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빠른 고령화는 향후 수십 년간 연금 등 재정 지출 압력을 늘려, 다른 고령화 국가들처럼 정부 부채가 빠르게 늘어날(rapidly rising) 수 있다. 중요한 건 장기적인 관점의 재정정책이다.”
안드레아스 바우어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 부국장보 및 한국 미션단장은 <한겨레>와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고령화에 따른 국가채무 증가에 대비한 재정정책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2026년까지 예상한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한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부채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고령화에 따른 재정이 폭발(exploding)할 수 있다’고 밝혀, 일각에서 그의 발언을 한국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경고로 해석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한 인터뷰에서 ‘고령화로 한국의 국가채무가 폭발(exploding)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장기적인 관점의 재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은 코로나19에 대응을 잘했다. 재정을 이용해 코로나19의 영향을 완화했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려고 한다. 동시에 한국의 빠른 고령화는 향후 수십년간 재정 지출을 키울 수 있다.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재정을 위한 장기적인 관점의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준칙은 이와 부합하고, 지난 3월 발표한 한국 연례협의보고서에서 환영한다고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오는 2025년부터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60%, 통합재정수지는 -3% 수준으로 관리하는 ‘한국형 재정준칙’을 시행하겠다고 지난해 말 국회에 관련 개정안을 제출했다. 국가채무비율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채(D1)를 뜻한다.
—국제통화기금은 최근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D2) 국가채무비율이 올해 53.2%에서 2026년 69.7%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사회에는 부채 수준은 낮지만 증가 속도로 너무 빠르다는 우려가 있다.
“국제통화기금이 2026년까지 예상한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한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부채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부채가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은 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고 경기회복 속도를 높이기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을 썼고, 이는 적절한 대응책이다. 고령화로 인한 장기 재정 압박이 신중히 관리된다면 이는 쉽게 유지될 수 있다. 물론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고령화와 관련된 장기 재정 문제를 적절한 시기에 해결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 지출은 지난해 3.4%(올해 추경 포함 4.5%)로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정책 대응은 각 나라의 상황에 달려 있다. 한국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해 코로나19 확산이 적었고 장기간의 셧다운을 막았다. 경제활동 충격은 다른 나라에 비해 작았고, 이에 따른 재정 지원 필요성도 제한적이었다. 전반적으로 경제가 받은 충격의 규모를 감안하면 한국의 대응은 적절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6%로 예상했다. 경기회복에 따른 재정 지출의 정상화 시점도 관심이 높다.
“경제 회복은 잘 진행되고 있지만 불균형한 모습이다. 수출과 제조업은 강한 반등을 보이지만, 서비스와 소비 등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 더욱이 코로나19 재확산 등 불확실성도 여전하고, 잠재 성장률엔 아직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지속적인 재정 지원을 유지해야 한다. 보다 균형잡힌 성장을 이루고 노동시장이 회복되면 그때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은 지속적인 재정 지원과 함께 선별된 계층과 업종에 대한 지원을 강조한다.
“불균형한 회복을 고려할 때 잘 선정된(well-targeted) 지원이 중요하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기업과 가계를 지원하는 것은 재정 지출의 영향을 극대화하고 효율성을 보장한다.”
—지난 3월 발표한 국제통화기금의 한국 연례협의보고서에서, 재정준칙을 환영한다면서도 경기와 역행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어떤 의미인가.
“재정준칙은 국제통화기금 회원국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재정준칙은 과도한 부채 축적을 예방하는 동시에 경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을 갖추는 것이다. 한국의 재정준칙은 경기와 반대로 작동할 수 있지만, 아직 세부사항은 정해지지 않았다. 최종안에는 경기 둔화 때 재정 지원을, 과열 때는 진정시키는 등의 내용이 있어야 한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하세요!
▶esc 기사 보기▶4.7 재·보궐선거 이후 기사 보기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