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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이슈 양승태와 '사법농단'

임종헌, 재판장의 '사법농단 단죄' 발언 의혹에 "깊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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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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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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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재판장의 ‘(사법농단) 연루자 단죄’ 발언의 진위를 확인해달라”는 신청이 기각되자 재판장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26일 공판기일에서 임 전 차장은 “피고인 발언 기회를 주시면 간략히 이야기하겠다”고 한 뒤 재판장인 윤종섭 부장판사를 둘러싼 의혹 제기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임 전 차장 측은 지난 12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대한 사실조회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2017년 윤 부장판사가 김명수 대법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한다. 연루자를 단죄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진위를 확인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재판부는 20일 이 사실조회신청을 기각했고 변호인은 지난 22일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검찰 측은 “변호인들의 사실조회 신청 목적을 보더라도 법원의 공판 준비를 위해 필요한 사항이 아니고 (사실조회신청의) 목적, 사항 등에 비춰보면 재판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고 공정성에 흠집을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사실조회신청에 대한) 재판부의 기각 결정은 타당하고 이의신청도 기각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임 전 차장은 검찰 측 의견 진술이 끝난 뒤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말했다. 그는 “2019년 기피 신청 이유서에 다음과 같이 기재했다. 존칭을 못 쓰고 그대로 읽는 것을 양해바란다”며 서류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는 “(기피신청서에) ‘재판장 윤종섭은 강형주(전 서울중앙지법원장) 주재 모임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자를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기자의 제보도 있는 바, 재판장 윤종섭의 법원행정처 판사에 대한 증인신문 태도와 재판 진행을 고려할 때 아무런 근거 없는 헛소문에 불과할지 의문’이라고 기재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피신청 기각 사유로 ‘외부모임 발언 관련, 신청인은 이 사건 법관이 외부모임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들을 엄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기자의 제보가 있었으므로 유죄의 예단을 갖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위 주장에 관한 아무런 소명이 없다’고 판시했다”며 “이 판시 내용은 신청인의 주장이 사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게 아니라 주장 사실에 대한 소명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했다.

임 전 차장은 “소명할 자료가 없어 이 점을 재반박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조선일보 2월11일자 보도에 따르면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7년 10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에 앞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10명을 초청해 면담했다. 그리고 당시 민사단독판사로 참석한 (윤종섭) 재판장님께서는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연루자를 단죄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으로 보도했고, 이 점의 진위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사실조회신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정리하면 2019년 낸 재판부 기피신청은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기각됐는데, 소명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사실조회신청을 한 것도 기각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미로 보인다.

임 전 차장은 지난 공판준비기일에 윤 부장판사가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재판한다”고 언급한 것을 거론하면서 “저 역시 30년간 법관으로 봉직한 사람으로서 재판장님의 고뇌 어린 심경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말을 이었다. 그는 “만일 조선일보 보도와 같이 재판장님께서 대법원장님이 주재한 면담에서 그와 같은 발언을 했고,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이 재판에 임했다면 피고인은 깊이 우려를 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재판장님의 깊이 있는 숙고와 성찰을 부탁드리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의신청서 내용에 대한 검사의 의견, 그리고 피고인 본인의 진술 내용 등을 살펴본 뒤 이의신청 허부(허용할지 말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임 전 차장의 발언 이후 증거 조사가 진행됐다. 사법행정권을 남용해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시작된 임 전 차장의 1심 재판은 2018년 11월 공소가 제기 후 2년6개월 가까이 진행 중이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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