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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특별 관리한 이유… 윤중천 "검찰총장 될 분" 전방위 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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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직접 쓰는 윤중천·김학의 백서]
<3> 반칙 : 윤중천이 사는 법
고졸 출신… 해병대·충청도 고리로 인맥 구축
충주지청 범방위원 통해 법조계 인사와 친분
휴대폰에 전·현직 검사와 변호사 30명 저장
유력인사·재력가와의 친분형성·접대에 골몰
윤중천 몰락했지만 '제2·제3의 윤중천' 활개
한국일보

3월 31일 강원 원주 부론면 소재의 건설브로커 윤중천씨가 소유했던 별장에서 윤씨의 이름이 적힌 친목 골프대회 우승 트로피가 발견됐다. 원주=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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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건방진 말인지도 모르지만 진실 아니면 대한민국에서 윤중천이를 이길 자는 없다는 것도 잘 마음에 새겨두고
건설브로커 윤중천씨가 2012년 9월 26일 오후 10시 내연관계였던 여성 K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中

경찰이 8년 전인 2013년 3월 31일 강원 원주시 부론면 소재 건설브로커 윤중천씨의 별장을 압수수색했을 때, 윤씨 사무실에선 검사와 변호사, 판사 등 법조계 인사들 명함이 쏟아져 나왔다. 검사 5명, 경찰 7명, 판사 2명 명함과 함께 군 간부와 국가정보원 인사 명함도 6장 발견됐다.

경찰은 명함을 비롯해 별장에서 발견된 윤씨의 2007~2010년 수첩형 다이어리,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확보한 윤씨의 휴대폰 속 전화번호부 및 통화내역 등에서도 유력 인사의 연락처를 여러 개 파악했다. 윤씨 전화번호부에는 30명의 전·현직 검사와 변호사 연락처가 저장돼 있었고, 이 중 4명과는 윤씨가 직접 통화한 흔적도 나왔다.

당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비롯한 유력 인사들과 윤씨와의 관계를 추적했던 경찰 관계자는 "검사를 비롯해 모든 인사들에 대해 다 물어보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경찰은 특히 윤씨 휴대폰에서 발견된 김학의 전 차관 연락처 4개에 주목했다. '학의형' '김학의형' 'OOO학의형' 등으로 저장된 연락처들은 김 전 차관이 실명 또는 차명으로 사용하던 휴대폰으로 확인됐다. 윤씨는 김 전 차관을 '학의형'이라 부르며 허물 없이 지냈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법조계와 아무 연고도 없는 건설브로커가 어떻게 이토록 화려한 인맥을 쌓았던 걸까. 한국일보가 입수한 1,249쪽 분량의 김학의 성 접대 사건 관련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 결과보고서를 통해 윤씨가 살아온 방식을 분석했다.

'컴맹'이었다는 고졸 출신 윤씨... 내연녀에겐 "마의 달링"

한국일보

건설브로커 윤중천씨가 2019년 4월 25일 서울동부지검 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에 재소환되며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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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 주변 사람들 증언에 따르면 그는 1990년대 각종 건설 사업에 뛰어들어 부를 쌓았고, 2000년에는 건설사 '중천산업개발' 대표로 취임해 공공주택과 골프장 개발 사업 등을 벌였다.

윤씨는 기본적인 컴퓨터 사용법조차 모르는 '컴맹'이었다. 윤씨와 내연 관계였던 K씨는 2013년 3월 19일 경찰 조사에서 "윤중천을 대신해 모든 문서작업이나 동영상 같은 작업을 돕는 사람이 있다"고 진술했다. K씨가 윤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선 "당신이 빨리 메일을 만들어 마음에 있는 말들을 전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당신 메일 비밀번호는 전화번호 뒷자리예요"라며 메일 사용을 권하는 내용도 발견됐다. 윤씨가 작성한 문자메시지에선 "아침에 전화할께(게). 잘자. 마의달링" "전화 안 받고 죽을 줄 알어(아). 나 화났어" "전화가 왜 않되(안 돼)?" 등 띄어쓰기나 맞춤법 오류도 자주 발견된다.

윤씨는 체계적이고 합리적 경영자라기보다는 사업권을 따내는 데 주력한 영업형 브로커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윤씨가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면엔 한국 사회의 어두운 그늘이 깔려 있다.

