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 개시로 중견 완성차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도 난관에 부딛혔다. 실적 악화와 더불어, 군살빼기에 따른 노사갈등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19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 노동조합은 지난 16일 오후 4시간 동안 지명파업을 진행했다. 지난 15일 제8차 노사 간 본교섭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데 따른 경고 차원이다.
이번 지명파업은 조합 간부 위주로 진행됐던 종전과 달리 일반 조합원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본교섭에서 사측이 약속을 어기고 제시안을 내놓지 않아 조합원까지 함께하는 파업을 진행했다"면서 "부산공장의 생산이 4시간 가량 중단됐다"고 전했다.
르노삼성의 임금 및 단체협상이 해를 한 참 넘긴 4월에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데는 최근 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구조조정의 영향도 적지 않다. 사업장 매각, 감산에 따른 근무체계 변경 등이 본격화 되면서 노사 간 간극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앞서 르노삼성은 8년만에 적자전환 하면서 소규모 정비사업장인 경기 일산테크노스테이션(TS)을 매각한 데 이어, 인천·창원사업소 셧다운도 검토 중이다. 최근엔 연간 생산목표를 30% 이상 낮추면서 근무체계도 시간 당 60대를 생산하는 1교대 체제로 전환했다. 지난 2월엔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접수했다.
한국GM도 제주에 이어 창원물류센터도 폐쇄키로 하면서 노사 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근무인원은 많지 않지만, 한국GM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상시적으로 진행 중인 군살빼기의 일환이란 점에서 노조 측의 반발은 거세다.
양사가 상시적 군살빼기에 나선 것은 최근 실적이 좀체 정상화 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지난해 각기 3168억원, 79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국GM은 7년 연속 적자를 냈고, 르노삼성은 8년만에 적자전환 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돌발 악재도 발생하고 있다. 한국GM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의 여파로 이날부터 23일까지 닷새간 부평1·2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 이 중 부평 1공장은 내수·수출시장의 베스트셀링 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곳이어서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각 사내하청근로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불법파견) 소송에서 회사 측이 잇달아 패소하고 있는 상황도 큰 부담이다. 판결 확정시엔 이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해야하는 만큼 상당한 비용부담이 불가피 하다.
르노삼성은 판매량 급감이 당면한 문제다. 르노삼성의 1분기 누적판매량은 2만2068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3%나 급감했다.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반도체 수급난의 여파에서 빗겨난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오는 2023년 새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생산이 예정된 한국GM과 달리 르노삼성은 별도의 신차 계획조차 없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