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비용 330만원 강제집행은 권한남용
재판부 "외국에 대한 강제집행.. 신중해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하며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 지난 1월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눈사람이 놓여져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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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1차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 등이 일본 정부로부터 소송비용은 받아낼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심 판결을 내린 재판부지만, 구성원이 바뀌면서 앞선 판결과 다소 배치되는 결정을 내놓은 것이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지난 1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1인당 1억원과 지연이자, 소송비용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바뀐 민사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330만원의 소송비용에 대해서는 국내 법원이 강제집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당 판결에 의해서 소송비용을 강제집행을 하는 것이 권리남용에 해당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재판부는 “이 사건 본안 소송은 주권면제(한 국가가 다른 나라의 재판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된다는 원칙)를 인정하지 않고 일본 정부에 대한 공시송달로 소송을 진행해 원고 승소판결이 확정됐지만, 외국에 대한 강제집행은 국가의 주권과 권위에 손상을 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재산이 한국 영토 내에 있고 △정부의 권력적, 비상업적 외의 목적으로 일본에 의해 사용됐거나 사용될 경우 △분쟁절차의 대상인 정부와 관련성이 인정되는 경우 등이 충족될 때만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 있는데, 재판부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에 그 동안 체결된 이른바 한일청구권협정과 위안부 합의 등과 관련해 최근 양국이 위안부 합의의 유효를 확인한 점, 상당수 피해자들이 기금(화해·치유재단)을 받아간 점, 잔액이 반환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추심결정의 인용이 비엔나 협약27조 등 국제법을 위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비엔나 협약 27조는 어느 나라도 조약의 불이행에 대한 정당화의 방법으로 국내법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어 “극단적으로 조약이 국내적으로 무효가 선언되는 사정이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제법적 효력은 손상될 가능성이 없다”며 “여전히 대한민국은 조약의 준수의무를 부담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외국 정부의 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은 현대 문명국가들 사이의 국가적 위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를 강행하면 우리 사법부의 신뢰를 저해하는 등 중대한 결과에 이를 수 있다”며 “일본 정부 재산을 강제집행하게 되면 헌법상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와 상충되는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결정은 소송비용에 관한 것으로 1차 소송의 판결, 지난 13일 재산개시 신청과 별도다. 판결이 확정되면 기록을 보존하는 절차가 있는데, 이 절차를 끝내기 위해선 소송비용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재판부가 직권으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피해 할머니 측에서 위자료에 대한 강제집행 신청은 가능하다. 판결 효력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 측은 서울중앙지법에 재산 명시 신청을 낸 바 있다.
#위안부 #서울중앙지법 #소송비용
jihwan@fnnews.com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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