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다단계 사기 주의보
세계적 회사 내세워 회원 모집
수익은 돌려막기식으로 배분
하위 회원 모집할 때마다 수당
신기술 익숙지 않은 5060 피해
1분기 249만5289명 새로 가입
20대 32.7% 최다… 30대 30.8%
거래 횟수 2030이 3분의 2 차지
도지코인, 하락장에도 불구 상승
“채굴량·사용 목적 불투명”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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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을 노린 가상화폐 열기가 중장년까지 확산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둔 직장인 A(58)씨는 올 초 주식 계좌에 묻어두었던 수천만원의 돈을 모두 인출해 가상화폐거래소에 입금했다. 하루에 많으면 수십 퍼센트씩 올라가는 가상화폐 투자 수익률을 보며 주가 상승률이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A씨는 “노후자금 마련 고민을 토로하던 중 지인을 통해 가상화폐에 대해 알게 됐다”며 “그 지인이 미국 쪽에서 직접 저평가된 코인 정보를 듣고 와 알려주는 대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등락하는 수익률이 위험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장기적으로 결국 오를 코인을 사는 것으로 생각하면 지금이 오히려 적기”라며 “어차피 다른 투자수단이 없으니 위험 부담이 있더라도 고수익에 베팅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A씨처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 시장에 뛰어드는 중장년층이 크게 늘고 있다. 현재 가상화폐는 ‘고위험 고수익’을 가장 잘 보여주는 투자수단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몰리는 만큼 이들을 겨냥한 사기, 범죄도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 특히 가상화폐 같은 신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의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에도 가상화폐를 이용한 다단계 사기 의심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관련 정보를 습득할 기회가 적은 50~70대를 노려 다단계 방식으로 회원을 모집하도록 하고, 고수익을 장담하며 현혹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가상화폐 다단계 사기 주의보’를 발령하고, 가상화폐 다단계 사기사건을 예방하기 위한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비트코인 하락세 비트코인 시세가 7000만원 밑으로 하락한 21일 서울 강남구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전광판에 비트코인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이재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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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 제보된 주요 사례는 △세계적 유명회사가 제휴사라고 선전하며 회원을 모집하고 수익은 돌려막기 식으로 배분 △자사 코인의 장밋빛 전망을 내세워 투자자를 현혹했지만 코인 가치 상승이 가능한지 의심되는 사례 △상장이 불명확한 코인을 미끼로 투자자를 현혹 △회원모집 시 지급한 코인이 추후 거래 금지돼 현금화가 어려운 사례 등이었다.
민생사법경찰단 관계자는 “이들 제보 사례의 공통점은 하위 회원을 많이 모집할 때마다 상위 등급의 회원에게 수당이 지급되는 다단계 조직과 유사한 구조로 운영된다는 점”이라며 “신규 회원을 데리고 오거나 실적을 냈을 때 수당 등을 가상화폐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가상화폐 관련 피해가 급증하고 수법도 정교해지고 있는 만큼 투자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상화폐는 판례상 금전이나 재화로 보지 않아 피해를 입더라도 사법기관을 통한 구제가 힘들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할 부분이다.
시는 시민들을 위한 3대 예방법도 소개했다. 먼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같은 규모의 주문을 반복 체결하는 투자자들이 있다면 공범 투입 가능성을 주의해야 한다. 코인 상장 시 가치가 몇천 배 상승한다며 해당 코인을 회사에 맡겨두라는 경우도 유사수신의 일종에 해당하고 사기 위험이 크다. 지인만 믿고 가입하는 경우에도 자신이 다른 투자자를 모집할 시 추후 피해가 생기면 피의자가 될 위험이 있으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민생사법경찰단은 의심사례를 목격할 경우 서울시 홈페이지 응답소 및 민생침해 범죄신고센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신고해 줄 것을 당부했다. 공익 제보자에게는 포상금을 지급한다. 2019년 불법 다단계 공익신고자에게 지급한 포상금 최고 액수는 3000만원이다.
◆가상화폐 신규 투자자 10명 중 6명이 2030 ‘광풍’
올해 1분기 가상화폐 분야로 눈을 돌린 투자자 10명 중 6명은 2030세대(만 20∼39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화폐 중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등 초위험 자산에 대한 과열이 더욱 심해지는 모습이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권은희 의원(국민의당)이 금융위원회를 통해 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 등 주요 4대 거래소에서 받은 투자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는 총 249만5289명이었다. 신규 가입자는 새로 실명계좌를 연동한 이용자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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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대별로는 2030세대의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20대가 32.7%(81만6039명)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30.8%(76만8775명)로 뒤를 이었다. 40대는 19.1%(47만5649명), 50대 8.8%(21만9665명), 60대 2.1%(5만1321명) 등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비중은 줄었다. 특히 20대와 30대는 신규 가입자의 전체 거래 횟수 2억8349만8000회 중 1억8849만9000회로 약 3분의 2를 차지했다.
가상화폐를 사기 위해 넣어둔 예치금은 올해 1월 말 기준 2516억6000만원에서 3월 말 5675억3000만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이 기간 전 연령대에서 고루 예치금이 늘었지만, 나이가 어릴수록 증가율이 도드라졌다. 20대가 154.7%(346억원→881억원), 30대가 126.7%(846억원→1919억원)로 예치금을 늘렸다. 특히 20세 미만의 경우 예치금 규모는 전 연령대에서 가장 작았지만, 증가율은 284.3%(2억5000만원→9억6000만원)로 가장 높았다.
알트코인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도지(DOGE)코인’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업비트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도지(DOGE)코인은 417원에 거래됐다. 지난 2월24일 업비트에 상장돼 64.90원에 거래된 이후 두 달 만에 6배 넘게 폭등한 셈이다.
아울러 올해 들어 도지코인은 87배 급등했다. 특히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들이 많게는 20% 넘게 급락하던 당시에도 도지코인은 하루에 18% 가까이 상승했다. 도지코인은 장중 한때 시가총액이 500억달러(약 56조원)를 넘어서며 가상화폐 5위에 올랐다.
도지코인은 미국 개발자가 일본 견종인 ‘시바’를 마스코트로 장난스럽게 만든 가상화폐다. 개발 취지 자체가 실용성보다 ‘재미’에 큰 비중을 둔 알트코인이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만나면서 이유 없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도지코인에 대해 “채굴량이 정해져 있지 않은 데다 사용 목적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정지혜·김준영·김범수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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