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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혼돈의 가상화폐

가상화폐 시장 진출 두고 고민 많은 운용사… ‘시장 선점’ vs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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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투자자 사이에서 가상화폐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는 가운데, 국내 자산운용사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관련 상품 출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가상화폐가 금융자산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속도를 빠르게 내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19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신설한 디지털자산팀을 통해 가상화폐 관련 리서치(조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인력은 5명 수준이다. 한화운용은 지난해 말 디지털 자산 공시 플랫폼 ‘크로스앵글’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매월 가상화폐 관련 보고서를 내고 있다.

조선비즈

일러스트=안병현



한화운용 관계자는 "캐나다와는 달리 아직 국내에서는 가상화폐가 자산으로 인정받지 않아 관련 상품을 출시할 수 없지만, 가능성 있는 시장이라고 판단했다"며 "선두 자산운용사가 굳어진 상황에서 가상화폐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존 펀드나 ETF 만으로는 1·2위 운용사를 역전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 가상화폐 시장이 인정받을 것을 대비해 먼저 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최근 캐나다 시장에서 이미 비트코인 상승과 하락에 베팅하는 ETF를 출시했다. 미래에셋운용은 자회사이자 캐나다 ETF 운용사 ‘호라이즌스 ETFs’를 통해 지난 15일(현지 시각) 토론토 증권거래소에 비트코인 관련 ETF 2종목을 상장했다.

특히 북미 최초로 비트코인 인버스 상품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호라이즌스 ETFs의 ‘베타프로 비트코인 ETF’는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는 ‘호라이즌스 비트코인 프론트 먼스 롤링 퓨처스 인덱스’를 일간 수익률 1배로 추종한다. 베타프로 인버스 비트코인 ETF는 지수의 역을 추종한다.

미래에셋운용은 호라이즌스 ETFs의 비트코인 ETF를 국내 증권사에서 살 수 있다고 홍보했다. 캐나다 ETF긴 하지만 국내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캐나다 주식은 오프라인 창구에서 살 수 있다.

다만 가상화폐 관련 운용사 상품이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되기까지는 꽤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가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 출시를 계획했지만 가상화폐가 아직 국내서 금융자산으로 인정받지 않은 상태라 한국거래소는 이를 허가해주지 않았다.

한화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을 제외한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순자산총액(AUM) 상위 운용업체도 국내서 가상화폐 상품을 준비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당국이 가상화폐를 투자자산으로 인정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리 가상화폐 관련 상품을 준비할 수는 없다"라며 "미국에서도 비트코인 ETF가 아직 상장이 안 된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운용도 캐나다에서 비트코인 ETF를 출시하긴 했지만, 국내에서는 따로 상품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 캐나다에서만 비트코인 ETF가 상장돼 있다. 캐나다에서는 지난 2월 최초의 비트코인 ETF인 ‘퍼포즈 ETF’는 지난 13일 기준으로 운용 규모 10억달러(약 1조1180억원)를 넘었다. 지난 17일에는 캐나다 증권거래위원회가 퍼포스 인베스트먼트와 CI 글로벌 에셋이 각각 제출한 이더리움 ETF를 모두 승인했다.

미국에서도 비트코인 ETF 출시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달 말 미국 시장에서 비트코인 ETF 출시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암호화폐 전문가인 게리 겐슬러가 SEC 회장직에 지명된 만큼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등 금융당국은 여전히 회의적인 입장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지난 14일 "가상자산은 금과 같은 투자 대상일 뿐"이라며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이다비 기자(dab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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