인맥·뇌물로 승승장구 "유력가 친분 형성 골몰"

한국일보

최근 한국일보가 입수한 2019년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의 '김학의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 결과 보고서. 홍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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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윤중천)은 자신이 해병대 출신으로 군 장성 등 많은 사람을 알고 있고 감사원에도 O국장이라는 사람을 비롯해 아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면서 골프장 인·허가를 본인이 알아서 해결해 주겠으니 OOOO 대표이사 직함을 달라고 하였습니다.
2019년 11월 15일 사기 및 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윤중천씨의 서울중앙지법 판결문 中

1961년생인 윤씨는 충북 제천 출신으로, 고교 졸업 후 해병대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곧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윤씨는 빌라 분양 사업에서 성공했고, 이를 토대로 각종 개발사업을 했다. 문제는 윤씨가 정당한 방법을 통한 입찰과 인허가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윤씨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인허가권자와의 인맥과 친분으로 진입 장벽을 쉽게 넘을 수 있다고 믿었고, 실제로 윤씨의 믿음은 허상이 아니었다.

그는 인맥과 친분을 통해 수백억 원의 대출을 받았으며, 뇌물로 대형 공사도 쉽게 수주했다. 윤씨는 2006년 8월 지인을 통해 서울의 한 저축은행 임원을 소개받았다. 당시 '목동 공동주택 개발사업'을 추진하던 윤씨는 시공사 선정도 하지 못했고 주민동의서도 받지 못했지만 대출심사위원장이던 해당 임원은 심사위원들을 설득해 240억 원을 대출받았다. 윤씨는 그 대가로 그에게 2억 원짜리 빌라를 제공했다.

윤씨는 2010년 3월 강원도 춘천의 골프장 건물 공사를 수주할 때도 뇌물을 이용했다. 그는 시공사 임원에게 3,000만 원, 시공사 본부장에게 상품권 200만 원어치와 그림 1점을 주고 공사를 낙찰받았다. 재판부는 윤씨에 대해 "유력자 및 재력가와 친분 형성, 그들에 대한 접대에 골몰했다"고 평했다.

해병대·충청권 '동향' 인사들이 발판

한국일보

해병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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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은 후에 노래방 기계와 바가 있는 곳으로 갔는데 그곳은 신문에 나온 방이었습니다. 윤중천은 트렁크 팬티와 러닝 바람으로 그 야한 해병대 노래를 불렀고 윤중천이 노래를 시켜 제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중략)
여성 G씨가 2013년 4월 10일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 中

윤씨의 화려한 인맥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해병대'와 '충청도'다. 윤씨는 해병대 동기와 선후배, 충청권 유력 인사를 통해 또 다른 유력자와 사업가를 소개받는 식으로 발을 넓혔다.

윤씨는 해병대 인맥을 통해 중견그룹 부회장을 소개받았으며, 전·현직 군 장성과도 친분을 쌓았다. 윤씨와 친분이 있었던 감사원 고위인사 또한 육군사관학교 출신이었다. 윤씨는 해병대 전우회 행사에 참석해 100만 원씩 후원금을 쾌척했으며 동기 모임도 원주 별장에서 진행하는 등 해병대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윤씨의 군 인맥 관리는 국적을 가리지 않았다. 진상조사단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해병대 출신의 한 인사는 "주한미군 해병대 부사령관과 그 처를 2008년 7월 별장에 데리고 가서 윤중천에게 소개시켜 줬다"며 "이후 부사령관이 윤중천에게 2억5,000만 원을 빌려줬는데 돌려받지 못했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윤씨는 동향인 충청권 인사들과도 친분을 다졌다. 별장에 자주 드나들었던 충청권 건설업체 회장 A씨와 요식업체 사장 B씨는 충북 제천과 충주 출신이다. 윤씨는 이들에게 접근해 동향 사람임을 강조하며 개발사업 공동 투자를 제안하는 등 사업 파트너로 대우했다. A씨와 B씨는 2006년 8월 윤씨와 여성 3명을 동반해 제주도로 함께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런데 윤씨가 이들을 깍듯이 대접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범방위원' 통한 법조계 거미줄 인맥


