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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기후변화로 집 잃은 ‘미국의 툰베리’…“권력자들이 해로운 시스템을 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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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티다, 기후정상회의에 참석

툰베리도 미 하원서 비판 목소리

“현명한 선택 하리라고 믿지 않아”

[경향신문]

경향신문

미국의 10대 청소년 환경운동가인 시예 바스티다가 22일(현지시간)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여해 “대담하지 못한 기후변화 대책으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세계 40여국 정상들에게 경고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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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청소년들은 역사책에 당신들에 대한 기록을 남길 사람들입니다. 여러분에 대한 제 조언은 현명하게 선택하라는 것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 세계 40명의 정상이 화상으로 한자리에 모여 기후정상회의를 연 22일(현지시간) 10대 청소년들은 세계 정상들을 향해 분노 어린 경고를 쏟아냈다. 특히 ‘미국의 툰베리’로 불리는 시예 바스티다(19)는 기후정상회의에 직접 참여해 세계 정상들 앞에서 “화석연료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멕시코 원주민인 오토미족 출신인 바스티다는 기후변화의 직접적 피해자이다. 그는 3년간의 극심한 가뭄 뒤 대규모 홍수가 일어나 마을이 파괴되자 2015년 가족과 함께 고향인 멕시코를 떠나 뉴욕으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뉴욕에서도 허리케인이 할퀴고 간 상흔을 목격하고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한 곳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바스티다는 스웨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8)가 결성한 ‘미래를 위한 금요일’의 뉴욕지부를 만들어 등교거부 운동을 주도하는 등 미국의 대표적인 청소년 환경운동가가 됐다.

바스티다는 이날 기후정상회의에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해결책은 “기후정의가 곧 사회정의라는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경제·사회 시스템은 남반구와 아프리카, 북극 등 어느 지역의 희생 위에 굴러가고 있다”면서 “식민주의, 억압, 자본주의 등 해로운 시스템을 영구화하고 옹호하는 권력자들의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바스티다는 “세계가 신재생에너지로 즉각 전환하고 화석연료 보조금과 석유 파이프라인 구축 등을 중단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부국들이 식량·물 부족, 극단적인 날씨 등 온난화의 결과로 고향에서 밀려난 ‘기후 이민자’를 인정해줄 것도 요구했다. 이어 “당신들은 우리가 비현실적·비합리적이라고 하겠지만 야심적이지도 대담하지도 못한 해결책을 가진 비현실적·비합리적인 게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툰베리도 이날 미 하원 감독위원회 환경소위에 화상으로 출석해 정치인들의 기후변화 무대응을 비판하면서 “너무 늦기 전에 화석연료 산업 보조금을 중단하지 않으면 역사가 재앙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시간의 창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현명하게 선택할 것을 조언한다. 하지만 여러분이 실제 그렇게 하리라고 한순간도 믿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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