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승인 앞둔 차기 mRNA 백신 전량 선구매
中도 화이자 백신 관심…"7월 허가 전망"
韓, 상반기 700만회분 외 계획 불투명
지난 7일 독일의 한 보건소에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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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이 희귀 혈전증 발생 위험이 있는 아스트라제네카(AZ)와 얀센 백신 접종을 꺼리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와 모더나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제조사들을 자국 기업으로 둔 유럽연합(EU)과 미국이 다른 옵션을 제쳐두고 두 백신 확보에 거의 ‘올인’하면서 국내 수급 상황도 불리해질 전망이다.
◇ EU, 임상 중인 독일 mRNA 큐어백 백신 4.5억만회분 계약
23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EU는 ‘접종 이득이 혈전 부작용 위험보다 크다’고 결론 난 AZ와 얀센 백신 사용을 여전히 꺼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 로이터에 따르면 EU는 제조사와 계약한 AZ와 얀센 백신 총 8억회분 중 생산이 지연돼 아직 공급이 확정되지 않은 3억회분을 아예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8억회분 외 추가 구매 계약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대신 최근 화이자 백신 1억회분의 추가 구매 계약을 맺음으로써 총 6억회분을 올해 도입하게 됐다. 인구(4억5000만명)의 3분의 2가 2차 접종까지 받을 수 있는 물량이다. 최근 앨버트 벌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이 중 2억5000만회분을 2분기까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EU는 모더나 백신도 연내 3억1000회분을 도입하기로 했다. 화이자, 모더나에 이어 세계 세 번째 mRNA 백신으로 유력한 독일 큐어백 백신도 선점했다. 큐어백은 다음 달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을 전망이고 올해 이탈리아 등 회원국과 맺은 위탁생산 계약을 통해 총 3억회분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U가 구매 계약한 물량은 4억5000만회분으로, 올해 생산량 전부를 사들인 셈이다. 계획대로라면 EU는 올해 최대 12억회분(화이자 6억회분·모더나 3억회분·큐어백 3억회분)의 mRNA 백신을 도입하게 된다.
EU는 추가로 18억회분 대량 구매를 위한 ‘메가딜’을 화이자와 진행 중이다. 이 물량은 3회차 접종이 필요해지거나 기존 접종자들의 면역 효과가 사라질 경우를 대비해 내년과 2023년에 쓸 물량이다. 화이자 백신의 수요가 늘면서 양측이 협상 중인 가격도 기존보다 상승한 것으로 전해졌다.
AZ·얀센 백신을 배제하고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선호하는 기조는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내 화이자 백신 수급은 상대적으로 원활한 상황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출시된 백신 1억9200만회분 중 절반 이상인 9900만회분이 화이자 백신이다. 최근 화이자는 다음 달까지 미국에 공급하기로 한 물량 2억회분보다 10% 많은 2억2000회분 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국은 올해 안에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합쳐 총 6억회분을 확보할 계획이다. 계획 달성을 위해 동맹국 지원에도 화이자 백신은 아끼고 있다. 오는 9월까지 일본에만 5000만회분을 공급하기로 하고, 긴밀한 방역 협조가 필요한 국경 인접국(캐나다·멕시코)에도 남는 AZ 백신만 지원하고 있다.
◇ 日, 총리 직접 나서 구매 계약…中도 화이자 백신 허가 추진
아직 화이자 백신만 사용 허가한 일본도 자국민 접종 대상자 1억1000만명(2억2000만회분)에 충분히 접종할 수 있는 물량 확보에 나섰다. 기존에 구매 계약한 1억4400만회분에 더해 지난 17일(현지시각)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직접 불라 화이자 CEO와 통화해 추가로 약 1억회분을 오는 9월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중국도 mRNA 백신에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노팜 등 자국 기업의 백신만 사용하고 있는 중국은 오는 7월 허가할 첫 서구권 백신으로 화이자 백신을 꼽고 있다. 중국 보건당국은 현재 화이자 백신의 임상시험 데이터를 분석 중이다.
중국은 mRNA 백신 구매가 늦은 만큼 자체 개발 백신에도 기대하고 있다. 최근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제약사 쑤저우 아보젠 바이오사이언스가 다음 달 mRNA 백신 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올해 최대 생산량은 1억2000만회분으로 예상된다. 보도대로라면 화이자, 모더나, 큐어백에 이어 올해 출시할 수 있는 세계 네 번째 mRNA 백신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화이자 백신 2600만회분, 모더나 백신 4000만회분 구매 계약을 맺었다. 정부는 현재 들어온 175만회분을 포함해 2분기까지 총 700만회분의 화이자 백신이 도입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모더나 백신은 애초 2분기부터 들여오기로 했으나 공급 차질로 도입 시점이 3분기 이후로 밀렸다. 제조사로부터 구체적인 도입 날짜를 약속받은 물량 비율이 EU, 미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이 때문에 1·2분기 접종용 약 1800만회분 중 AZ 백신이 가장 많은 약 1000만회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처럼 자체 백신 개발도 당장 기대할 수 없다. 아이진, 에스티팜 등이 국산 mRNA 백신 개발에 도전하고 있지만 빨라도 내년에야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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