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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

오세훈호 서울시 부동산 정책과 시장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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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는 역시나 먹을 게 없는 것인가. 4월 보궐선거를 통해 서울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을 놓고 시장이 내리는 평가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 부동산 관련 규제를 상당부분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오 시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한 직후 매일경제 종합재테크 유튜브 채널 ‘매부리TV’와의 인터뷰를 통해 취임 일주일 안에 주요 재건축 단지 안전진단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선까지 내다보고 5년 안에 신규주택 36만 호를 공급하고, 그중 절반인 18만5000호를 재개발·재건축·뉴타운 정상화를 통해 공급하겠다는 게 내용의 골자다. 특히 오 시장이 강한 의지를 내비친 곳은 노원구 상계동과 양천구 목동이었다. 후보 시절 오 시장은 “이 두 곳이 안전진단을 지연시켜 재건축이 늦어진 대표적인 곳이다.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문제를 안전진단으로 시비 걸어 미룬다”고 비판했다.

오 시장은 당시 정비계획이 사실상 수립됐는데도 이를 공식적으로 결정 고시해주지 않는 행태에 대해 비판을 이어가기도 했다. 오 시장은 “여의도 시범아파트, 공작아파트 등 여기저기에서 결정 고시가 나지 않고 있다”며 “광진구 자양동, 강남구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같은 경우 단지 내 재정비계획을 세우는 건 한 달 내 가닥을 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그는 박원순 전 시장이 대폭 구조조정해 해제한 뉴타운에 대해서는 재지정 요건을 완화할 뜻을 내비쳤다. 재지정 요건을 완화해서 주택노후도, 호수밀도, 접도율 같은 기준을 원상으로 회복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오 시장은 인터뷰를 통해 “(뉴타운 해제 뒤) 시간이 흐르며 (노후도 등) 조건을 채우기 어려워진 부분도 기준을 완화해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공약을 내건 오 시장이 당선되자 시장은 뜨겁게 반응했다. 4월 16일 한국부동산원은 약세를 보였던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가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다시 살아났다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12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0.3을 기록해 지난주(96.1)보다 4.2포인트 올라갔다. 기준선(100) 밑으로 떨어졌던 지수가 다시 100을 넘겼다. 이 지수는 발표 전주 4개월 만에 처음 기준선 아래로 내려간 바 있다.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 결과가 이어졌다. 하지만 ‘오세훈 효과’에 힘입어 지수가 다시 기준선 위로 올라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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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4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 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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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매수심리 다시 들썩

매매수급 지수는 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이다. 지수가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다는 걸 의미한다. 반대로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얘기다. 지수가 100을 넘었다는 얘기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다는 얘기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지난 2월 한 때 111.9를 기록해 작년 7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하지만 정부 2·4 공급대책 발표 직후 지수는 110.6으로 조정 받더니 이내 8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4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선 아래로 내려가며 부동산 시장 조정 분위기를 보여줬지만 오세훈 당선 효과는 추세를 되돌릴 만큼 강력했다.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 시세 반등이 원인이었다. 강남권(한강 이남 11개구)은 당시 매매수급 지수가 102.2을 기록해 전주(97.2)보다 5.0포인트 올랐다. 압구정을 비롯해 재건축 단지 위주로 매수심리가 살아난 것이다. 서울을 5개 권역으로 나누면 압구정·대치·잠실동 등이 속한 동남권이 103.6으로 가장 높았다. 전주에 이 지수는 98.9를 기록해 18주 만에 100 아래로 내려갔었다. 오 시장 당선 이후 바로 매수심리가 상승하며 기준선을 뚫어버린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경기도가 115.1에서 113.7로, 인천이 112.0에서 109.2로 각각 내린 것과 대비된다. 선거 이후 압구정 등 강남을 축으로 한 재건축 단지 위주로 호가가 오르고 매물이 들어갔지만 그 외 지역은 매수심리가 강해지진 않은 것으로 관측된 것이다.

