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폭행 흔적 감추기
사망자 수 축소 등 의도
경찰 “화장됐다” 통보도
희생자 무덤까지 파헤쳐
미얀마 반군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사망한 이들의 시신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군부가 시신을 가져간 후 이를 가족에게 돌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매체 미얀마 프런티어는 지난 19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많은 이들이 사망자의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해 작별도 고할 수 없는 추가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만달레이 지역에 사는 조 린(47)은 지난달 11일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가 사망한 외아들의 유해를 여전히 찾고 있다. 아들의 사망 소식에 즉각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지만, 현장에는 아들이 쓰고 있던 마스크만이 남아 있었다. 목격자들은 군인들이 승용차에 아들의 시신을 실어 옮겼다고 했다. 사고 이틀 후에야 지역경찰은 “아들이 화장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골이 어디 있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조 린은 미얀마 프런티어에 “아들의 유골이라도 매장하기 위해 경찰에게 사과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은 ‘도울 의무가 없다’며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현재까지도 조 린은 아들의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지난달 17일 양곤의 거리 시위에서 남편을 잃은 이 몬 떼인 역시 아직까지 남편의 시신을 찾고 있다. 주변의 모든 병원을 뒤지고,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문이 들릴 때마다 현장을 찾았지만 남편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최소 70명 이상이 사망한 양곤 서북부 흘라잉 따야 지역에서만 12명의 시신이 사라졌다. 만달레이에서도 최소 세 가족이 망자의 시신을 찾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시신이 발견될 때마다 가족을 찾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19일에도 만달레이에서 폭행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시신의 사진이 올라왔다. 이날 아침 군용 트럭이 이 시신을 버리고 갔다고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신 은폐뿐 아니라 묘지 파괴도 자행되고 있다. 민간인 사망자를 매장하고 ‘봄의 혁명의 영웅’이라는 묘비를 세운 바고 지역의 공동묘지는 이날 군인들에 의해 파헤쳐졌다. 한 목격자는 현지매체 미얀마 나우에 “그들은 이 무덤이 불법이기 때문에 시신을 별도의 무덤에 묻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군부가 폭력의 잔혹성을 숨기거나 사망자 숫자를 축소하기 위해 시신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추정한다. 실제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이미 무덤에 묻힌 19세 소녀의 시신을 도굴, 부검해 군부의 총격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누적 사망자 수가 600명을 넘은 지난 9일에도 군부는 민간인 사망자 수가 248명이라고 축소 발표한 바 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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