OOO는 OO지검장 할 때 OOO이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 OOO가 나한테 김학의를 소개해 준 것이다. 과천 농장(멤버 중 한 명이 별장으로 쓰는 곳)에서 부부동반으로 외국인들과 같이 하는 모임이 있었는데, 그 멤버가 OOO, OOO, OOO, OOO, OOO 등이었다. OOO는 과천 농장에서도 보고 서울 일식집에서도 보고 그랬다. OOO은 OOO가 골프장에 데리고 왔던 것 같다.
건설브로커 윤중천씨의 2019년 1월 25일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3차 면담 보고서 中

윤씨의 법조계 인맥은 충청권 인사를 연결고리로 형성됐다. '범방위원'이라 불리는 법무부 산하 범죄예방위원회(현 법사랑위원회) 위원은 지역 유력가들의 검찰 내 인맥을 연결하는 핵심 조직인데, 윤씨는 범방위원들을 통해 검사와 변호사들을 알게 됐다.

범죄예방위원회는 1965년 6월 설립된 갱생보호공단의 후신이다. 현재는 법사랑위원회 명칭으로 바뀌었는데, 일종의 자원봉사단체다. 전국연합회 추천을 받아 범방위원이 되면 임기 3년간 출소자 갱생과 범죄예방 업무를 하게 된다. 출소자를 고용할 수 있는 지역 기업가나 종교인, 퇴직 교원 등이 맡는 경우가 많다.

별다른 혜택이 없는 명예직이지만, 범방위원이 되면 보이지 않는 이점이 많다. 가장 큰 혜택은 검사와의 친분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각종 회의나 행사에서 검사들과 만날 수밖에 없고 자연스럽게 식사나 술자리로 이어지며 끈끈한 관계를 맺게 된다. 2010년 '검사와 스폰서' 관계를 폭로해 화제가 됐던 정모씨 또한 범죄예방위원회 전신인 갱생보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윤씨도 대검 진상조사단 2차 면담에서 "평소 친하게 어울리던 A씨와 B씨가 김학의를 소개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밝혔다. 윤씨가 언급한 A시와 B씨는 모두 충주지청 범방위원을 지냈다. 김학의 전 차관도 1997년 충주지청장으로 재직했다. B씨는 2013년 7월 31일 검찰 조사에서 "제가 고향이 충주이고 그곳에서 범죄예방위원을 했는데, 김학의 차관이 충주지청장을 했기 때문에 두세 번 회식할 때 봤습니다"고 진술했다. 실제로 윤씨와 연루설이 돌던 법조계 인사 중 상당수가 충주지청 근무 경력이 있다.

윤씨는 김학의 전 차관을 비롯해 서울과 춘천, 충주 등에서 근무하는 전·현직 검사, 판사, 변호사와 관계를 넓혀나갔다. 과장과 허풍이 심한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지만, 법조계 네트워크가 탄탄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윤씨는 "어릴 때 검사가 되고 싶었고 해병대를 나오면서 투철한 국가관을 갖게 됐으며, 때문에 검사 일을 동경하고 좋아했다"며 법조계 인사들과의 친교 이유를 설명했다.

의사·교수·연예인... 직업 가리지 않아

한국일보

지난달 31일 한국일보 특별취재팀이 강원도 원주 부론면 소재의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소유했던 별장을 찾았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 동영상이 촬영된 곳으로 추정되는 노래방 모습. 원주=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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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천이 아는 사람들 중 평소 로비 대상으로 여겼거나 사업파트너로 생각해서 굽신거렸던 벼슬이 높은 사람들은 20명가량입니다.
그중 제일 로비대상으로 삼았던 사람들은 OOOO 명예회장 OOO씨, 법무연수원에 근무하던 김학의 검사, 가수 OOO의 장인 OOO 회장, O씨의 친형 OOO 장군, OOOO 회장 OOO씨, OOOO 부회장 OOO씨, 윤 회장 조카며느리 모친 OOO씨, 부동산 컨설팅을 하는 OOO씨, 충북 제천에서 OO사업을 하는 회장님 등입니다.
건설브로커 윤중천씨의 전 운전기사가 2013년 4월 5일 경찰에 진술한 내용 中

윤씨 인맥은 무한정 뻗어나갔다. 유명 병원 전문의부터 연예인 친인척, 대학 교수, 호텔 사장 등 직업을 가리지 않았다. 윤씨는 각종 단체와 협회, 종교단체 모임, 친목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윤씨는 이들에게 여성들을 소개했고, 때로는 소개받기도 했다.