부동산114의 아파트 시세 주간동향 자료를 봐도 비슷한 현상이 보인다. 4월 16일 부동산114 주간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0.03%)보다 0.15%포인트나 상승해 0.18%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2월 26일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격이 0.22% 상승한 이후 약 두 달여 만에 오름폭이 가장 가팔랐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3%포인트 오른 0.08% 상승을 기록했다. 특히 도봉구 노원구 등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까지 상승 움직임을 키운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도봉(0.2%), 노원(0.16%)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양천(0.16%) 용산(0.13%) 구로(0.12%) 송파(0.12%) 순이었다. 양천구에서는 목동신시가지 3단지와 7단지 시세가 4000만~5000만원 뛰었다.

재건축 단지 중에서는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2차,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와 우성1·2·3차가 1500만~5000만원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확정 후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매매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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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 당선 이후 서울 집값이 꿈틀거리자 일각에서는 바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부의 아마추어리즘 부동산 정책에 실망해 오 시장에게 몰표를 던진 표심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바라고 오 시장을 뽑았는데 오 시장 역시 똑같이 집값을 올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당장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궐선거의 압승 분위기를 이어가야 할 야당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오 시장이 자칫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 시장 전략대로 묵은 재건축 규제를 풀고 대대적인 공급확대에 나서면 집값이 안정되는 것은 맞다. 다만 중요한 것은 시차다. 규제 완화로 재건축 아파트가 신축아파트로 변하는 과정에서 일반분양 물량을 쏟아내기까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재건축은 정부의 의지만으로 돌아가는 사업이 아니다. 조합을 축으로 하는 사업이다. 조합원 간 갈등 없이 사업을 순탄하게 진행하면 일정을 앞당길 수 있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내분이 일어나면 규제 완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일정은 한없이 늘어진다.

▶압구정·목동 등 허가구역 지정

하지만 다소 사업 속도가 늦어지더라도 재건축 규제 완화 기조가 이어지면 재건축 아파트 시세는 꾸준히 우상향 그래프를 탄다. 요약하자면 규제 완화 기조가 시세에 미치는 영향은 즉각적이고 시차가 짧다. 실제 공급까지 이뤄지려면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런데 현 시점에서 내년 대선 일정까지 달력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오 시장이 채를 잡고 재건축 규제 완화를 시켜도 이 시간까지 굵직한 공급물량이 나오기는 힘들고 시세만 가파르게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맹공격하며 표심을 모았던 야당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서울시가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등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것도 같은 맥락에 놓여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21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지구(24개 단지) ▲영등포구 여의도 아파트지구와 인근 단지(16개 단지) ▲양천구 목동택지개발지구(14개 단지)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4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지정 기간은 발효되는 날인 오는 27일부터 1년이다.

