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한국국제학교 G11 남다현 |
미얀마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가 되었다. 올해 2월 1일 미얀마에서는 33년 만에 군사쿠데타가 다시 발생해 아웅산 수치는 가택연금 되었고, 민주화 시위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군부의 진압 과정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 곳 싱가포르 정부는 이미 미얀마에 거주중인 모든 싱가포르인들에게 귀국을 독려하는 메시지를 보냈고, 대한민국 또한 정부에서 마련한 임시항공편을 이용하여 일부 철수중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2월 18일 미얀마 양곤의 대한민국 대사관 앞에 100여명의 미얀마 시민들의 모여 들었다. 그들은 한국어로 '제발 도와 달라'고 외치며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들은 대한민국 대사관 말고도 미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의 대사관을 다니며 미얀마 군사쿠데타에 대한 민주화 시위 지지와 국제사회의 개입을 요청하고 있었다.
우리에게도 지금의 미얀마 시민들과는 조금 다른 듯 유사한 상황이 있었다. 114년 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국주의 열강들의 이권 다툼 회의에 그 어느 나라도 외교권을 인정해 주지 않는 조선의 외교사절단이 참석하려 한 적이 있었다. 바로 조선의 마지막 왕이었던 고종의 제 2차 만국평화회의 헤이그 특사 파견이다. 그들은 전 세계 언론을 통해 그 당시 조선의 상황인 을사늑약의 과정과 일본의 불법적 만행 등을 만방에 알리는 활동을 벌였었지만, 그 당시 열강들은 제국주의와 식민지개척 이라는 시대적 기류에 올라타려 조선이라는 자그마한 약소국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고 도움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을사늑약의 상대국 이었던 일본의 편을 들었다. 결국 고종은 강제퇴위 되었고 정미7조약은 일사천리로 체결되었다. 그리고 법령제정은 물론 행정권까지 모두 일본으로 넘어가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재 미얀마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에 대하여 군부는 무차별적 유혈진압을 진행 중이고 그 결과로 연일 희생자가 계속되어 늘어나고 있다. 세계 각국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응원한다고 메시지를 보낼 뿐 그 어떤 나라도 직접적으로 도와주지는 않고 있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고종의 헤이그 특사가 한일의정서와 을사늑약은 무효이며 조선에게 주권이 있음을 알리려 했지만, 안타까워하는 열강들 중 그 누구도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았던 것과 매우 유사하다. 얼마 전 한 싱가포르인이 자신의 집에서 가사도우미 일을 하던 20대 여성을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학대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보도된 바 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간들은 모두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들먹이던 사람들이, 왜 강대국들의 패권주의로 발생된 한 나라의 민주주의의 후퇴와 몰락에 대하여 자국의 이익과 자국민 보호라는 미명을 붙여 간과하고 바라만 보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만약 일본이 제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국이 되지 않았다면, 우리는 외부의 도움 없이 우리 힘으로 독립을 이뤄낼 수 있었을까? 한국전쟁에서 주변 강대국들을 포함한 각국의 직접적인 개입이 없었다면 우리민족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까? 미얀마 시민들이 각국의 대사관 앞에서 도움을 호소하는 상황이 아무리 안타까워도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고 있는 것을 생각할 때마다 과거 먼 이국 땅 네덜란드에서 조선의 주권을 주장했던 특사들의 마음이 이와 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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