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이후 행방불명, 다음날 주검으로 돌아오기도
불복종 및 시위 무력화… 의사, 지도자 집중 체포
24일 아세안 회의 개최 "범죄자는 국제법정으로"
킨녜인투의 고문 전후 사진. 이라와디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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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딸은 약 5년간 영국에서 공연예술을 전공하고 7년 전 귀국했습니다. 현재 딸과 함께 살고 있지 않아요. 딸의 이웃을 통해 17일 밤 딸 집에 들이닥친 군인들이 제 딸을 끌고 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다른 5명과 함께 구금됐다고 해요.
야간 통행 금지 탓에 다음날에야 경찰서 밖에서 경찰관 두 명에게 끌려 나오는 딸을 봤습니다. 그저 멀리서만 딸을 볼 수 있었어요. 제가 소리치자 딸이 돌아봤어요. 딸의 얼굴을 보자 저도 그 고통을 느꼈어요. 딸의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딸은 잘 걷지도 못했습니다.
제 딸이 다른 곳으로 이송된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경찰서로 달려갔어요. 19일에 딸이 이송됐다는 교도소에 갔는데 거기 없다고 해요. 고문이 더 심한 곳으로 끌려갔다는 얘기도 들려요.
제 딸은 그저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민주주의를 요구했을 뿐입니다. 저는 고문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딸이 겪고 있는 고통이 느껴져요. 방송에 나온 딸의 사진을 차마 볼 수 없었어요. 저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아요. 딸이 살기만을 바랍니다. (자녀가 끌려가) 고통당하는 다른 부모의 마음과 같아요. 저는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인입니다. 그래서 기도합니다. '하나님, 제 딸을 살려 주세요. 함께 끌려간 모든 이들을 구원해 주세요. 주여, 저의 기도를 들어주세요'."
미얀마 군경에 끌려갔거나 검거령이 떨어진 의사들. 이라와디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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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미얀마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보도한 한 어머니의 인터뷰를 풀어 썼다. 그의 딸 킨녜인투(Khin Nyein Thu·31)는 17일 밤 양곤에서 집을 급습한 군경에 끌려간 6명 중 1명이다. 친(親)군부 국영방송은 "이들의 은신처에서 사제 폭탄 등 무기를 압수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붉게 멍들고 부은, 고문 흔적이 역력한 얼굴 사진을 공개하자 전 세계가 분노했다.
고문당한 딸의 얼굴이나마 먼 발치에서 확인한 엄마는 그나마 처지가 나은 게 미얀마의 현실이다. 관공서 불을 끄던 청년 등 군경에 체포된 뒤 하루 만에 주검으로 돌아온 청춘도 허다하다. 심지어 군경에 납치된 후 행방이 묘연한 장삼이사도 많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가 집계한 체포 인원만 3,000명이 넘는다.
20일 미얀마 양곤 시민들이 쿠데타 주역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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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는 특히 시위 지도자와 시민불복종운동(CDM)의 주력인 의사들을 주요 체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시위 동력을 약화시키고 CDM을 무력화하기 위한 조치다. 체포돼 고문당하거나 기소된 시위 지도자와 의사들도 잇따르고 있다. 군부는 최근 일주일도 안 된 사이에 의사 139명에게 소송을 제기하고 검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날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의 올해 의장국인 브루나이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24일 오후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다는 공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의장 공식 계정에 올렸다. 태국에 이어 말레이시아 외교부도 쿠데타 주역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이 이번 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미얀마 현지 소식통은 흘라잉 사령관의 참석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흘라잉은 최고살인자로 국제법정에 세워야 하고, (반(反)군부 진영과 소수민족으로 꾸려진) 국민통합정부가 미얀마 대표로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고 아세안을 압박하고 있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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