이로써 서울시 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앞서 지정된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동·청담동·대치동에 더해 모두 50.27㎢로 확대된다. 해당 지역 4곳의 재건축·재개발 추진 구역 내 단지는 조합 설립 전 추진위 단계를 포함해 사업 단계와 상관없이 모두 토지거래 허가 대상에 포함된다. 목동지구에서는 상업지역이 제외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 해당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없이 토지거래 계약을 체결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토지 가격의 30% 상당 금액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주거용 토지는 2년간 실거주용으로만 이용 가능하며 매매·임대가 금지된다. 서울시는 바로 자체 추진이 가능한 아파트 단지들의 지구단위계획 결정 고시, 도시계획위원회에 계류된 정비계획 등을 정상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허가구역으로 묶되 재건축 일정은 앞당기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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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오세훈 시장은 최근 방문한 여의도 시범아파트 단지를 예로 들며 “50년 된 아파트인데 집 안이나 상가를 가면 생활이나 장사가 불가능할 정도”라며 “재건축이 주변 집값을 자극한다는 우려로 막고 있는데 안전진단 배점을 20%에서 50%로 높여서 사실상 재건축을 원천봉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오 시장은 공급 확대 방안으로 과거 그가 추진했던 ‘시프트(장기전세주택)’를 다시 등판시킬 의사를 내비쳤다. 오 시장은 “결혼을 기피하는 세대를 위해서 주거가 안정돼야 하고 그 다음으로 육아와 교육이 해결돼야 한다”며 “장기전세주택이 주거 해결에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전세주택은 지난 2007년 처음 도입됐으며 20년 이후 매각이 가능해 2027년이면 시가 매각을 시작할 수 있다. 시 계산에 따르면 총 3만3000가구에 이르는 장기전세주택의 공급비용은 8조8000억원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집값이 많이 상승해 지난해 기준 시세로는 25조3000억원에 달한다. 장기전세주택 매각 시 발생하는 차익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이를 임대주택 공급에 투입하면 예산에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주택공급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서울시와 구청, 의회가 만들어내는 힘의 균형을 볼 때 오 시장 공약 중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도 많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가 정책 변화를 시도하려면 조례를 바꿔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울시의회를 민주당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현 가능성이 가장 큰 공약은 35층 층수 규제 폐지가 꼽힌다. 2011년 박 전 시장이 수립한 도시기본계획인 ‘2030 서울플랜’에 명시된 것인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결정 사항이라 오 시장 입김이 들어갈 수 있다. 오 시장은 도계위 위원 상당수를 임명할 권한을 가진다. 게다가 오 시장 경쟁 상대였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역시 같은 공약을 내건 바 있어 시의회 반대 명분도 크지 않다. 다만 용적률 규제 완화는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오 시장은 국토계획법보다 낮게 설정된 서울시 주거지역 용적률이 개발의 비효율을 초래한다고 보고 있다. 2종 일반주거지역 7층 이하 규제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서울시의회의 조례 개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설득이 쉽지 않다.

오 시장 공약은 아니었지만 재건축의 가장 큰 걸림돌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수정하는 것은 아예 오 시장이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국회가 움직여야 한다.

오 시장이 자신한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도 한계가 있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이다. 지난해까지는 1차 안전진단 기관을 시·군·구가 선정했지만 올해부터는 주체가 시·도로 변경됐다. 2차 안전진단 의뢰도 시·도가 담당한다. 과거 구청이 틀어쥐던 권한을 서울시가 가져간 셈이다. 오 시장 입장에서는 안전진단에 미치는 영향력이 올라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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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이 취임하자 재건축 규제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재건축 아파트값이 최고 2억∼3억원씩 오르는 등 과열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공작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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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 남은 임기 등 제약요인

하지만 절차를 뜯어보면 이 역시 영향력이 제한적이다. 안전진단은 ▲현지조사(예비안전진단) ▲1차 정밀안전진단 ▲2차 적정성 검토라는 세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특히 안전진단의 마지막 관문인 2차 적정성 검토를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국토안전관리원이 맡는 게 걸림돌이다. 여기서 태클을 걸면 서울시가 마땅히 대응할 방도가 없다.

다만 오 시장이 공약한 공시가의 급격한 상승 제동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최근 서울 서초구와 제주도는 공시가 산정이 부실하게 책정되었다며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단독주택 공시가 산정 근거가 되는 표준주택이 조사결과 폐가로 밝혀지는 등 공시가 산정이 ‘엉터리’라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오 시장은 4월 18일 서울시청 간담회장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원희룡 제주지사와 함께 공시가 관련 공동 건의문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4월 1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도 공시가격 관련 건의를 한 바 있다. 이날 그는 “지난 1년 동안 공동주택 공시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다”며 “상승률, 상승속도 모두 문제인 데다 근거에 대해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민심”이라고 말했다.

현장 전문가는 “오 시장이 명확한 문제의식에 근거해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킬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현실에 녹이기 위해 설득해야 하는 대상이 너무 많아 한계 역시 뚜렷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홍장원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8호 (2021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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