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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문 대통령, 점심 뒤 오 시장에게 “국무회의 꼭 참석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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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홍준표 독대 뒤

3년만에 제1야당 인사만 초청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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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회의가 한 번은 대통령 주재, 한 번은 총리가 주재하는데 가능하면 꼭 참석해 주십시오. 그리고 다른 광역단체장들의 의견도 들어서 필요하면 전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1시간17분 간의 점심식사를 마치고 일어서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야당 소속 서울시장에게 국무회의에 꼭 참석해서 의견을 달라는 당부였다. 오 시장도 서울시청으로 돌아가 “(대통령에게서) 원론적인 답변을 받았습니다만 서울시의 의지가 충분히 전달됐을 것이라고 본다”고 만족해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제 예상보다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오 시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보궐선거로 당선돼 인수위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한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 문 대통령은 “지자체의 경우는 보궐선거로 가끔 당선되신 분들이 있어서 경험이 쌓여있는데, 대통령은 되자마자 바로 취임하는 경우가 경험이 없어서 상당히 힘들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세훈·박형준) 두 분이 선거 끝나자마자 바로 취임해서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공감의 취지로 말씀하셨던 것”이라며 “선거 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실제 또 행정을 맡아보면, 행정에서는 선거 때 할 수 있는 것과 조금 다른 맥락이 있으니 충분히 협력하고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문 대통령이) 했다”고 전했다. 야당 후보가 선거운동 과정에선 정부와 각을 세울 수밖에 없지만 취임 뒤에는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철희 정무수석을 창구로 지정하며 두 시장과의 소통을 거듭 약속했다.

이날 오찬 간담회는 문 대통령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4·7재보선 결과는 문 대통령에게는 뼈아픈 패배이지만, 선거에서 승리한 야당 단체장을 초청한 건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경청하겠다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제1야당 인사들만 초청해 대화를 나눈 건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직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독대한 때로부터 3년 만이다. 국민의힘 안에 유력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보궐선거로 화려하게 부활한 두 시장은 문 대통령과 대면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등 야권의 숙원을 전달하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날 오찬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공시가격과 종합부동산세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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