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솔깃해 무분별 투자…부모돈에 은행대출까지 얻어
도박 같은 사행성 투기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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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27·가명)씨는 하루종일 가상화폐(암호화폐) 차트에 매달려있다. 처음엔 100%씩 상승하는 수익률이 흥미로웠다. 수익률에 비해 소액으로 투자하다 보니 정작 수익금은 크지 않았다. 큰돈을 벌겠다는 생각에 결국 부모님 돈까지 끌고 와 투자하기 시작했다. 정씨는 "가상화폐 시세가 상승할 땐 무감각한데 하락할 땐 모두 잃을까 불안하다"면서도 "지금 아니면 큰돈을 벌 기회가 없기 때문에 불안함을 감수한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시장이 급등세를 보이자 가상화폐 투자에 매달리는 2030이 늘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을 투자하기엔 늦었고 가상화폐 투자로라도 단기간에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불안감에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상화폐 투자가 도박과 유사한 만큼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30이 가상화폐에 눈독 들이는 이유는 더 이상 부동산과 주식 투자론 돈을 벌 수 없는데 현 소득으론 중산층의 삶도 살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주택 매매 중위가격은 처음으로 8억원을 돌파했다. 코스피는 지난해 말 급상승해 지난 1월11일 사상 최고가 3266.23을 기록한 후 별 변동이 없다. 지난 2월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두 달간 코스피는 7.48% 상승했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신입사원 대기업 평균 초봉은 전년 대비 불과 0.1%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 신입사원 평균 초봉은 오히려 전년 대비 1.6%포인트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예상한 올해 물가상승률인 2% 내외에도 못 미친다. 연봉은 오르지 않는데 부동산과 주식을 투자할 시기는 놓쳐 평범한 삶을 꾸려나가기도 힘들어진 것이다.
이러다 보니 최근 2030들은 가상화폐 투자를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한다. 이른바 ‘포모 증후군’에 빠진 셈이다. 직장인 최현진(28·가명)씨는 "직장 선배가 가상화폐 투자로 수익을 내는 것을 보고 지난 1월부터 시작했다"며 "지금은 주변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어떻게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하는지 묻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출을 받으면서까지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등 도박과 유사한 행태를 띠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가상화폐가 무조건 오를 것이란 생각에 시세가 떨어지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추가 매수를 한다. 전성진(31·가명)씨는 "사놓은 가상화폐가 떨어져서 평균단가를 낮추기 위해 2000만원 대출 받았다"며 "지금 가상화폐는 상승세이기 때문에 투자하면 반드시 벌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장 큰 문제는 투자자들이 사행성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이를 노리고 가상화폐 시장에 들어오는 것"이라며 "정부 규제도 중요하지만 투자자들이 사행성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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