윤씨는 유력가들과 평일 저녁 서울시내 5성급 호텔 식당이나 바에서 식사하고 노래방에 갔으며, 주말에는 수도권 골프장에서 검사들과 라운딩을 즐겼다. 윤씨는 주말마다 개인 혹은 가족 단위로 유력가들을 자신의 원주 별장에 초대했다. 그렇다고 윤씨가 자신이 알고 지내던 인사 모두에게 성 접대를 한 것은 아니었다. 윤씨는 본인과 유흥을 즐기는 이들을 '멤버'라고 칭했다.
OOO는 자식들이 같이 OO에서 유학하는 등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는데 법조인들 가운데 나와 제일 친하고 원주 별장에도 자주 왔다. OOO는 유흥을 즐기는 타입이고, 나랑 OOO, OOO는 오래전부터 서울에서 룸살롱 함께 자주 다니는 이른바 멤버였다
건설브로커 윤중천씨가 2018년 12월 26일 대검 진상조사단 2차 면담보고서 中

윤씨는 유력가의 취향과 성격, 사업상 필요성을 고려해 성 접대를 자연스럽게 제안하고 제공했다. 심지어 "생일을 축하해주겠다"며 성 접대한 경우도 있었다. 경찰 조사에서 한 대학교수는 "2007년 8월 21일 윤중천이 서울 역삼동 호텔 바에 있다고 하며 '생일 축하해줄 테니 나와라'라고 해서 갔다가, '집에 가서 한잔 더하자'는 말에 윤중천 집으로 가게 됐다"며 "윤중천이 어떤 여자에게 전화해 '손님이 왔으니 집으로 빨리 오라'고 했고, 상대 여자는 잠을 자다가 전화를 받았는지 오기 싫어하며 '못 간다'고 했는데, 윤중천이 강압적인 목소리로 '무조건 오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김학의, 검찰총장 하실 분" 윤중천이 특별관리

한국일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2019년 5월 12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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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천 회장이 ‘학의형’이라고 부르는 김학의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김학의라는 사람은 요즘 윤중천 회장이 성 접대한 사건 때문에 법무부 차관을 하다가 그만둔 사람인데 텔레비전에서 볼 때는 아주 점잖은 사람으로 보이지만 사실 저는 그런 점잖은 모습을 보고 웃었습니다.
김학의라는 사람은 윤중천 회장이나 L언니, 저와 있을 때는 텔레비전에서 보는 모습이나 행동과는 전혀 딴판인 사람이었습니다.
여성 G씨가 2013년 4월 6일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 中

특히 김학의 전 차관은 윤씨의 특별관리대상이었다. 2013년 경찰 조사에선 피해자와 참고인 입을 통해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진술이 나왔다.

윤씨 운전기사였던 C씨는 "당시 윤중천 회장이 김학의 검사를 칭하면서 '학의형은 검찰총장까지 올라가실 분이니 내가 잘 보여야 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며 "김학의 검사를 통해 형사사건 청탁이나 법조계 인맥을 활용하기 위해서 수시로 만나 친분을 쌓은 것 같고, 자기가 알고 지내던 여성들을 김학의 검사에게 소개시켜 유흥을 즐기도록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이 김 전 차관과 성관계를 했다고 인정한 여성 L씨도 경찰에서 "김학의는 윤중천이 '학의형'이라 부르며 온갖 비위를 맞추며 중요한 사람이라고 저에게 세뇌시키듯 잘 모셔야 한다고 했다"며 "김학의가 저에게 성관계를 요구하는 것을 거부할 생각은 엄두도 못 냈다"고 밝혔다. 윤씨는 L씨가 김 전 차관과의 성관계를 거부할 경우 욕을 하거나 "학의형도 기분 다 망쳤잖아, 씨OO아"라며 고함을 질렀다고 한다.

