기 시작했다"며 "이 분위기면 직원들 백신 접종도 실적화 시킬 분위기"라고 불만을 표했다.
■"경찰 특성 고려, 조기접종 필요"
다만 민간의 치안을 맡는 경찰 조직의 특성을 고려하면, 백신 조기 접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사회 필수인력도 오는 8일까지 백신을 맞지 않으면 모든 국민이 백신을 맞은 후인 연말께나 접종이 가능하다. 여러 민간인과 대면해야 하는 경찰·소방관이 가장 늦게 백신을 맞는 상황이 나와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일선 경찰관은 "안 맞을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민원인들과 접촉해야 하는데, (백신을) 맞지 않고 상대하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회 필수인력도 30세 미만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자는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음에도 불안감 조성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백신 참여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백신 투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경찰 조직도 공직자이기 때문에, 합당한 기준이라면 백신 접종에 참여해 법과 질서를 지키는 데 앞장서는 것이 방법"이라며 "다만 백신 접종에 대한 객관적 기준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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