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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폭락이냐 조정이냐' 기로 선 가상화폐... "3년 전처럼 안 당해" 버티는 코인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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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장 "인정 못할 화폐" 발언 등 영향
순식간에 수십 % 마이너스, 투자자는 '패닉'
"세금 내라더니 이제와 투기로 모냐" 반발 고조
한국일보

23일 오전 서울 빗썸 강남고객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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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제기되는 거품론과 우리 정부의 규제 경고가, 무섭게 질주하던 가상화폐 시장을 '검은 금요일'로 몰아 넣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23일 5,000만 원대까지 주저앉았고, 최근 폭등세를 보였던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코인)들도 이날 하루에만 수십 %씩 추락했다. 글로벌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300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비트코인 6,000만 원선까지 무너지자 투자자 사이에선 본격 폭락장으로 접어든 것 아니냐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한편에선 "이제 와 가상화폐를 투기로 몬다"며 정부에 노골적인 반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열흘 새 비트코인 30%, 도지코인 60% 급락


23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한때 5,490만 원대로 떨어졌다 오후 5시 현재 5,600만 원선을 오갔다. 지난 13일 8,000만 원을 웃돌며 '1억 원 시대' 기대감을 키운 지 불과 열흘 만에 30% 가까이 폭락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언급하면서 폭등세를 보인 알트코인 일종인 도지코인도 200원대로 급락하며 고점(575원) 대비 60% 가까이 떨어졌다.

국제 시세도 곤두박질쳤다. 이날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4만8,277달러(약 5,395만 원)대에 거래되면서 5만 달러 선이 붕괴됐다. 지난 18일 6만1,000달러를 웃돌다 닷새 만에 20% 넘게 급락했다.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도 이날 1조7,954억 달러(약 2,005조 원)으로 전날(2조331억 달러·2,270조 원)보다 300조 원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가상화폐 급락 배경에는 한국과 미국 정부의 강경한 규제 입장이 작용했다. 한국은 전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는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며 오는 9월 가상화폐 거래소가 대거 폐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날 자본이득 최고세율을 높일 것이란 보도도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정부의 자본이득세율 인상 추진에 대한 불안이 가상화폐 시장까지 덮쳤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이제 와 투기냐" 투자자들, 가격 사수 움직임도


가격 급등기에 코인 시장에 진입한 투자자들은 곤두박질친 수익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투자자는 "불과 이틀 만에 마이너스 20%까지 빠졌는데 주식시장과는 속도 자체가 다르다"고 토로했다.

과거 '비트코인 광풍' 이후 사실상 시장을 방치하다 최근 들어 잇달아 규제 목소리를 내놓은 정부에 비판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2일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와 이날까지 4만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청원자는 "어른들은 부동산 투기로 자산을 불려놓고 가상화폐는 투기니 그만둬야 하는 것이냐"며 "정부가 투자자 보호에는 발을 빼고 세금만 내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가상화폐 투자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3년 전처럼 맥없이 당해선 안 된다"며 비트코인 가격을 사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18년 초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 등이 "가상화폐 거래는 투기 도박과 비슷하다"며 거래소 폐쇄까지 언급하자 비트코인 가격은 당시 하루 새 30% 이상 폭락하며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향후 가격 흐름에 대해선 해외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엇갈린다.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최근 "비트코인이 개당 2만~3만 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본 반면, 디지털뱅킹 플랫폼인 옥시즌의 라이언 콘웨이 사업개발부문 대표는 "단기 급락이 나타나겠지만 장기적으로 여전히 강세 국면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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