그랬던 윤씨는 평소 주변인에게 "검사장 승진 대상자에 자신(김 전 차관)이 거론되지 않는다고 푸념하길래 알고 지내던 청와대 인사에게 청탁을 세게 했다"고 말하거나 "(김 전 차관) 성관계 동영상이 있는데 나중에 한번 크게 써먹을 거야"라며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김 전 차관 앞에선 잘 따르면서, 뒤에선 그를 이용할 생각을 품고 있었던 셈이다.
제가 직접 김학의라는 분을 별장에서 서울 자택으로 모시고 갈 때도 있었고 서울에서 별장으로 모시고 오는 일도 두어 번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서울에서 여자가 내려와 같이 지내고 여자는 새벽에 가곤 했습니다. 윤 회장은 한때는 김학의 그분이 검찰총장까지 할 분이라고 자랑했습니다.
건설브로커 윤중천씨의 운전기사가 2013년 4월 5일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 中

윤중천 몰락했지만 제2·3의 윤중천은 여전히

한국일보

지난달 31일 강원도 원주 부론면 소재의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소유했던 별장의 모습. 원주=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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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것만 같던 윤씨의 성공가도는 2007년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윤씨는 수백억 원대 대출을 받아 추진하던 목동 공동주택개발이 실패하면서 빚을 변제하지 못하게 됐고, 이후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인맥에 대한 윤씨의 집착은 멈출 줄 몰랐다. 채무에 시달리던 윤씨는 2010년대 초반까지 서울 양재동에 모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원주 별장에서 접대를 계속했다. 윤씨는 쌓인 빚을 그동안 맺은 인맥을 통한 새 건설사업 등으로 해결하려 했는데, 이 빚이 결국 모래성 같았던 윤씨 성공의 발목을 잡았다. 윤씨가 그토록 매달렸던 인맥도 빚 앞에선 소용 없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2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알선수재 등 혐의로 윤씨에게 징역 5년6월과 추징금 15억 원을 확정했다.

"대한민국에서 윤중천이를 이길 자가 없다"며 자신만만해 하던 윤씨. 그가 세상을 지배하도록 만든 건 법과 공정이 아닌 인맥과 친분이었고, 규칙이 아닌 반칙이었다. 안타깝게도, 윤씨의 성공 방정식이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는 게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검사와 변호사에게 향응을 제공한 라임자산운용의 전주(錢主) 김봉현이 대표적이다. 당시 윤씨와 어울렸던 사람들은 김 전 차관을 제외하면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평온한 생활을 하고 있다.
윤중천ㆍ김학의 백서를 쓰는 이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스스로 과거의 잘못을 찾아내 진실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통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 2017년 12월 법무부는 검찰 과거사위원회를 발족하면서 과거 사건 규명을 통한 ‘더 나은 미래’를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이 선정한 ‘윤중천ㆍ김학의 성접대 사건’은 가장 주목 받는 사건으로 꼽혔다. 과거사위는 이후 “검찰의 중대한 봐주기 수사 정황이 확인됐다”고 발표했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검찰개혁의 기폭제가 되기는커녕 당사자들이 제기한 소송과 정치적 논란, 그리고 ‘불법 출국금지’와 ‘면담보고서 왜곡’이라는 후유증만 남겼다. 한국일보는 그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1,249쪽 분량의 ‘윤중천ㆍ김학의 성접대 사건 최종 결과보고서’와 수사의뢰의 근거가 된 ‘윤중천ㆍ박관천 면담보고서’를 입수했다.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 검찰ㆍ경찰ㆍ사건 관계인들을 접촉해 불편한 진실이 담긴 뒷이야기도 들었다. 이를 통해 자극적이고 정치적인 구호에 가려 주목 받지 못한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지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낸 이유는 ‘압도적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데 보탬이 되기 위함이다. 과거사위와 진상조사단이 1년간 파헤치고도 발간하지 못한 백서를 한국일보가 대신 집필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 싣는 순서> 윤중천ㆍ김학의 백서

<1> 면담보고서의 이면

<2> 진상조사단의 실체

<3> 반칙 : 윤중천이 사는 법

<4> 이전투구 : 김학의 동영상

<5> 법과 현실 : 성접대와 성착취

<6> 동상이몽 : 검찰과 경찰

<7> 반성 : 성찰 없던 활동


특별취재팀=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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