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에 근무환경, 성희롱 등 부당함 전해
일부는 해고되거나 해당 국가에서 추방
틱톡 로고.로이터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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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초의 짧은 영상에 ‘자유’ ‘존중’ ‘휴무’ ‘모욕 없는 삶’이란 단어가 뜨고 유니폼을 입은 젊은 여성이 노래에 맞춰 이를 털어내는 듯한 몸짓을 한다. 그리고 한 마디. “알지 마.”
2019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케냐 여성 브렌다 다마(26)가 지난해 8월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 틱톡에 올린 이 영상은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8개월만에 90만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는 다른 틱톡 영상에선 “집주인이 내가 가난한 고향(나라)에서 왔다는 이유로 돈을 훔쳤다고 비난했다”고도 했다. 쿠웨이트에서 일하는 필리핀 여성 니에자 투나카오(27) 역시 틱톡에 현지 고용주가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휴대폰을 압수하는 상황극 등을 잇따라 올려 관심을 끌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요즘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걸프지역 부국의 가정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틱톡을 부당함과 고충을 토로하는 창구로 애용하고 있다고 한다. 부유층 집에 입주해 가사를 전담하는 여성들이 대다수다. 걸프 지역에서는 고용주 권한이 아주 커 외국인 노동자가 이들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직장을 옮기거나 출국조차 할 수 없다. 휴대폰과 여권을 압수당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지난해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그나마 누렸던 ‘최소한의 자유’마저 사라지자 틱톡을 통해 일상의 고단함을 온라인 세상에 알리는 것이다. 신문은 “틱톡을 이용하는 외국인 노동자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긴 어렵지만 감염병 창궐 후 증가세가 확연하다”며 “상당수가 과로, 성희롱, 차별 문제를 호소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온라인 저항’은 이용자의 안위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다마는 틱톡 영상이 입소문을 타면서 고용주가 영상 존재를 알게 돼 해고됐다. “거짓말쟁이” “네 나라로 돌아가라”는 현지인들의 악성 댓글도 많았다. 심지어 형사고발을 당하거나 추방을 당하는 사례도 있다. 사우디 등 일부 중동 국가는 노동자가 고용주 집 사진을 온라인에 유포하면 비밀엄수 약속을 어겼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기 때문이다.
쿠웨이트에 본부를 둔 노동자권리 단체 ‘샌디건’은 2019년 말부터 틱톡 등에 올라온 게시물 관련 문제로 도움을 요청하는 외국인 여성 노동자가 70여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앤 블러바 샌디건 창립자는 “거의 다 고용주로부터 호된 질책을 당했고 일부는 거주 나라에서 쫓겨났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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